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병원, 사라지는 의료인력‥"뜬구름 아닌 현실을 봐야"

먼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대안도 중요‥하지만 심각한 현실 해결할 단기적 대책도 시급
필수의료 상황 해결하려면 현실적 시도 계속 돼야‥의료전달체계 개편, 전문의 네트워크 제안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29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필수의료과 의사의 이탈, 필수 의료시설의 폐업 등이 발생하는 '작금의 사태'에 의사들이 모두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의사들은 뜬구름을 잡지 않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직언했으며,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요구했다.

지난 28일 제 14회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에서 마련된 '문 닫는 병원, 사라지는 의료인력(Closing Hospitals, Leaving Medical Personnel)' 포럼에서 연세대학교보건대학원 의료경영학과 장석용 교수는 "현재 의사 인력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다양한 자료를 분석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를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현재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맞다. 여기엔 한의사도 포함됐기에, 이를 제외하면 숫자는 더 줄어든다.

하지만 미래에도 의사 수가 부족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의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OECD 통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의사는 젊은 편이다. 55세가 넘은 한국 의사는 26% 수준으로 젊은 의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성이 높다고도 해석된다.

그렇다면 현재 의사가 부족하기에 국민의 의료 이용량도 적을까? 답은 '아니'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수요는 걱정스러운 수준이며, 높은 수요를 낮은 공급량으로 막아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독특성에 주목했다.

가격은 건강보험 정책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필수의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더라도 가격이 상승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국민이 필수의료에 지불할 의사를 파악하기 힘들어 가격 책정이 어려우며, 원가에는 왜곡된 의료 현장의 현실이 반영돼 수가 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로 인한 필수의료 분야의 저수가는 공급량 저하 및 의료질 향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의 엄격성도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의료인 형사 소추와 유죄 판결 위험이 매우 높다. 이는 필수의료 분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장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의 소득 및 처우 역전 현상은 결국 미래가 없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어렵고, 힘들고,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의 소득 및 근무 환경은 돈이 되는 전문과에 비해 열악하다. 세대의 변화로 더이상 의사의 사명, 헌신 등에 호소할 수 없게 되고 새로운 인력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이러한 필수의료 위기를 정부가 오롯이 책임져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정부는 정책 문제 정의를 잘 해야 한다. 구성 요소, 원인, 결과 등의 내용을 규정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과 이탈을 정책 문제로 정의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최우수 인재가 필수의료 분야로 진입해야 한다. 그들에게 장밋빛 미래와 자긍심을 줘야 하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필수의료 분야는 초과 이윤을 허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미차병원 김재화 병원장은 의료전달체계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바라봤다.

김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과도한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3차 병원에 너무 집중돼 있다. 2차 병원이 해야하는 일까지 3차 병원이 맡고 있어 응급실 뺑뺑이, 필수의료 인력의 공백 등이 발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박익성 교수도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해 공감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는 중증응급뇌혈관질환 시술 및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를 조사했다. 그 결과 20개 권역 155개 병원에서 490명의 전문의가 보고됐다. 그 중 400명은 신경외과 전문의였다.

박 교수는 "10년 전부터 응급실 순환당직제 등이 시행됐지만 의료전달체계 시스템 때문에 해결이 안 됐다. 응급중증뇌혈관질환에서 핵심은 신속한 의사결정임에도 병원을 통해서는 이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뇌혈관외과학회는 400명의 의사를 지역별로 나눠 해당 병원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동안 병원을 통한 의사 결정은 1~2시간이 필요했으나, 카카오톡을 활용해 상황을 공유하니 3분 이내로 조정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전문가들끼리 연결하는 일종의 전문가 네트워크 프레임을 만든 셈이다. 내가 속해있는 부천, 인천 지역에는 뇌혈관질환의 최종 치료가 가능한 13개 병원 35명의 전문의가 참여하고 있다. 이미 병원에서 판단을 받은 응급중증뇌혈관질환 환자가 대상인데 직접 전문의들끼리 공유하고 전달하다 보니 사망률과 치명률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학회의 시도에 정부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심·뇌혈관질환 전문의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작금의 사태 속에 박 교수는 전문가 네트워크 사업이 시범사업으로 남을 것이 아닌 전국적으로 빨리 확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주도하는 전문의 네트워크는 시범사업이다보니 전국이 아닌 몇몇 지역만 시행이 될 것이다. 시범은 시범사업으로 하고 하루 빨리 지역별, 전국적으로 시행이 돼야 한다. 의료인력이 없고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은 조율하는 데 오래 걸리겠지만 이러한 네트워크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직설적인 발언을 경청한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진상인 사무관은 필수의료와 관련한 정책들이 순차적으로 발표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의대생들의 교육 기회 제공, 전공의 술기 비용 지원을 통해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향,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된 소아과 의료 지원, 필수의료과 보상의 균형 등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진 사무관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라는 컨셉을 잡고 정책을 만들고 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답이 있다면 좋겠지만 필수의료는 상당히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분석하고 비용과 부작용을 살펴보며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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