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고혈압 환자라면 3제 요법으로 관리해야"

[인터뷰] 한양대병원 신진호 교수·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 
심혈관 위험인자 동반 한국인 고혈압 환자 대상 대규모 전향적 RWE 발표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SPC 치료 임상적 근거 확인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2-22 06:07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사진 오른쪽), 세브란스병원 오재원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고혈압 환자 80% 이상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 위험 인자를 추가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반 고혈압 환자보다 더 집중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 

그 중 단일제형복합제(SPC)는 여러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복약 순응도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수많은 연구에서 단일제형복합제 요법이 복약 순응도를 개선해 혈압 조절 측면에서 임상 결과를 개선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고혈압학회를 비롯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즉각적인 혈압 강하 반응을 달성하고 내약성을 개선하며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고위험군 환자의 1차 치료로 단일제형복합제 요법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단일제형복합제 중에서도 올메사르탄, 암로디핀,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O/A/H) 3제 병용요법은 수많은 연구에서 일반 고혈압 환자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됐다. 

이런 배경 하에 국내 연구팀은 2018년 8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내 47개 병원에서 고혈압 및 심혈관 위험 인자가 있는 한국인 환자 3145명을 대상으로 O/A/H의 안전성과 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전향적, 다기관 관찰 연구(RESOLVE-INT)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Advances in Therapy에 출판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baseline 대비 24주 후 Intensive BP (<130/80) 도달률은 41.4%, Standard BP(<140/90) 도달률은 73.3%로 나타나, 고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올메사르탄 기반 3제 복합제를 통한 혈압 조절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의 교신저자 및 주 저자인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오재원 교수를 만나 연구의 배경 및 결과를 들어보고, 향후 한국인 환자 대상 단일제형복합제를 활용한 효과적인 혈압 관리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신 교수는 2003년부터 한양의대 내과 교수로 재직하며, 현재 대한고혈압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오 교수는 2017년부터 연세의대 심장내과 임상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신진호 교수, 오재원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고혈압 환자 중에는 다른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가 많다.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지닌 한국인 고혈압 환자는 최근 얼마나 늘어나고 있으며, 위험인자의 유형은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는가.


신진호 교수(이하 신) - 대한민국 고혈압의 전체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현재 약 1200만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연령 표준화 유병률로 살펴보자면 사실 상 큰 변화는 없다. 30세 기준으로 약 30%, 20세 기준으로 약 2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전체 유병인구 중 고위험군 환자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혈관 위험인자는 연령,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이 꼽힌다. 

실제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젊은 층 환자들은 혈당 또는 비만도에 있어 고위험군으로 발전하기에 매우 중요한 고비에 놓여있다. 다만, 이런 환자군은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고위험을 대상으로 진행한)이번 연구 등에서는 다루기 어려웠다. 그러나 향후에 상당히 중요한 표적집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Q. 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약 600만명으로, 당뇨병 전 단계인 1400만명까지 약 2000만명 정도가 당뇨병 위험에 놓였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교집합이 되는 합병증 보유 환자 수는 얼마나 된다고 추정할 수 있는가?

오재원 교수(이하 오) - 국내 고혈압인구인 1200만명 중 약 40% 정도가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상지질혈증까지 더하면 동반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 수뿐만 아니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 수, 세 가지 질병을 모두 동반한 환자수도 10년 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Q. 심혈관 위험인자를 지닌 고위험군 환자들의 치료에는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

신 - 고위험군 환자들의 치료에 있어서는 몇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먼저 혈압 수치를 충분히 낮춰야 하며, 혈관의 보호(vascular protection)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로 혈압 강하 효과, 둘째로 혈관의 보호 정도를 본다. 

먼저 혈압 강하 효과(potency)를 입증하면서도 용량 별, 타 약제와의 병용 및 반응에 대한 임상적 근거들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축적돼 있는 약제인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약물 요법 시 심혈관 질환 위험 프로파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약제가 RAS 차단제(RAS block-aid)인데, 이는 고위험군에서 기본적인 혈압 강하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고위험군 환자들의 상당 수가 혈관 노화나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이론적으로 또 실험적으로 혈관 보호가 가능한 약제인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곧, 고위험군 환자 대상으로 충분한 강압 효과를 얻기 위해선, 이 두 가지 측면(강압 효과와 혈관 보호 정도)를 동시에 고려해야 적절히 혈압 치료가 가능하다.
Q. 고혈압 치료 시 강하 효과를 위해 다양한 복합제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조합으로 ARB+CCB+이뇨제 3제 조합 또는 SRB+CCB 2제 조합 등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오 - 일반적으로 2제를 투약하다가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았을 때 3제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마도 혈압을 더 낮게 유지해야 하는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조금 더 강력한 강압효과(potency)를 가진 약이 필요하고 그렇다 보니 세 가지 종류가 들어가는 약제를 투약하게 될 가능성이 더 많다.

3제의 장점으로는 다른 작용 기전들 간의 시너지 효과일 것이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치료 초기부터 한 가지 약제만 고용량으로 사용할 게 아니고 두 세가지 약제를 조금씩 저용량으로 사용하자는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또 가끔 환자 별로 특정 약제에 반응이 좋은 경우도 있고 좀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반응이 떨어지면 다른 약제로 넘어가줘야 하는데, 복합제 형태로 두세가지 기능을 함께 쓰면 그런 (반응이 떨어지는)효과를 상쇄할 수 있고 혈압 조절을 더 잘할 수 있어서 요즘은 다양한 작용 기전의 약제를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Q.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반한 한국인 고혈압 환자 대상 SPC의 역할에 대한 RWE 연구에 대해 묻겠다. 이번 연구를 계획하게 된 배경은.

오 - 올메사르탄, 암로디핀, 이뇨제(OM/AML/HCTZ) 복합제는 3제 복합제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약제다. 약제가 개발된 후 첫 후향적 연구인 RESOLVE study가 진행됐는데 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인 RESOLVE-PRO로 확대 진행됐다. 이번 RESOLVE-INT 연구는 연속선상에서 고위험군 환자 대상으로 3제 복합제의 효과를 검증해 본 연구다.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 대상으로 3제 복합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관점에서 디자인됐고, 연구 결과 ‘3제 복합제(OM/AML/HCTZ)의 효과가 예상보다 굉장히 뛰어났다’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환자들 상당수(87.2%)는 이미 기존의 혈압약을 사용하다 약제를 바꾸면서 연구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렇게 변경을 했을 때에도 3제 복합제(OM/AML/HCTZ)의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리얼월드 데이터로서 전향적으로 디자인돼 있다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 이런 수준의 대규모 연구를 RCT 형태로 진행하려면 현실적으로 많은 제한점들이 있기에 상당히 우리나라 고혈압 진료 현장에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볼 수 있겠다.

Q. 이번 연구가 갖는 임상적 의미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해 달라.

오 - 연구를 시작할 시점에는 환자 별로 목표 혈압(target BP)이 다르고, 복용하는 약물도 제각각이었다. 고위험군일수록 더 낮은 혈압을 유지하도록 약제가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번 연구는 3제 단일제형복합제(OL/AML/HCTZ)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약제 두 가지 또는 세 가지를 각각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추가적인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에 이미 세 가지 약제(OL, AML, HCTZ)를 복용하던 환자에서 한 알의 약제(single pill)로 투약을 변경한 결과, 혈압이 약 4~5mmHg 정도 더 강하됐다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돼 온 여러 연구결과와 유사하게 단일제형복합제가 약물의 순응도를 높이는 효과가 분명하며, 혈압 강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Q. 이번 연구 결과가 앞으로 한국인 고혈압 환자 혈압 관리에 있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평가해 달라.

신 - 최근 10년 이내 세계적으로 고혈압 치료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보다 적극적인 혈압 조절 목표치(Intensive BP)로 알려져 있던 130/80mmHg이 일반화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보다 강력한 목표치인 130/80mmHg 미만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전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에서는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 중 약 40%에서 혈압이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이런 약효가 강한 3제 단일제형복합제 요법을 잘 활용한다면 고위험군 환자의 목표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추는 목표에 보다 원활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요한 점은 3제 단일제형복합제(OL/AML/HCTZ)의 용량 프로파일이 다양한데, 고위험군 관리에 있어 용량 변화를 통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혈압 치료 시 2제로 넘어가게 되면 순응도가 최소 10% 이상 떨어진다는 연구 데이터가 있는 만큼, 단일제형복합제로 변경했다는 것만으로 약 5mmHg의 혈압이 강하됐다는 것은 아마도 단일제형복합제가 갖는 복약순응도 개선 및 혈압 강하 효과로 인한 것이라 보인다. 더군다나 고위험 환자들은 동반된 질환으로 인해 함께 복용해야 할 약제의 개수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데, 단일제형복합제의 높은 복약순응도는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 가이드라인 환경 하에서 충분한 혈압 강하 효과(potency), 그리고 다양한 용량 구성을 가지고 있는 단일제형복합제는 앞으로 고위험 고혈압 치료의 지향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더욱 강조하고 싶은 말은.

신 - 이번 연구는 적극적인 혈압 강하에 단일제형복합제가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 지를 살펴본 연구로, 향후 대한민국 고혈압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적극적인 강압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충분한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3제 단일제형복합제(OL/AML/HCTZ)의 역할은 앞으로 이와 같은 계열의 RWD 연구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입증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고혈압 치료 증례(practice)를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캠페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향후 이 같은 연구가 더 활성화되고, 개원가에서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오 -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단일제형복합제가 이 정도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약제만 잘 바꿔 줘도 혈압 강하가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이상의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에, 이제는 이런 치료법들을 통해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의료진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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