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두 달…벼랑 끝 환자, 아프기 두려운 국민들

[인터뷰]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
"정부도 의료계도 위선…어떤 협의체든 복귀하고 해라“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4-04-19 06:05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지난 두 달, 중증질환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뒤에서 누가 밀어 던져진 기분입니다. 지인은 병원 검사를 받고 기다리는데 후회스럽다고 합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라는 겁니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고, 이에 반발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지 두 달. 굽힘 없는 의정갈등 영향을 받는 중증질환자 속앓이는 점차 커져가고 있다. 

대다수 중환자 피해는 영영 속앓이로 그칠 예정이다. 결국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 이들은 정부에도 의료계에도 기댈 곳 없는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18일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환자 피해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많고 크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먼저 중증질환자가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중증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중증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3차병원에서 2차병원, 호스피스병원으로 몰려나고 있다. 그러나 환자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다시 3차 병원으로 갈 순 없다. 최근 의료대란 사태로 위중증 환자를 잘못 받았다 사망 사례가 발생한다면 언론 주목을 받게 되고, 이를 꺼려하는 병원들이 환자를 받지 않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즉 전공의 부재로 치료 역량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현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이 악재를 더할까 두려워 마지막 치료를 위해 돌아오는 중증질환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두 달 전이었다면 위중증 환자라 특별한 치료를 해줄 수 없더라도 우선은 받고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상황이 변했다. 그들은 중증질환자를 받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사례가 정부 발표를 크게 상회한다고도 지적했다. 환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분노하더라도 끝내는 병원 치료가 필요하고, 병원과 질환, 연령 등이 특정되면 노출되기 쉬운 만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속앓이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란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 발표처럼 숫자로만 몇 건 접수된 피해사례보다 환자 피해는 훨씬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피해사례를 일괄적으로 다 공개하지 않는 이상 환자들은 개별 피해를 알리기 어렵다"며 "계속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구체적 사례를 공개할 수 있겠나. 분통이 터져 신고하고도 다음 날 이성을 찾으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환자 피해와 국민 불편은 현재를 넘어 미래로 확대되고 있다. 암 환자로 항암치료 등을 겪었던 김 대표는 이번 사태가 당장의 합의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현안에 대한 의정합의와 전공의 복귀 이후 몇개월이 될지 모르는 정상화 기간이 필요할 거란 시각이다. 김 대표는 중증질환자가 아닌 주변 지인 사례도 소개했다. 해당 환자는 최근 불편한 점이 있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후회 중이다. 김 대표는 "해당 지인이 검사를 괜히 받았다고 말한다.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냔 것"이라며 "환자와 국민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며 미래에도 몇 달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중증질환자들 분노는 정부와 의사를 가리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먼저 의사와 정부 모두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지난 2020년 9월 의정합의에 따라 논의를 약속했지만 양측 모두 충실한 준비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안정이란 명분 아래 수 년간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지난해 부랴부랴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일년 내내 정부-전문가 논의를 진행하고도 서로를 납득시키지 못한 채 정부는 강행,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이란 결과물만 내놨다는 것.

김 대표는 국민과 환자를 앞세우는 정부 의료개혁을 향해 '언제부터 우리 목숨이 그렇게 소중했냐'고 토로했다. 눈물을 흘리며 약값 투쟁에 나서도 본 체 만 체 하던 정부인데, 당시와 달리 이제와서 환자가 중요해졌냐는 지적이다.

의사에게도 일침은 가해졌다. 김 대표는 류옥하다 사직 전공의 기자회견 당시 중증질환자 분노가 최고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류옥 전 전공의는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ationwide Cancer/Choronic disease Triage Project, NCTP)'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마주한 환자들 반응은 '위선'으로 축약된다. 당장 갈 곳을 찾지 못한 환자와 가족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터 앉았는데, 전공의는 환자에 손을 내미는 액션만 취했다는 것. 이후 천공을 만나겠다는 주장도 환자 커뮤니티 반발을 샀다. 환자 입장에선 사태를 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전공의가 고생하고 힘들다고 쳐도, 그들이 삶에 대한 무게감을 지는 질환을 앓고 있냐"며 "위선적 언론 플레이에 그날 환자 분노는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사태 해결을 표방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국회발 사회적 협의체에 대한 의료계 입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미 일년 내내 의료현안협의체로 결론을 내지 못한 정부와 의료계 양자 협의체에 전권을 주면 결론을 낼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중증질환연합회 김 대표가 이번 사태에서 핵심으로 본 사안은 '복귀'다. 이를 위해 전공의도 정부도 전향적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적어도 중증질환연합회는 의료개혁특위나 국회발 사회적 협의체에 참여히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전제조건은 전공의 복귀와 의료 정상화다.

김 대표는 "전공의가 복귀하고 의료계가 정상화되면, 적어도 우리 단체는 특위나 협의체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면서 "의료계와 정부 둘이 전문가라 논의하겠다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복귀하고 하라. 둘이 뭘 하든 복귀는 한다는 전제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