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 운영에 즈음하여

[헬스케어를 바라보는 율촌의 시선] 
법무법인 율촌 채주엽 파트너 변호사

메디파나 기자2024-04-01 11:55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미리 위기에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큰 손실을 보고 난 뒤에야 위기에 대비하면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이 속담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다. 급변하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직접 이익을 창출해 주지 않는 영역에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비즈니스가 커짐에 따라서 위기 또한 커지고 오랜 기간 쌓은 기업의 부와 명성이 큰 위기 한 번으로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일 또한 우리는 적지 않게 목격하고 있다. 

최근에도 모 대기업 계열 제약사 임원이 수백억원대의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결말이 어떻게 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그 기업의 명성과 신용에 큰 해를 끼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어야 함은 불을 보듯 명백한 일이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리베이트 관련 보건복지부 동향

2018년 의약품 및 의료기기 유통질서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미국의 Sunshine Act를 벤치마킹한 지출보고서 제도는 올해로 그 시행 7년째를 맞이한다. 2022년 지출보고서의 작성 주체를 CSO까지 확대하고 지출보고서의 미작성이나 거짓 작성, 미제출 등에 대한 형사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있었고, 2023년부터는 매년 지출보고서 작성 실태에 대한 조사가 시행되어 이를 공표하기 시작했다. 

또한, 2024년 1월부터는 지출보고서 공개 제도가 시행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출보고서 공개 범위를 확정하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의약품 및 의료기기 공급단체 5곳,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료단체 6곳과의 여러 차례 간담회와 법무법인 법률 검토를 거쳐서 공개범위를 확정한 것인데, 논란이 되었던 의료인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필자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를 대표하여 위 간담회들에 참석하였는데, 약사법 시행규칙 및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대한 법률을 기준으로 의료인의 개인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한 점이 위 결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출보고서 공개 범위를 확정 발표한 날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 운영계획을 함께 발표했는데, 2024년 3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2개월간 불법 리베이트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대 30억원의 보상금 또는 최대 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헬스케어 업계에 몸 담은 이후 이러한 규모의 대대적인 불법 리베이트 단속 계획은 본 적이 없는데, 지출보고서 공개 범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지출보고서 상 공개되는 경제적 이익 제공은 모두 합법적인 내용의 경제적 이익 제공인데, 이와 관련한 의료인의 개인정보를 굳이 공개하지 않는 대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제약·의료기기 회사와 의료인을 색출하여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리베이트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동향      

2023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모 국내제약 대기업에 대한 리베이트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그 제약회사가 제조·판매하는 의약품의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에 관하여 305억원(보도자료 상은 298억원이나 실제 과징금은 더 늘어남)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위 조치는 두 가지 면에서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7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 혐의에 대하여 305억원이라는 엄청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임상시험이나 시판후 조사까지 리베이트의 범위에 포함시킨 점이다. 

지면 관계 상 위 과징금 부과에 대하여 자세히 논할 수는 없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베이트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 제재 수단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위 조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 12. 26. “불법 리베이트 제재로 국민 의료기 부담 경감 기대”라는 제목으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 돋보기 보도참고자료를 발간하면서 관계기관과 유기적 협조를 통해 제약·의료기기 시장에서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 적발 및 제재를 강화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지면에서 보도된 것처럼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들어 몇몇 의료기기 회사에 대하여 현장 조사를 진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 추가 조사가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리베이트 조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 회사의 위험 영역 식별 (Risk Identification)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불법 리베이트 항목으로 1) 제약회사 등이 의료인 또는 병·의원에 의약품 및 의료기기 채택 명목으로 지급한 현금이나 물품, 향응 등과 의료인에게 사례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현금, 2) 의료인과 제약회사 등 영업사원 간의 지배적 관계에 따르는 편익 및 노무 제공이 예시되어 있다. 특히, “의사단체 집회 참석”이 포함되어 있어서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논란과 무관하게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 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위험 영역에 포함된 영업행위가 있는지를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위에서 예시한 사항 이외에도 학술대회 참가지원, 제품설명회 등 지출보고서 작성 대상의 경제적 이익도 불법이 개입할 여지가 있으므로 일반적인 위험 영역에 포함될 것이다. 

  2. 회사의 위험 분석 

식별된 위험 영역들을 고위험 영역, 중위험 영역, 저위험 영역 등으로 분류하고, 각 위험 영역에 대해서 어떠한 risk가 발생 가능한지 risk가 현실화되었을 경우 회사가 입을 피해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3. 위험 중화 방안(Risk Mitigation) 마련 

특히 고위험 영역에 포함된 항목들에 대한 risk를 어떻게 하면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한다. 파악된 risk를 스스로 제거하고 개선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나중에 관계 당국에서 해당 risk 영역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더라도 자진 시정을 한 사정이 반영되어 유리한 조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4. 적법 절차 준수 정책 수립 및 외부 조사 대응팀 구성

지출보고서가 공개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유래 없는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을 운영, 일부 의료기기 회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나 최근 일부 제약사 임원에 대한 리베이트 자금 마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일련의 상황을 감안하면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들에게는 이미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위와 같은 위험 영역 식별이나 분석 작업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당국의 조사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적법 절차 준수 정책이나 위기 대응팀을 구성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통상 리베이트에 대한 관계 당국의 조사는 예고 없이 불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비하여 사전에 적법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compliance system과 정부 조사 대응 적법 절차 준수 정책 등을 수립해 놓을 필요가 있다. 또한, 긴박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외부 대응을 하면서 동시에 회사 내의 원활할 communication과 적절한 리소스 배분을 담당할 외부 조사 대응팀 구성도 미리미리 해두어야 한다.

이러한 사전 준비 없이 불측의 조사가 개시될 경우 업체들로서는 억울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고, 긴박한 상황에서 무리한 대응을 하다가 리베이트가 아닌 조사 방해, 증거 인멸 등의 혐의를 얻을 수도 있다. 
  5. 초기 대응이 사건의 성패를 가른다

내부 고발자 신고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초기에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해에서 비롯된 내부 고발도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혐의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 초기부터 풍부한 경험이 있고 회사 내부 생리를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대응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억울한 부분은 혐의를 풀어야 하고, 회사가 잘못한 부분은 회사에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미리 대응팀을 구성해서 내부 위험 영역을 점검하고 사전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보는 방법이 궁극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치며        

원래 이 기고문은 3월 초에 KIMES 관련 매체에 싣기 위해서 준비하던 것인데, 그 사이에 사정 변경이 발생하여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매체도 바뀌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로 필자의 예측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데, 이 기고문을 읽게 되는 업체들은 위와 같은 사항에 유념하여 부디 회사가 쌓아 온 명성과 신용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되기를 기대한다. 


● 본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써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고| 채주엽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사법연수원 제33기 수료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前 GS칼텍스 법무팀 변호사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 합격
-前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북아시아 법무총괄 전무
-前 SK바이오팜 지속경영본부장, 부사장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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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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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시간 : 2024-04-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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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24.04.19 10:21:40

    의대정원 증원 관련하여 의사들 잡으려는 거지...
    박민수 차관 : 의새들은 이렇게 리베이트 받아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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