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에도 이어지는 강대강…의정 대화체 실상 '무위'

서울대 400명, 연세대 433명 이어 성균관대 731명 사직 제출
연세대·가톨릭대 비롯 전국서 사직 참여…'원점 재논의' 요구
정부, 2000명 확고 여전…의대교수 사직에는 '대화하자' 일관
의료계 간담회에 교수·전공의 불참…대화체 마련 기회 불발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4-03-27 06:04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의료계가 의대교수까지 대거 나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정부도 기존 방침과 입장을 유지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강대강 대치 속에서 대화로 타개책을 꾀했지만 실속은 얻지 못하고 있다.

사직서 제출한 의대교수 수천명…'원점 재논의' 해야

26일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개최했던 긴급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성균관의대 비대위 주관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소속 교수 880명 중 731명(83.1%)이 자발적 사직과 주40시간 법정 근로시간 근무 행동 대응에 찬성했다.

전날인 25일에는 서울의대에서 약 400여명이 참석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울산대 의대에서는 4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연세대 의대에서도 교수 사직서가 일괄 제출됐다. 연세대 의대는 지난해 10월 기준 전임교수가 총 603명이다. 가톨릭 의대에선 지난 14일 자발적 사직에 합의한 데 이어 26일 오후에 사직서 제출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내 주요 5개 상급종합병원과 연계된 의대를 비롯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산하에 있는 19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본격적인 사직서 제출을 논의·개시한 상태다.

이들은 일제히 의대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정부 입장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대에서는 '국민과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지금의 의대증원 정책을 즉시 멈춰달라'고 했고, 성균관의대에서는 '무리한 의대정원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흔들림 없다는 정부…전공의 때와 달리 '대화' 중점

이처럼 25일부로 전국에서 수천여명에 이르는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정부 역시 의대정원 2000명에 대한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정책 강행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2000명 의대정원 증원은 의료개혁 출발점"이라고 했고,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강경기조 속에서도 의대교수 사직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대응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직서를 내지 마시고 학교와 병원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대화의 자리로 나와 의견을 제시해주시기 바란다. 소모적 논쟁을 그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를 위한 건설적 논의를 함께 해나가기를 당부드린다'는 정도가 전부다.

이는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이전부터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집단행동금지명령' 등을 내리고, 제출 후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현장점검 실시, 법적 소송 검토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의대교수들을 향해 줄곧 대화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적극적인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부까지 더해지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오후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개혁 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의료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체가 구성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문제는 간담회가 반쪽짜리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5대 상급종합병원과 연계된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들과 서울대병원장,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의대교수나 전공의 등을 대변할 수 있는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들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었지만, 이들이 참석을 거부하면서 양측 간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끝내 마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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