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결국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환…장기화·난항 불가피

의료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필요성 언급…당정 결정에 부응
"심도 있는 검증 거쳐야…충분한 전문가 논의·평가 필요"
정부, 의료법 개정안 추진 병행 방침…검증 명분에 막힐 수도
시범사업 시 약 배달 포함도 문제…약사회선 반대 입장 견지

이정수 기자 (leejs@medipana.com)2023-04-11 06:09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윤석열 정부 주도하에 추진돼왔던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이 끝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한시적 제도에서 시범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검증 과정이 요구된다는 점, 약계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는 점 등 상황은 순탄치 않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입장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의료정책포럼' 이슈&진단에서 다뤄진 '비대면 진료(온라인 플랫폼) 현황과 개선방안'에서는 시범사업 필요성이 제시됐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그간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한시적으로 이뤄진 비대면 진료는 여러 문제점을 양산했다"며 "이로 인한 문제점 분석과 대안 마련은 정부는 물론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나서야 할 책무"라고 지목했다.

이어 "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 전문가와 정부,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와 검증을 거쳐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의료 질 향상은 물론, 국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도출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법적 책임소재 마련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수행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을 비대면 진료 논의를 위한 대전제로 제시했다.

박근태 내과의사회장도 9일 열린 대한내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재진 및 의료취약지 대상 여부, 수가 문제, 책임 소재 등을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한 후에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섣부른 제도화보다는 전문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면서 논의와 평가를 거쳐 국민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당정이 꺼낸 카드다. 지난 5일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논의를 계속 추진하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향후에도 합법적으로 이어지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범사업 전략은 의료법을 개정해 온전한 제도화를 추진해왔던 정부가 한 발 물러서서 마련한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면 제도화 과정은 실질적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까지 해온 의료법 개정안 논의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 입장과 같이 시범사업으로 검증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명분이 세워지면 이에 막힐 수 있다.

시범사업 전환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된 약사법 개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가 온전히 제도화되기 위해선 의료법에 더해 약사법까지 개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직역 단체 저항 등을 고려해 의료법 개정부터 완료 후에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대해 오해가 쌓이는 부분은 풀어줘야 할 것 같다.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은 잘 활용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의료법에 집중하고 그 다음에 약배달 문제가 담긴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사실 이제 약 배달 문제가 핵심이다. 약 배달 논의를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입장대로라면, 시범사업 전환 후 그 결과에 따라 의료법이 개정될 때까지 약사법 개정도 미뤄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시범사업 전환 과정에서 약 배달 사항까지 논의될 가능성은 남는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현 상황에서는 약사와 환자 간에 협의가 있을 경우 약 배달이 가능하다. 정부도 비대면 진료가 온전히 제도화되기 위해선 약 배달까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온전히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의협과 달리 대한약사회에서는 의약품 배달행위가 위법이라는 입장을 강력히 견지하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원천적으로 반대해오고 있다. 시도약사회 공지를 통해 약 배달 플랫폼 가입 회원 탈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약 배달을 포함시키려고 할 경우 난항은 불가피하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을 배달하는 것에 대해선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약 배달이 포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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