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급여기준 10년 만에 바뀌나…政-學 논의 '급물살'

대한골대사학회, 올해 3월 정부에 새 급여기준 수정안 제시
정부, 이전 학회 의견에 난색…오창현 "수정안 상세히 분석 중"
2013년 이후 실질적 변화 없어…수정안 반영 시 10년 성과
學 "급여기준 적극 개선돼야"…백종헌 "대통령, 투자 약속"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5-19 06:08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골다공증 치료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학계 노력이 계속되면서 10여년 만에 급여기준이 소폭 개선될 여지도 확인된다. 다만 '골절 예방'이라는 측면은 여전히 급여 확대를 논의하는 데 한계점으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진 간 의견 차도 확인된다.

18일 오후 그랜드워커힐서울호텔에서 대한골대사학회·백종헌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린 '골다공증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는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위한 급여기준 개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사진>은 먼저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창현 과장은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비용이 작년 기준으로 3,000억원 정도다. 지난해에 학회에서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위해 급여 규정 확대가 필요한 부분을 3가지 정도 말씀해주셨는데, 이에 대해 재정분석을 해보니 연간 1,000억원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오늘 토론회 발제처럼) 1년 이내로 쓰던 것을 3년으로 늘리게 되면 연간 1,000억원 정도가 더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수정안을 언급했다.

오창현 과장은 "재정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그간 학회에서 제시해주셨던 안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그러다 논의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올해 3월에 새로 수정안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T-score가 -2.0이 안 되는 환자까지는 1년 단위씩 연장하는 방식으로 해서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해보자는 수정안을 주셔서, 수정안에 대해 상세하게 재정 분석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하다보면 재정 투입에 대한 우선순위를 좁혀갈 수 있게 되고, 재정 추계가 적어지게 되면 정부에서도 의사 결정을 하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치료제 급여기준이 넓어지는 만큼, (약가를) 다소 조정하는 제약사 협조도 필요할 것"이라며 "치료가 우선이다 보니까 예방 부분은 보험재정을 투입하는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골절로 인한 사회적 비용, 노인분들의 삶의 질 등도 충분히 고려를 해야 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논의를 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본격적인 급여 기준 개선 논의 움직임은 골다공증 치료 역사에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현행 급여기준으로는 약물 치료기간 도중에 환자 T-score가 -2.5를 넘으면 1년 만에 급여가 중단된다. 이는 골다공증 지속치료를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전 세계 유례없는 기준으로 평가된다. 의료진들은 현행 급여기준으로는 환자의 향상된 골밀도 유지와 골절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대한골대사학회에 따르면, 2013년 현행 급여기준이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지난 10년간 치료 환경과 여건은 개선되지 않은 채 유지돼오고 있다.

2015년 1월에 '방사선 촬영 등에서 골다공증 골절이 확인된 경우'에만 '3년 이내'로 투여기간이 확대되긴 했지만, 이는 일반적인 치료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만일 학회가 이번에 제시한 수정안이 수용된다면, 골다공증 치료 환경은 10여년 만에 바뀌는 셈이 된다.

이는 지난 수년간 학회를 비롯해 의료진들이 현행 급여기준에서 약물 투여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이어온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준일 대한골대사학회 산학네트워크 연구이사(인하대병원 정형외과)는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급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최용준 대한골대사학회 보험정책이사, 유준일 대한골대사학회 산학네트워크 연구이사, 하용찬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
다만 여전히 의료진들은 더 적극적인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있다. 적극적인 지속치료로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하용찬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서울부민병원 병원장)은 "초고령사회에서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다"며 "이는 국내 데이터뿐만 아니라 해외 데이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면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도 건강한 노인을 위해 골다공증성 질환을 국가가 관리할 때가 됐다"면서 "인간 존엄성이 망가지면서까지 오래 살아야 되는 것은 치매와 중풍만이 아니다. 걸을 수 없는 골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최용준 대한골대사학회 보험정책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도 "고령화 속도와 골절 예방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생각했을 때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기준에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생각할 수 있다. 고령화 최소한 3년 이상 급여로 지속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골다공증 치료제 급여기준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가능성이 확인됐다.

학회와 함께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치료를 받다가 골밀도 수치가 호전되면 건강보험 혜택이 중단되는 현 제도 하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다"며 "전문가 의견에 따라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제도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년기에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골다공증과 이로 인한 골절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면서 어르신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며 "타 만성질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의료진이 환자특성에 적합한 치료방법과 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진료재량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어르신 골다공증 관리강화를 직접 약속하고 인수위에서 논의했기 때문에 꾸준한 정책투자가 이뤄질 것"이며 "국회에서 함께 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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