"이럴 시간에"…보툴리눔 국가핵심기술 해제, 공감대 확대

개도국도 톡신 상업화…지정 15년 지나 당위성 상실
규제로 작용, 성장 기회 상실…"소모적 논의 끝내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9-30 05:58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교수, 이재국 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최광준 산업부 바이오융합산업과장.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가 필요하다는 데 산업계와 학계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정 당시와 달리 당위성을 상실한 규제로 인해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과 한국시민교육연합 주최로 열린 '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보툴리눔 국가핵심기술 지정 당위성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개도국도 톡신 생산, 지정 15년 지나 당위성 상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교수는 지정 당시와 달리 보툴리눔 국가핵심기술 당위성이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에는 균주와 기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국부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개발도상국도 균주를 갖고 생산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원칙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가치는 지정 당시와 달리 높지 않고, 성장 잠재력 역시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기술적 측면에서 성장 잠재력은 부족하다고 봤다. 해외 유출 시 국가 경제에 영향도 없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이는 특허 현황에서도 볼 수 있다. 보툴리눔 관련 특허가 만료된 뒤 누구도 내지 않는 이유는 특허가 소용이 없다는 판단"이라며 "생산, 정제, 분리 기술 역시 특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개별 기업이 가진 노하우 수준으로 변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로 인해 산업이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라 기술 발전을 위한 교류는 물론 관련 투자나 합작 회사 설립조차 규제로 인해 늦춰지면서 선진국 대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2030년에 25조원이 되면 뭐 하나. 우리 점유율이 10%, 15%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5%, 3%로 줄면 그게 그거다"라며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2030년 25조원 중 우리가 15%, 20%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업계 역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한국시민교육연합 K-바이오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생산·판매 18개 제약사 가운데 14개 업체, 82.4%가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제에 찬성했다. 지난해 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보툴리눔 의약품 제약사 17곳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12곳이 찬성하고 4곳이 반대, 1곳이 중립 의견을 표한 것보다 찬성율이 약 12%p 늘었다는 설명이다.

찬성 이유로는 규제로 인한 기대 효과보다 글로벌로 신속히 진출할 수 있는 기회 상실 비용이 훨씬 크다는 답변이 32.6%로 가장 많았고, 해외 파트너사에게 과도한 규제로 인식돼 설득에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소모된다는 답변이 30.2%로 두 번째였다.

업계, 지정-해제 기구 분리 제언…발상 전환해야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제는 결론을 낼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소모적 논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회원사 내에도 찬반이 있지만, 협회로선 개별 기업 이해보단 글로벌 시장에서 국부를 창출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AI를 통한 신약 개발과 제조 혁신을 이야기 하고, 미국 트럼프 정부가 당장 이번주부터 의약품 관세 100%를 부과하는, 급변하는 시기에 이런 논의는 끝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해제 기구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건의했다. 시대가 변화하며 해제 필요성이 부각될 때 지정한 위원회에 해제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 위원회가 유지 필요성을 소명하면 산업계와 전문가 등 합리적으로 구성된 해제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엔 필요했더라도 시대는 급변하고 있는데, 규제 혁신을 해야 할 시점에 국가핵심기술이 규제가 돼 발목을 잡고 있다. 보툴리눔 문제를 넘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이런 논의가 되풀이되는 시간에 산업이 세계를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정 해제 필요성 검토 중…양측 의견 충분히 듣고 판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광준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장은 찬성과 반대 측 의견을 모두 충분히 듣고 다각적 관점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최 과장에 따르면 산업부는 보툴리눔 독소 제제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제 요청이 들어와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과장은 "해제가 접수된 후 위원회에서 국가 안보 및 경제적 파급 효과, 기술 환경 변화 등 법상 검토 기준에 따라 지정 해제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균형 잡힌 의견을 듣고 중립적으로 기술·정책적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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