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절차와 내용' 모두 하자 많은 간호법, 대통령 '재의' 요건에 해당한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메디파나 기자2023-05-08 05:58

간호법이 5월 4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회의 손을 떠난 간호법은 이제 대통령의 결정만 남게 됐다. 간호법이 이대로 공포될지, 아니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에서 재논의하게 될지 늦어도 5월 19일이면 판가름이 난다.

간호법은 여당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표결 처리됐다. 보건복지부도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과 간호협회가 거부했다. 정부와 여당이 패싱당한 채 170석 민주당의 독주로 간호법이 강행처리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만이 아닌, 간호법을 반대하는 13개 단체의 의견도 무시당했다. 민주당은 13개 간호법 반대단체를 불러놓고 의견을 듣기는커녕, '원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국회는 논란이 큰 문제일수록 더 많은 논의를 거쳐 이해당사자의 갈등을 조정해야 마땅한데, 민주당은 특정직역의 편만 들면서 오히려 갈등과 분란만 키웠다.

간호법은 내용적으로도 여전히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제1조에 있는 '지역사회' 때문에 시끄럽다. 간호협회는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의료기관 개설 못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한다. 전형적인 '왜곡'이다. 의료기관 개설은 간호법과 아무 상관없고, '단독개원'도 의료기관 개설을 말하는게 아니다. '진료보조'도 의료기관에서건, 지역사회에서건 모두 의사지도 하에 해야 하므로 문제가 안된다.

정말 문제가 되는건, 지역사회에서 '간호', '보건활동'이란 이름으로 의사의 지도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장기요양 어르신들 대상으로 하는 '방문간호센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하는 '건강증진센터'나 '헬스케어센터'를 개설해서 의사의 지시도 없이 간호사가 단독으로 간호라는 이름으로 '검사'도 하고, 환자상태에 대한 '판단(진단)'도 하고, 간호 '처치'라는 의료행위도 할 수 있게 되는 게 간호법이다. 이게 간호법 반대단체가 지적하는 '간호사 단독개원'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해 좋은 일인지, 아니면 오히려 어르신 건강과 안전에 위험이 되는지 먼저 사회적 합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전에는 간호법에서 '지역사회'를 삭제하거나, 아니면 간호사 업무를 의료법에 존치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간호법을 둘러싼 간호사업무 확대와 타 직역 업무침범 논란은 현재 수준에서 멈출 수 있게 된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고졸 학력제한은 법률적으로 더 심각한 하자가 있다. 고등교육법상 전문대에서 간호조무과를 만드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하지만 시험응시자격을 주지 않으니 전문대 간호조무과를 졸업해도 사설간호학원에서 학원비를 내고 1520시간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헌법재판소도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에게 시험응시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인정했다.

위헌이라는 얘기다. 미용사, 조리사 등 320개 국가자격이 있지만, 모두 특성화고, 학원, 전문대에서 교육할 수 있고, 동등한 시험응시자격이 있다. 우리나라 모든 직업 중에서 시험응시자격을 고졸로 제한한 것은 간호조무사가 유일무이하다.

더구나 국회의원까지했던 전 간호협회장은 "간호조무사는 고졸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로 묶어놓고, 한국판 카스트제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차별은 간호법 곳곳에서 나타난다. '간호사등'으로 규정하면서 간호조무사를 '간호인력'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나, 기능이 같은 직종협회를 '할 수 있다'고 임의단체로 규정한 것이 그 일례다. 이러니 간호협회는 지금 간호조무사와 '격이 안맞다'면서 대화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조선시대 '반상(班常)'타령을 보는 듯하다.

이렇듯 보건의료 직종 간 논란이 많고, 위헌요소마저 있는 간호법이 지금 대통령의 결정만 남겨놓고 있다. 간호협회와 민주당은 대통령 공약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대통령 공약이 아니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에 문제가 많다고 공식적 입장을 밝혔고, 여당은 대통령께 재의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께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사회적 논란이 되는 법안 ▲여야 합의가 아닌 일방 처리로 통과한 법안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간호법은 대통령께서 제시한 거부권 행사 기준에 충분히 부합한다고 본다. 법조인이신 대통령께서 간호법의 위헌적인 조항도 충분히 아실 것이고, 공정과 상식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내리실 것이라 믿는다.

[기고]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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