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 의약품 후속조치 '제네릭 상품명'에 해법 있다

"라니티딘 사태, 성분명 몰라 재처방 줄었을 것"…국제일반명·복약일기 등 대안 제시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19-11-13 06:06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와 올해 라니티딘 사태를 겪은 이후 정부의 대응에 따라 환자들의 재처방 비율이 달라진 것에 대해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의약품 성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아졌다.
 
♦︎복용 약 성분 모르는 환자…제도적 한계 존재
 
12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를 통해 본 소비자 보호 대책의 현주소' 심포지엄에서 대한약사회 김대진 정책이사는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에서 나타난 소비자 안전관리 문제점 및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김대진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당시에는 해당 성분 제제를 처방 받은 환자에게 개별 연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올해 라니티딘 사태 때에는 일부 병원에서만 환자에게 연락했을 뿐 정부는 환자 스스로 확인하도록 했다.
 
 ▲대한약사회 김대진 정책이사.
 
그 결과 발사르탄 사태 때에는 대다수의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재처방을 받은 반면 라니티딘 사태에서는 소수의 환자만이 다시 처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후 진행된 패널 토의에 참여한 한국병원약사회 김정태 부회장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발사르탄 사태 때에는 해당 성분 제제를 처방 받은 환자 107명 중 95명이 재처방을 받아 재처방률이 90%에 육박했지만, 라니티딘의 경우 3000명의 환자 중 170명만이 다시 처방을 받아 재처방률은 6%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김 이사는 이처럼 라니티딘을 처방 받은 대다수의 환자들이 다시 처방 받지 않은 이유가 환자 본인이 회수 대상 의약품을 복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환자에게 회수 대상 의약품에 대해 확인하는 방법을 알리고 나섰지만, 기본적으로 약 이름을 알지 못하면 검색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김 이사는 환자 스스로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원인을 크게 8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처방전을 1매만 발행해 환자가 복용하는 약을 확인하기 어렵고, 처방전 또는 약봉투에도 성분명은 표시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일부 약국에서 약봉투에 성분명을 표시하고자 해도 복합제에 대해서는 표시 방법 자체가 정립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이에 더해 환자들은 처방전이나 약봉투를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가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해 이용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아울러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 수가 많다는 점과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도 대부분 다른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 환자가 복용하기 편하게 한 포씩 포장하는 조제방식이 보편화돼있다는 점, 불필요한 의약품을 과다 처방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김 이사는 "라니티딘의 경우 대상 환자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회수 대상 의약품을 복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현장에서는 혼란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약 이름을 검색하거나 식약처 홈페이지의 회수 대상 목록을 보고 확인하라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약 이름을 모르면 포털 검색이나 리스트 확인도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대안의 무게 중심 '성분명'에 맞춰져
 
김대진 이사는 이 같은 문제점들의 대안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 자제 및 뉴스 비판적 읽기 ▲처방전·복약지도서 개선 및 내가 먹는 약 알기 확대 ▲의약품 제품명에 성분명(국제일반명) 도입 ▲제네릭의약품 품목 수 축소 ▲사회 합의를 통한 대응매뉴얼 개발 및 공동 기금 조성 ▲처방조제 행태변화, 의약품 적정 처방·사용 유도 ▲의약품 회수 관련 소비자 교육·소통 강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고문(왼쪽)과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
 
여기에 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도 소비자·시민단체에서 참여한 패널들도 공감을 표하는 동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고문은 먼저 '복약일기' 작성 캠페인을 제시했다. 환자들에게 자신이 복용하는 의약품을 매일 기록하도록 하자는 것.
 
황 상임고문은 "이전에 의료일기 쓰기를 하다가 실패했는데 복약일기는 좀 더 쉬울 것 같다. 의료일기는 식사까지 기록해야 해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복약일기 쓰기 운동을 시작해 감기 때문에 어떤 약을 언제 얼마나 복용했는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의약품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을 얘기했는데, 이제는 정말 성분명으로 처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해 환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 역시 성분명 처방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조윤미 대표는 "성분명 처방은 법적으로 이미 가능하고, 현재도 0.6% 정도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적 협의를 통해 지금의 시스템 안에서도 얼마든지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직능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가 위해성을 적극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토론과 노력이 많이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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