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의 교두보' 임상약리학의 일보 전진(一步前進)

[인터뷰] 대한임상약리학회 최성준 회장, 윤영란 이사장
1992년 창립 후 31주년, 학회 성장을 위한 사단법인화 추진…올해 말까지 전환 목표

조해진 기자 (jhj@medipana.com)2023-12-06 06:05

(왼쪽부터) 대한임상약리학회 최성준 회장, 윤영란 이사장, 김태은 홍보이사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 기자] 환자의 약물 치료는 개인 맞춤형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같은 약이라도 개인마다 신체적 특성이 달라 효과나 부작용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임상약리학'이다. 임상약리학은 약의 효과, 부작용 등을 확인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신약개발의 실험 단계부터 전임상, 임상시험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약물의 인터랙션을 살피며 신약 완성의 '교두보(橋頭堡)'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신약개발의 전 과정에 참여가 가능한 임상약리학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의 임상약리학 인정의 자격을 부여하는 대한임상약리학회(이하 학회)는 1992년 창립해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했다. 

학회에는 임상약리학 안에서도 약물유전체학, 약물대사체학, 약동학, 약력학, 계량약리학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임상약리학자를 비롯한 제약사, 신약개발연구센터, 임상시험센터 등 임상약리학 관계자 50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해 각자의 역량을 여러 분야의 현장에서 발휘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최성준 제20대 대한임상약리학회 회장은 "그동안의 30년은 임상약리학의 기초를 쌓고, 발전의 기틀을 만들었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임상약리학자들이 다양한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학회 설립 당시에는 별도의 임상약리학 교육 수련 프로그램이나 시설, 공간마저도 제대로 없었다. 그러나 학회 회원들의 노력 끝에 2000년 초반부터 신약개발을 위한 초기임상시험의 활성화, 국가임상시험사업단의 설립, 2011년 첫 임상약리학 인정의 배출, 임상약리학 발전을 위한 국내외 학회와의 교류 등 활발한 활동이 이뤄졌다. 

그 결과, 학회는 국내 개발 신약의 시스템 및 인프라 구축, 국산 신약 대부분의 초기 임상 단계 담당 등 국내 임상시험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임상약리학계 국제 무대에서도 단위 국가 학회 중 대표적 성공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임상약리학의 성장과 최근 의약 트렌드에 힘입어 병원이나 임상시험센터, 제약·바이오 기업, 학교 등에서 필요로 하는 임상약리학자의 수요는 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력풀이 미국 등에 비해 크게 적은 국내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학회 차원에서 ▲인력양성(장학금 및 취업 지원) ▲제약사 및 바이오 기업, 투자기업 관계자 대상 상설 교육 ▲임상약리학 서적 한글화 및 출판 등 다양한 사업 진행이 필요해졌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관련 정책 및 규제 마련 시 요청하는 전문가 자문을 개인이 아닌 학회 차원에서 의견을 종합해 진행하면, 임상약리학의 지식과 정보, 미래의 방향성을 더 종합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전문가들의 통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윤영란 이사장은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더 많은 정책과제를 수주하면 젊은 교수들도 참여 기회를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종합적으로 정책 및 규제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처럼 학회 역할의 확대와 영향력 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직의 구조를 더 완벽히 구성해야 하고, 재무적으로도 독립이 필요하다. 이에 학회는 올해 말까지 식약처 산하 사단법인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신청서는 제출했고, 심사 중에 있다. 

 
          최성준 대한임상약리학회 회장
최 회장은 "기존의 학회도 하고자 하는 일들을 충실히 진행했지만, 목적 사업 운영과 학회 차원에서의 영향력을 더 발휘해야 하는 필요가 있어 사단법인 전환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사단법인으로 전환 시 회원들의 회비 모금을 바탕으로 탄탄한 교육사업을 실시해 더 많은 임상약리학자가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제약업계 및 바이오텍, 기초연구소 등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학회가 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의사·약사단체뿐만 아니라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교수, 연구직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도 네트워킹을 나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힌 최 회장은 "신약개발은 약물의 효능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 즉 약물 경제성 평가도 굉장히 중요하다. 부작용을 줄이기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도전들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학회는 중재를 하거나, 때로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학회의 오래된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임상약리 인정의 제도를 전문의/세부전문의 제도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생각도 밝혔다. 

윤 이사장은 "인정의가 아닌 전문의로 임상약리학의 입지가 상승하면 임상약리학을 선택하는 전공의들도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학회의 영향력은 결국 사람인 것 같다. 앞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진성 회원을 늘릴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해 회원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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