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서 역학 중요한 이유…폐렴구균백신 보면 알 수 있어"

[인터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윤기욱 교수 
혈청형 모두 커버하는 백신 개발은 불가능…결국 발생빈도 따져야
백신 효과도 접종 통해 실제 질환 발생효과 검증이 최우선
일정 수준 접종률 유지해 기존 혈청형을 계속 예방하는 것도 한 전략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3-19 06:03

윤기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폐렴구균에 의한 감염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전 연령대 사망 주요 원인이다 . 

특히 폐렴구균은 소아 질병부담이 매우 높아 5세 미만 소아의 감염 관련 사망례 중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 원인 중 하나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은 폐렴구균에 의한 감염률 수준을 낮게 유지하고, 질환 유행 수준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폐렴구균은 혈청형적 특성에 의해 100가지 이상 혈청형으로 분류되고 있고 모든 혈청형이 질환을 일으킬 수 있지만 각 지역, 시대, 백신 사용, 연령에 따라 발생 빈도가 높은 혈청형이 다르다. 

이에 WHO를 비롯해 국내 학회에서는 PCV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역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WHO는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근거(Evidence)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에 윤기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역학 및 근거의 중요성과 국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PCV 접종이 국내에 미친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윤 교수는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한백신학회 학술이사와 대한소아감염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 중에 있다.  

다음은 윤기욱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폐렴구균 질환에서 현재 소아는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사업(NIP)으로 PCV가 접종되고 있다. 소아에서 PCV 접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 홍역, 일본 뇌염, 파상풍 등 감염 시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거나 전염성이 강한 질환들에 대해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백신을 통해 발병률이 감소됐다. 그 중 뇌막염, 패혈증과 같은 질환은 빠르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해당 질환의 주요 원인균 중 하나가 폐렴구균이며, 전세계적으로 폐렴구균 및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 type B) 백신이 도입되면서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

항생제를 통해 치료를 하는 소아 질환은 균혈증, 패혈증, 폐렴, 호흡기 감염 등이 있는데, 국내 다기관 연구 결과 해당 질환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폐렴구균이었다. 폐렴구균은 백신을 통해 예방 가능하기 때문에, 폐렴구균 백신의 NIP 도입에 따른 접종률 증가는 관련 질환 발생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었다.

Q. NIP 도입에 따른 PCV 백신 접종률은 얼마나 차이가 있나.  

- 미국을 포함한 타 국가에서는 20~30% 차이가 나지만, 우리나라는 소아 건강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NIP 도입 전에도 접종률이 약 80~90%로 높았다. NIP 도입 이후 98%로 증가했다.

Q. COVID-19 유행 시기에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에 변화는 없었는가?

-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폐렴구균을 통한 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의 감소는 없었다. 오히려 COVID-19 유행 시기에 호흡기 감염 질환이 많이 감소했다가 지금은 다시 예년 수준으로 증가했다.

Q.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에서 백신 접종 원칙으로 역학과 근거를 강조했다. 역학 및 근거가 왜 중요한가.

- 새로운 COVID-19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폐렴구균에도 100가지 이상 혈청형이 있다. 이러한 혈청형은 폐렴구균 피막 다당원의 항원성에 따라 구분되며 이를 타깃으로 하는 백신을 통해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100가지 혈청형을 모두 커버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빈도가 높거나 중증도가 높은 혈청형 위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백신의 효과도 백신 접종을 통해 실제로 질환 발생이 감소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도 PCV 도입 후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 폐렴구균 발생률이 매우 크게 감소했다. 즉, 앞으로의 과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발생 빈도가 높은 혈청형을 커버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며, 둘째는 일정 수준의 접종률을 유지시켜 기존 혈청형을 계속 예방하는 것이다. 

Q. 폐렴구균 백신이 NIP에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그 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 PCV13이 도입되기 전에는 뇌막염과 같은 침습성 감염을 잘 일으키고 항균제 내성도 강해 치료가 어려운 혈청형 19A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혈청형 19A를 커버하는 PCV13이 국내 도입되면서 혈청형 19A 발생 빈도가 감소했고, 전체적인 폐렴구균 질환도 줄어들었다. 현재 백신으로 커버되지 않는 다른 혈청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긴 했지만, 혈청형 19A만큼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거나 항생제 내성이 강한 것들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PCV13을 단독으로 도입한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혈청형 19A 감소 효과가 다소 느리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PCV10과 PCV13이 함께 도입되어 혈청형 19A에 대한 집단면역 수준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올랐기 때문일 수 있다. 정책적인 결정에 있어서 국내 발생 빈도가 높은 혈청형에 따라 어떤 백신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 PCV는 혈청형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혈청형 발생 빈도는 국가마다 다른지, 그리고 한국이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 백신 접종 여부, 항생제 종류 및 사용 수준 등을 포함해 여러 상황에 따라서 어떤 혈청이 정착을 하면 그 나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가 및 지역별로 우위 혈청형이 다르다. 한국은 주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미국과 유사하기도 하다. 이는 여행 등 교류가 많아서 그러지 않을까 추측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항생제 사용률이 타국가 대비 높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있는 혈청형들이 정착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A이다.
Q. 지역적 특징과 의료 시스템과 같은 보건학적인 요소 중 혈청형과 질환 치료 및 관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인가. 

- 어떤 혈청형이 유행할 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요소가 혈청형 발생 빈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 것 또한 어렵다. 다만 특정 혈청형의 발생 빈도가 높아질 때는 국가 보건시스템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혈청형 19A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PCV13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혈청형 19A 외에 현재 국내 소아에서 증가하는 혈청형들은 특성상 중증 질환 발생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특정 혈청형이 두드러지더라도 전체적으로 질환의 발생 빈도수는 적절하게 유지되고 조절된다. 앞으로의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Q. 4월부터 NIP 적용되는 PCV 품목이 변경된다. 백신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지 의견 부탁드린다.

- PCV13과 PCV15, 두 개의 백신 중 우월성을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백신을 선택할 때는 크게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한다. 효과 측면에서 PCV15는 임상시험을 통해 PCV13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 되지만, 아직까지 실제 임상 근거(RWE)는 없다. 또한 PCV13 대비 PCV15에 추가된 혈청형이 해당 지역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지 고려해야 하는데 PCV15에만 포함된 혈청형인 22F와 33F는 우리나라 소아에서는 발생빈도가 높지 않다. 때문에 PCV15의 혈청형 커버 범위가 확대가 됐더라도 당장 추가적인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PCV15는 혈청형 3에 대한 면역원성이 PCV13보다 높다는 임상 결과가 있기는 한데, 해당 임상 결과가 실제 현장에서도 입증 될지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다. 국내 소아에서 혈청형 3이 흔하게 발견되지 않아 이 점에서도 PCV 15의 이점이 PCV 13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PCV13, PCV15 모두 비슷한 임상 결과를 가지고 있다. 

Q. PCV20의 국내 도입에 대한 의견 부탁드린다.

- PCV20을 통해 현재 국내 소아에서 증가하고 있는 혈청형 10A, 15B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을 기다리고 있다. PCV20이 도입되면 국내 전체 폐렴구균 질환 발생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때는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확인하고 기존 백신과 비교해 면역원성에서의 비열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PCV10과 PCV13이 국내 도입될 때도 확실한 데이터가 이미 확보된 PCV7 대비 비열등성이 인정돼 국내 도입이 됐고 실제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Q. 감염병 예방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국내 백신 시스템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 우리나라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을 도입할 때는 외국 데이터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유럽 및 미국보다 신약, 백신 도입이 늦는 편이다. 필요한 경우 이러한 프로세스를 단축해서 환자에게 좋은 치료제를 빨리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감염병은 질병 부담 및 경제적 손실을 파악해 비용효과성을 판단하고 있다. 소아 질환의 경우 여명을 고려하면 단순 비용 효과를 넘어서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기 전 관련 데이터를 준비함으로써 원활하게 효과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데이터는 질병청과 학회에서 준비할 수 있는데, 질병청에서는 국가 전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학회에서는 세밀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데이터 수집의 필요성을 느끼고 조사하고 있다.

다만 질병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사업이나 연구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전문가들이 학회나 강연에서 관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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