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에 다국적제약사 영업·마케팅 '암초'

대학병원 교수들 진료·당직 근무 늘면서 대면영업 사라져 
세미나·연수강좌 잠정연기로 마케팅 활동도 크게 줄어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3-13 06:06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대학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로 인해 제약사 영업 활동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일선 교수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면서 의료진과 직접적으로 스킨십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들이 비상진료체계에 들어감에 따라 제약사 영업활동은 사실상 '멈춤'에 들어갔다. 

특히 가장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들이다. 다국적제약사는 항암 신약이나 오리지널 품목이 많아 이들의 주요 영업무대는 상급종합병원일 수밖에 없는 실정. 

하지만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이 3주째 장기화되면서 병원 교수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병원 교수들이 전공의들이 맡던 당직 업무까지 도맡으면서 연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사태 장기화에 따라 신규 환자는 못 받고 있음에도 의료진들의 진료시간은 늘어났다"면서 "또 일부 필수과 의료진들은 야간 당직까지 설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다국적 제약사 영업직원들은 아예 병원 출입 자체를 포기했다는 후문. 

병원교수들이 격무로 지친 탓에 대면영업을 하기 힘들어진데다, 최근 제약사 영업직 갑질 폭로 의혹마저 불거진데 따른 병원 내 싸늘한 눈초리도 의식된다는 이유에서다.  

다국적 제약사 B관계자는 "비상진료로 인해서 현장 출근 대신 현재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며 "사태가 끝나기 전까진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국적제약사 영업직들은 기존 의학 세미나나 연수강좌마저 취소 또는 잠정 연기되면서 의료진과 접점을 찾기 더욱 힘들다는 전언이다.  

제약사 영업직에게 있어 의학 세미나나 연수강좌는 의료진과의 주요 소통 도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개최 예정인 대한의학회 산하 각 전문학회 춘계 학술대회 중 연기 계획을 밝힌 곳은 없지만, 자잘한 세미나 및 연수강좌는 속속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실제 대한비뇨의학회는 오는 3월 24일 예정됐던 올림푸스 유롤로지 워크샵(Olympus Urology Workshop)을 잠정 연기했다.

대한척추외과학회도 오는 16일 예정된 제 1차 전공의를 위한 척추입문 연수강좌 일정을 연기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지난 10일 개최하기로 한 소아응급의학 지도전문의 교육 과정을 연기한 바 있다. 

학회뿐만 아니라 대학병원이 주관하는 연수강좌 역시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암병원이 주관한 제13회 암병원 연수강좌 및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제25회 Otolaryngology-Update 등도 취소됐다.

다국적제약사 C관계자는 "주말 세미나나 연수강좌가 연달아 연기되면서 뜻하지 않게 주말 휴게시간은 확보가 됐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분위기가 춘계 학술대회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학술대회는 보통 3~4개월 전 장소 예약을 마치기 때문에 취소나 연기까진 힘들겠지만, 의료진 참여 저조로 분위기가 자칫 다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다국적제약사 D관계자는 "또 다른 걱정거리 중 하나는 해외 연자 발표가 예정된 세션들"이라며 "어렵게 모셔놓고도 국내 이슈로 인해 휑한 발표 자리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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