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의 여정,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꾸준히 하는 것"

[인터뷰] 신영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에이비온 대표)
2023 대한약학회 학술대회 '이은방 신약개발대상' 1회 수상
의대 졸업 후 약대 교수 그리고 기업 대표까지…바이오마커 기반 신약개발 노력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3-11-29 06:01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천연물 신약 스티렌을 개발한 이은방 선생님의 이름을 단 상인만큼 어깨가 무겁지만, 신약개발에 자신은 있다.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 시장에 나오는 약을 개발하라는 뜻으로 이 상을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신약개발 여정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격려이자, 힘을 내서 꼭 신약을 완성해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대한약학회가 이은방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의 후원을 받아 올해 신설한 '이은방 신약개발대상'의 1회 수상자로 만난 신영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수상에 대한 무게감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신약개발을 향한 열정을 내비쳤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면역병리학 박사 학위를 거쳐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신 교수는 약학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순간, 신약개발의 길을 걸어가기로 다짐했다.

대학원생 시절 산업계와의 소통 경험을 쌓으며 항체(Antibody)를 중점으로 연구했던 신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마커 기술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했다. 

"약대에 와서 '신약개발의 성공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에 대한 답은 '예측가능한(Predictable)' 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맞는 신약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 '바이오마커(Biomarker)'였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 생체물질로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로 병에 대한 진단을 하거나 치료 반응을 예측 및 측정할 수 있는 표지자로 사용된다. 

2000년대 중후반, 바이오마커에 집중해 연구를 진행했던 신 교수는 "당시에는 바이오마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이상적인 이야기라며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렇지만 안 된다는 것에 도전해 10년, 20년을 꾸준히 하다보면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신 교수가 약대 진입 초기 바이오마커에 집중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을 위해서였다. 특정 약물이 반응할 수 있는 환자를 임상 전 선별하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맞춤형 표적치료제로서의 신약을 개발해야 그 효과 또한 최적으로 발휘될 수 있고, 각종 허가의 허들도 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신약개발의 방향성은 동반진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신 교수는 과거 몰두했던 바이오마커 기술을 다른 기업들에게 라이센싱 하고, 신약개발이라는 목표를 위해 코스닥 상장 기업 '에이비온(abion)'의 대표로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에이비온은 최근 미국에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해 글로벌 폐암 전문의들의 인정을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한 c-MET 돌연변이 타깃의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치료제 'ABN401'(약물명 바바메킵/Vabametkib)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과 연구가 가능한 항체치료제 'ABN501', 호흡기 바이러스의 예방적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ABN101'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 기반 혁신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환자맞춤형으로 약물을 사용하기 위해 치료 타깃을 더욱 세분화한 '정밀 의료용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근 성공을 거두는 글로벌 신약의 추세"라고 밝힌 신 교수는 점차 의약품이 다수의 인원에게 같은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에서 타깃의 정밀성을 높인 프리시즌 메디신(Precision Medicine)을 지나 궁극적으로는 'N of 1' 모델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바이오마커 기반의 신약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개발 초기부터 바이오마커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은 신약 후보물질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확실히' 좋은 물질(후보)을 가지고 개발이 이뤄져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잘 정제된 스몰 데이터를 큐레이션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활용해 보다 확실한 후보물질 및 바이오마커를 찾아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구 결과에 대해 많은 외부 전문가로부터 평가를 받아 그 내용을 수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개선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약개발 성공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 신약시장은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이라는 틀에 갇혀있었던 데다, 시장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표적치료제 신약 개발을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 성공 사례가 나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 교수는 "신약개발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개발해서 도전해야 빠르게 진전할 수 있다"면서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엑셀런스(Excellence)가 아니라 유니크니스(Uniqueness)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종의 '아이템 게임'인 제약바이오 산업은 패스트팔로워라고 하더라도 기존의 약들과 차별화 된 부분이 확실하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성공적인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성을 노려야 하기 때문에 자본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규제기관인 식약처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 종합기구(PMDA),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등 다른 국가들의 규제를 확인하고 글로벌 기조에 발맞춰 가며 글로벌 규제 시장을 리드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신 교수는 신약개발의 길을 걸어가는 후배들에게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길을 가는 것이 멀리 볼 때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10년, 20년 하는 것이 신약개발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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