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기금화 제도'는 갈 길 멀어

건보 재정 안정화와 혁신 신약의 접근성 함께 고려‥별도 '기금 운영' 대안
기금 조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다만 형평성·재정 규모·효율성 등 신중한 입장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17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강화는 매년 언급되고 있으나, 대안으로 제시된 '기금화 제도'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제약사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기금 조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고민 및 사회적 합의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 향상 정책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임상시험 조차 쉽지 않아 개발이 더디고, 허가를 받은 약제도 소수다. 그런데 희귀질환 치료제가 어렵게 국내에 도입이 됐어도 급여는 함흥차사다. 환자 단체를 비롯해 국회에서도 희귀질환의 특수성을 감안해 빠른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암, 희귀 등 중증질환 신약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항암제와 희귀의약품의 경우 2022년도 기준 환자수는 98만 명, 청구액은 3조 1792억 원 규모였다. 2018년 대비 2022년 환자수는 33.9% 증가, 청구액은 66.5% 증가했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생존을 위협하며 대체약제가 없는 질환 약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평가자료 사전 공유 등을 통해 처리기간을 60일로 단축함으로써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높인 바 있다.

또한 고가 중증질환 치료제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기대여명이 1년 미만으로 대체 약제가 없고 개선 효과가 충분한 소아희귀질환 치료제(신경모세포종, 진행성 담증 정체증) 2품목을 선정해 2023년 하반기에 식약처(허가심사)/심평원(급여평가)/건보공단(약가 협상)을 함께 진행하는 등재 기간 단축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환자단위 성과기반 환급제' 적용, '투약전 사전승인제' 시행, 투약 중단기준 설정 등을 통해 재정 영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등 고가약 급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추진에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귀난치성 치료제 기금을 별도로 운영하자는 방안은 계속 제시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혁신 신약의 접근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현실 속에 떠오른 대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국의 항암 기금처럼 제약사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2021년에는 복권기금을 활용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영국은 치료제의 신속한 접근을 위해 2011년 암 의약품 기금(Cancer Drug Fund, CDF)을 마련했고, 2022년에는 희귀의약품 기금(Innovative Medicines Fund, IMF)이 도입됐다. 현재 미국,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에서도 국고, 제약사 분담금, 민간단체의 기부 등을 활용한 별도의 의료비 기금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CDF는 국가보건서비스(NHS)가 기금을 조성해 영국의 보험 비용 감독기구인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에서 급여를 권고하지 않은 항암제 구입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고정 예산으로 약 3억4000만 파운드가 집행된다.

IMF는 최첨단 치료제에 조기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대 3억4000만 파운드가 할당된 IMF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신약 제공을 지원하는 동시에 실제 임상자료를 수집해 각 치료법이 임상적으로 비용효과적인지 NICE 최종 결정에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우리나라에 고비용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기금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금화 제도는 여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경우도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국내에서 기금화 제도가 운영되려면 건강보험에 급여 결정(등재)의 원칙인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을 훼손하지 않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구조의 원칙에 입각한 별도 의약품 기금 도입이 타당한지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만약 기금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돼 충분한 임상적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도입돼야 하는 의약품을 지원하려면 '선급여 후평가'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적용 대상의 선정, 보험 적용 가격의 수준, 급여 등재가 된 상태에서 추후 약가협상 시 다른 약제와의 조건 동일성 여부 결정 등 실무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기금화로 급여 절차를 밟게 될 희귀질환 치료제는 총액제한형, 환급형·환자 수 예측 초과 환급형, 환자단위 성과평가형 등 위험분담제 유형 3~4가지를 만들어 고가약의 재정 위험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권고됐다.

복지부 역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항암제 및 희귀질환치료제 등 고가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보장을 위해 제약산업의 사회적 기여에 기반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별도 기금 신설은 건강보험 재정 관리 체계, 질환별 형평성, 소요 재정 규모, 재정 운영의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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