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매 치료 시작,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경과 이익성 교수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4-03 05:59

많은 이들이 치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라고 이야기한다. 치매는 아직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없어 치매 초기부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한다는 것은 어느 시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먼저 경도인지장애라는 단계가 존재한다. 경도인지장애는 환자나 보호자가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주관적인 불편감을 호소하고 신경심리검사에서 인지기능의 저하가 명백히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에는 현저한 지장이 없어 아직 치매라고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치매 위험을 확인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후 초기 치매 단계가 되면 가족이나 동료 중 일부가 치매 환자의 문제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초기 치매 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환자가 아직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이 시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난다.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중등도 이상의 치매로 인한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저하, 행동증상 등으로 인한 보호자의 고통도 줄어들게 된다. 

또한 치매는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매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부담의 증가를 야기하게 된다. 치매는 중증으로 발전할수록 환자 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국내 중증 치매 환자의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최경도 치매 환자 대비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국가 단위의 치매 관리비용 역시 치매 환자 수 증가로 2021년 기준 약 18조 7천억 원에서, 2040년 약 56조 9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WHO에서 추정한 치매의 세계 경제 부담 추정치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4,000 달러로 전체 규모는 1조 달러에 달한다. 이를 중등도에 따라 나누어 보면 경증 치매 환자는 연간 16,000 달러, 중증 치매 환자는 36,000 달러로 국내와 유사하게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조기에 치매 치료를 시작하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의미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사회의 부담도 절감되기 때문에 치매에 대한 조기 진단, 조기 치료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인에게 존재하고 있는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치매 진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매 치료는 치매가 의심되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치매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치매가 의심되는 그 순간 치매 치료는 바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을 국민적으로 인식해야 할 때이다.
 

|기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신경과 이익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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