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이종 기업간 결합 '잘못된 만남' 되지 않으려면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4-01-29 06:00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종 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에 들어갔고,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결정하는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른 산업계의 기업과 손을 잡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종 기업간의 결합은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가 목말라했던 대규모 자본 확대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기대가 뒤따르는 모습이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최대 화두는 '글로벌 신약개발'이지만,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했다.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천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오롯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 현실이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도 자칫 임상에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정부에 '메가펀드' 조성을 요구했고, 정부도 이에 응답해 'K-바이오백신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과 손을 잡기 시작한 것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모색하던 대형 기업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종 결합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게 된 셈이다.

그간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러한 이종 결합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기대감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물론 손을 맞잡은 기업까지도 막대한 자금 지출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남아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종 결합이 이뤄질 경우 하루라도 빨리 수액을 실현하려다가 되레 더 나쁜 상황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익에 연연할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신약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신뢰도 필요하다.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해당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그러나 인수 또는 통합 기업 입장에서는 빠른 수익을 원하는 만큼 신약개발을 비롯한 회사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간섭이 시작되는 순간 신약개발은 방향을 잃기 쉽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경영진의 입장은 '바이오를 모르기 때문에 검증된 회사에 투자하고, 최대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

물론 이러한 두 가지 요건,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기다림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모두 갖춘다고 해서 이종 결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이 두 가지의 요건이 갖춰져야 손을 잡은 두 기업이 함께 성공할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제약·바이오 기업과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이 손을 잡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에 앞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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