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7% '건강 악화'…법정근로시간 초과근무 '일상화'

전공의 절반 이상 주 72시간 이상 근무, 27.8%는 주 80시간 초과
휴게·병가·휴가권 미보장…"격무가 환자 안전에 영향"
전공의노조 "정부 방치 속 '합법적 과로사 제도' 현실화"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10-11 18:4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공의의 과로가 제도적으로 고착된 현실이 다시 확인됐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실시한 '제1차 전공의 근로실태조사' 결과,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근무가 일상화돼 있었고 전공의 10명 중 8명은 근무로 인한 건강 악화를 호소했다. 휴게시간과 병가,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은 환자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올해 9월 11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01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53.1%는 주 72시간 이상 근무했고 27.8%는 주 80시간을 초과했다. 이는 전공의법이 정한 상한선을 넘는 수치로, 정부의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근무가 여전히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음을 보여준다.

전공의 10명 중 8명(77.2%)은 근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근로자 중 '업무로 인하거나 악화된 건강 문제(사고 제외)'를 경험한 비율(30.3%)의 2.5배에 달한다. 또 75.5%는 법정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91.8%는 연차 사용이 자유롭지 않으며, 75.9%는 병가 사용조차 제한된다고 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0.7%)은 "격무가 환자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들 중 93.8%는 본인도 건강이 악화됐다고 답해 전공의 과로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드러냈다.

보고서는 과도한 환자 수와 인력 공백이 전공의 과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짚었다. 전공의는 단순한 수련 인력이 아니라 병원의 필수 진료 업무를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인력 대체나 구조 개선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으면 근무시간 단축은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적정 인력 기준과 환자 수 제한, 대체 인력(입원전문의·진료지원인력 등)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근무시간 제한 제도는 결국 동료에게 업무를 전가하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시간·휴게시간·휴가 등 기본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병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관리체계가 병원 자율보고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근무환경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실효성 있는 현장감독체계' 구축을 제언했다. 단순한 문서 점검이 아닌 근로감독관의 불시 점검, 수련병원 실태조사, 신고자 보호제도 등을 포함한 상시적 현장 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법 위반 병원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으로 과태료 부과, 수련병원 인증평가 반영, 국고지원 제한 등 실질적인 제재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공의노조는 "정부의 감독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려면 법 위반 병원이 불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과로사 산재 인정기준의 하나가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 초과근무(4주간 1주 평균 64시간 초과)로 돼 있다"며 "전공의법 특례조항대로라면 주 80시간 근무가 상시적으로 가능하고 24시간 밤을 새운 뒤 다시 12시간 동안 수술실에 들어가 환자 진료를 보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시간 근로는 전공의의 노동안전 문제이자 환자의 안전에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전공의법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는 기본적인 노동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노동부가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하고 전공의법과 일반 노동법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해 수련병원에 준수해야 할 노동기준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보기

'전공의법 개정안', 복지委 소위 통과…'지역의사양성법' 계류

'전공의법 개정안', 복지委 소위 통과…'지역의사양성법' 계류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전공의 수련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전공의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반면 의료취약지와 지역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지역의사양성법안'은 제정법인 만큼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입법 공청회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전공의법 개정안을 수정 대안으로 가결하고, 지역의사양성법안은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전공의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김윤·이수진 의원과

전공의법 개정안 진전…"근무시간 단축·제재 강화 필요"

전공의법 개정안 진전…"근무시간 단축·제재 강화 필요"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전협 비대위는 수련환경 개선 논의가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현장 전공의들이 체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입영에 따른 수련 연속성 보장 ▲연속 수련시간 24시간 제한(응급 상황 시 4시간 연장) ▲임신·출산 등 모성보호와 휴직

전공의법 의결…"환자·전공의 안전 위해 추가 논의 이어져야"

전공의법 의결…"환자·전공의 안전 위해 추가 논의 이어져야"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전공의법 개정안 의결을 "불완전하지만 의미 있는 전진"이라 평가하며, 실효적 이행과 후속 논의의 필요성을 강하게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공의노조는 "지난 정부의 폭력적인 일방주의와 극명히 비교되는 현 정부와 국회의 의지를 존중하며, 비록 부족한 부분이 많은 개정안이지만 의미 있는 전진"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수십 년간 이어져 온 '36시간 연

전공의 특별법 수정 대안, 제도 역행…"즉각 개선해야"

전공의 특별법 수정 대안, 제도 역행…"즉각 개선해야"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된 전공의 특별법 수정 대안에 대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에 역행한다"며 즉각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의협은 23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은 단순한 처우 개선이 아니라 국민에게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4년 2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항의하며 수련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전공의들의 외침에 정부와 국회는 전공의 대표 과반수 이상이 수련환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