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간암환자 점차 늘어나는데 치료는 소극적

대한간암학회, 2008-2017 간암등록사업 자료분석 결과 발표
고령 간암 환자 비율, 2008년 35.5%→2017년 45.9% 증가세
진단 받아도 치료 소극적…기대수명증가로 치료경향 재고 필요
고령-비고령 치료효과 유사…특성·위험도 맞춘 치료 효과적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2-03 06:0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국내에서 고령 간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는 2일 저녁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7회 간암의 날 기념식'에서 열린 '고령화 시대에서의 적정한 간암 치료'를 주제로 간암등록사업 자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위원회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새롭게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 1만5,186명 중 65세 이상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8년 35.5%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에는 45.9%를 기록해 고령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대규모 연구에서 간암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전체 연령에서는 감소한 반면, 80세 이상에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이번 분석 결과에서는 고령 간암 환자 중 25.5%가 간암을 진단받았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비율은 비고령 환자(16.9%)에 비해 높았다.

혈관 침범이나 간외 전이를 동반하는 진행성 간암의 경우 고령 환자 40.2%가 치료를 받지 않았다.

조기 간암에서는 간절제나 고주파열치료술로 완치가 가능함에도 국소 치료인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받는 고령 환자 비율이 83.8%로, 비고령 환자(68.4%)보다 높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한아 대한간암학회 기획위원은 "국내에서 고령 간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거나 덜 침습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간암 환자 기대 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치료 경향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적극적 간암 치료가 연령과 무관하게 생존율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은 해외 연구를 비롯해 간암등록사업 자료 분석에서도 입증돼있다. 

학회에 따르면, 당뇨, 고혈압, 신기능 저하 등 여러 동반 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에서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술 후 생존율은 비고령 환자와 차이가 없다.

조기 간암을 지닌 병기에서도 경동맥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 치료, 면역항암제 치료 후 생존율은 고령과 비고령 환자 사이에 유사했다.

이한아 기획위원은 "여러 연구와 분석에서 치료를 받은 고령 환자 생존율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이 확인됐다"며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진행성 간암을 진단받은 고령 환자 중 상당수가 치료를 포기한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신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면역항암제 치료가 도래하면서 이 치료를 통해 유의하게 종양을 줄이면서 부작용이 적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고령 환자 특성에 맞춰 안전한 간암 치료를 시행하도록 제시한다.

수술 기법과 수술 후 관리 향상으로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간 절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간기능과 전신 상태가 좋은 고령 환자에서는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수술적 절제가 여의치 않은 고령 환자라면, 고주파열치료술을 통한 국소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고주파열치료술은 여러 연구를 통해 고령과 비고령 환자 간 합병증 발생 빈도에 차이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연령에 따른 합병증 발생률에 차이가 없으므로, 고령 환자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종양이 크거나 개수가 많은 경우 시술 후의 합병증이나 안전성을 고려해 방사선색전술을 시행할 수 있다.

간암에서 체외 방사선치료 역할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많은 고령 환자가 안전하게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이한아 기획위원은 "방사선색전술이나 면역항암제 등 효과적이며 안전한 치료법 도입과 치료기술 발전으로 고령 간암 환자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비고령 환자들과 유사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연령에 관계없이 각 환자 특성과 위험도를 면밀히 평가해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급여 적용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형준 대한간암학회 보험이사는 "1차 치료 실패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2차 요법을 시도하는데, 치료비용이 높아 환자로선 부담이 크다"며 "우기기도 해보고 있지만 어렵다. 결국 연구로 데이터가 쌓여야만 정부와 제대로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선 제약사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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