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 산부인과 개원‥"두 번째 봄을 찾아주려고"

산부인과 진료·성상담·여성 성형 등 여성 건강을 지키고 알아가는 곳으로 차별화
산부인과가 나아지려면‥"기본적인 수가 향상과 무과실 책임주의는 사라져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16 06:02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두 번째 봄'이라는 간판을 단 산부인과 의원이었다.

필수의료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이슈가 터지고 있는 요즘, 압구정 2번 출구에 과감하게 의원을 개원하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선화 대표 원장<사진>의 각오는 대단했다. 환자들에게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주겠다'는 목표로 지은 이름답게 '두번째봄' 산부인과는 용기있게 문을 열었다.

◆ 치열한 경쟁 속, 개원을 택한 이유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봉직의로 근무하던 시절, 정선화 원장의 마음 속에는 항상 갈증이 있었다. 주체적으로 환자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고 싶다는 것.

"여성 질환이라든가 성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페이닥터의 상황에서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기가 매우 어려웠고 한계가 느껴졌어요. 개원을 하게 되면 보다 주체적으로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개원을 하게 된 곳이 압구정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원 등 많은 병·의원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어떻게 보면 과감하고, 또 다르게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고 볼 수 있다.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죠. 봉직의로 활동할 때 갈고닦았던 수술 실력을 그대로 사장시키고 싶지 않았고, 아무래도 여성 성형은 강남 지역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보니 이 곳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병원은 존폐의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제가 다시 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처에 분만 병원이 여럿 있었지만 저와는 결이 다르므로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개원한 의원이 바로 '두번째봄'이다. 병·의원 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네이밍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확실히 차별화된 이름이다.

"봉직의로 일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습니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보았죠. 죽고 사는 문제들은 대학병원에 가곤 하지만 개원가에서는 성적인 문제들로 상담을 오는 환자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잃어버린 청춘을 돌려드리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인생의 두 번째 봄을 돌려주는 가디언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의원 이름이 결정됐어요."

두번째봄은 산부인과 진료 뿐만 아니라 성상담, 여성 성형, 갱년기 치료, 피임 상담 등을 담당한다. 

이 연장선에서 정 원장은 작가이자 성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나, 시간 상 하기 어려웠던 주제들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두번째봄은 산부인과가 여성 건강을 지키고 알아가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차별점을 두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음순 수술, 질 축소 성형술 등 여성 성형의 다양화다. 또한 두번째봄에서는 다른 병원들이 잘 보지 않는 질환도 다룬다. 외음부 양성 종양질환이나 피부 질환, 질 건조증 및 성의학적 치료 등이다.

젊은 연령에서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정 원장은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고자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편안하게 와서 여성의 모든 건강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곳, 여성의 기능과 아름다움, 자존감을 끝까지 지킬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질환을 교과서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의학적인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마음 치유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는 법
 

필수의료의 위기 속에 산부인과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의료 사고의 부담과 처벌 위험은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 포기, 폐업을 이끌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활용해 의원 기관수를 검색해 본 결과, 의원급 중 산부인과는 ▲2018년 신규 45 - 폐업 53 ▲2019년 신규 49 - 폐업 46 ▲2020년 신규 34 - 폐업 41 ▲2021년 신규 55 - 폐업 40 ▲2022년 신규 60 - 폐업 46이었다. 2018년과 2020년에는 개원보다 폐업이 많았다.

산부인과 전공의 충원율은 2017년 97.8%에서 2022년 68.9%로 줄었다. 산부인과의 경우 이탈률이 많아 전문의 수도 2000년 253명에서 2023년 10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산부인과를 택한다고 해도 전공의의 절반 이상이 분만 대신 부인과나 난임 치료를 선택한다. 혹은 피부 미용으로 빠지는 전문의들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산부인과 인프라 붕괴는 응급상황 대처를 어렵게 하고 분만취약지 증가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18∼2021년까지 분만의료기관은 80곳이 문을 닫았고, 이에 따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05곳은 분만의료기관이 없는 '분만취약지'로 분류되고 있다.

게다가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택한 정 원장도 암울한 현실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정 원장은 산부인과의 기본적인 수가가 높아져야 하며, 무과실 책임주의는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일반의로 나가 미용 시술을 배우면 훨씬 돈을 잘 번다는 인식이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고생해서 산부인과 전문의을 취득해도 소송에 시달리는 현실을 두려워하고 있는거죠. 산부인과는 낮은 수가와 높은 소송률을 고쳐야 합니다.

산부인과에 방문하면 대부분은 골반 내진을 하고 질 안을 살펴 봐야 해요. 마치 청진을 하고 코와 입안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죠. 그런데 이런 '질강처치'가 한 달에 2~3번만 보험이 됩니다. 보험 수가도 6천 원 수준이죠.

수가 자체가 낮다 보니 2~3분 진료가 기본일 수밖에 없어요. 환자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교육을 하고 싶어도 빨리 환자를 빼야 병원 월세라도 채울 수 있는 현실이에요. 부디 충분한 상담과 그에 맞는 상담료를 매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정 원장은 산부인과를 택한 것에 후회가 없었다. 여성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산부인과에 매력을 느끼고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아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양수에 적셔진 아기를 안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지금 비록 산부인과의 상황이 안좋긴 합니다만, 제 마음 속에는 그 순간이 항상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정 원장은 두번째봄을 통해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겨나기를 소망했다.

"'두 번째 봄'이라는 이름처럼 산부인과를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바로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고, 언제든 내 몸을 맡겨도 될 곳으로 산부인과가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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