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 눈앞 계속되는 의정갈등…의료공백 확대 위기

25일 사직서 제출 한달…의료공백 확대 우려 커져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도 한계에 다다랐다"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4-04-23 06:04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개혁 추진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의대교수 집단사직서 제출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데다 격무에 지쳐 휴진을 밝힌 의대교수들이 늘어나면서 의료공백이 커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일 정부는 기존에 고수해왔던 의대정원 2000명 모집에서 한발 물러나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해 2025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해 증원된 정원의 50~100%의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는 원점재검토를 요청하며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22일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만 자율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조삼모사식 흥정"이라고 비판하며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교수의 사명감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이번 주 출범 예정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의료개혁 추진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협과 대전협이 참여해서 온전하게 논의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 출범하게 된다. 본격적인 논의 시작 전까지 정부도 계속 참여를 촉구하고 대화를 해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우선은 의협과 대전협 참여가 없더라도 계획했던 의료개혁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오는 25일이면 의대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되면서 의대교수들의 집단이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민법상 의대 전임 교수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 처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진행한 복지부 브리핑에서 박민수 제2차관은 "일부 대학본부에 사직서를 접수한 것이 있지만, 형식적 요건이나 절차 등이 모두 갖추어지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사직서가 수리가 될 수 없다. 병원에 제출된 사직서 역시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교수들의 25일을 기점으로 일시에 집단이탈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워오며 의료현장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끝날지 모르는 정부와 의료계 갈등에 지친 교수들의 의욕이 꺾기면서 사직, 휴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은 오는 8월 말 사직의사를 밝히며, 담당 환자의 타 병원 전원을 지원하겠다고 안내문을 보냈다고 알려졌다.

충북대 의대와 충북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일주일에 하루 외래 진료를 휴진키로 했다. 이어 충남대학교병원, 세종충남대학교병원 비대위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며 "두 달간의 의료 농단 및 의대 입시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해 비대위 차원에서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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