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암치료 발전할 것"

일본 중입자 치료 급여 이후 환자 계속 증가‥다양한 연구 눈길
연세암병원 국내 첫 중입자 치료 시작‥서울대병원, 2027년 목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15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국내 암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그 중 30% 이상이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암치료에 있어 방사선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방사선 치료가 발전을 거듭해 올해부터 국내에는 '중입자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의사들은 중입자 치료를 '암치료의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4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개최된 'K-HOSPITAL+HEALTH TECH FAIR with HIMSS(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에는 '입자방사선을 통한 암치료의 혁신' 세션이 마련됐다.

'중입자'는 탄소 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의 하나다. 탄소의 무거운(重) 입자를 빛의 속도의 70%까지 가속시켜,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한다. 덕분에 기존 수술이나 약물 치료만으로 힘들었던 난치암에서 중입자는 강력한 암 살상 효과를 보인다.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폐암, 간암, 췌장암 3대 난치암 및 치료가 어려웠던 골/연부조직 육종, 척상종, 재발성 직장암, 두경부암, 악성 흑색종 등 우수한 치료 성적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국가는 10여 곳으로 독일, 이탈리아, 호주, 대만, 중국 등이 중입자 치료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일본은 세계 최초로 1994년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해 이미 7개의 중입자 치료 센터가 있다.

이렇다 보니 이제 막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우리나라가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야마가타대학교 이성현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중입자 치료를 받은 환자수는 2022년까지 3만8126명으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일본에서 중입자 치료가 급여가 되기 때문에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든 암종은 아니지만 일본은 다양한 암에 대해 중입자 치료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중입자 치료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편이다. 중입자 치료가 암을 효과적으로 없애거나 줄인다는 점이 일본 환자를 통해 증명돼 보험 적용 암종이 점차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중입자 치료의 비용은 전립선암의 경우 160만 엔의 10~30%만 지불하면 된다. 그 이외의 보험 적용 부위는 237.5만 엔의 10~30%을 낸다.

환자 부담금은 각종 검사를 합쳐 전립선암은 약 55만 엔 정도. 그 외의 암은 약 80만 엔+α로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연세암병원이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하루에 18~19명을 치료하고 있으며, 치료 대기는 60~70명 수준이다.

연세의료원은 전 세계 16번째 중입자 치료 센터로 이름을 올렸지만, 세계 최초로 고정형 1대와 회전형(갠트리) 2대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를 도입한 배경은 명확했다.

우리나라는 난치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대안이 필요했다. 그리고 초고령화 시대에 따라 높은 치료 효과와 삶의 질 향상 및 적은 부작용과 치료기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연세암병원 김용배 부원장은 "다양한 암종에서 중입자 치료의 높은 효과과 안전성이 증명이 됐다. 종양을 컨트롤하는 데 있어 중입자 치료가 뛰어난 반응을 이끌었고 동시에 환자의 생존율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덜 고통스럽고 치료 횟수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타 방사선 치료에 비해 부작용도 적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치료는 짧은 치료 기간을 자랑한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평균 25차례 시행되기 때문에 치료 기간이 한 달 정도 소요됐다. 그러나 중입자 치료의 경우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중입자 치료 기간은 전립선암에서 3주, 폐암은 1일~3주, 간암은 3주 등으로 보고된다.

일본이 12번의 중입자 치료를 표준 치료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연세암병원도 이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최근 중입자 치료를 4번으로 줄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향후 암치료는 더욱 간단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전립선암부터 중입자 치료가 시작됐으므로, 치료 암종이 늘어나면 국내 환자들의 데이터도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김 부원장은 중입자 치료를 통한 뛰어난 암 감소율 뿐만 아니라 2차 암의 발병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다만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는 아직 비급여 상태다. 실손보험도 포함되지 않고 있어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급여가 되지 않는다면 12회 기준에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중입자 치료가 암치료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는 데 의심하지 않았다.

연세암병원 김진성 교수는 "방사선은 암 조직에 높은 선량을 전달하고 정상 조직에는 낮은 선량을 준다. 향후 인공지능과 초소형 갠트리 등의 다양한 혁신 기술과 함께 중입자 치료는 암치료 분야에 있어 더욱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 기관들이 세계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중입자를 도입하는 대학병원이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2020년 도시바와 중입자 가속기 계약을 완료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종민 교수는 "부산 기장군에 총 사업비 약 2759억 원을 들여 중입자치료센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에 중입자치료센터를 만든다. 2021년 중입자 치료 센터 공사 중간 설계를 완료, 2022년 R&D 사업 실시 설계 적정성 검토 완료, 2023년 실시설계 반영 총사업비 협의 조정을 완료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하반기 주요 공사를 시작하면 2026년까지 장비 설치를 완료하고 2027년부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기장 중입자치료센터의 치료실 구성은 고정빔 치료실 1개, 초전도 회전 갠트리 치료실 1개, 연구용 빔라인 1개(예정)다.

연세암병원과의 차이점은 탄소 외에도 헬륨 이온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세계 최초 기술을 이용해 선량률과 빔 조사에도 차별을 눈다.

박 교수는 "헬륨 빔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헬륨과 탄소 이온을 섞어서 하는 치료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최근 3~4년 간 논문을 살펴보면 중입자 치료는 매우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모든 암종에 효과를 보이진 않았다. 탄소와 헬륨을 함께 이용하면 종양 조직 살상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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