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수가협상'을 보는 시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4-27 06:00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올해 수가협상은 다를 것이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지와는 달리, 큰 변화는 체감하기 힘들 듯 보인다.

물론 매년, 그리고 매번 수가협상은 쉽지 않았다. 수가협상은 그 해의 살림을 책임지는 수가 인상률을 놓고 치열하고 첨예한 의견이 오고 간다.

한 쪽은 보상 차원의 수가 인상을 요구하지만, 다른 한 쪽은 최소한의 수가를 유지하려고 줄을 당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동안 공급자 단체가 큰 불만으로 제기해 왔던 것은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성공적인 협상 진행을 위해서는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해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협상 타결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수가협상은 종료일이 돼서야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결국 협상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제한돼 충분한 의견 개진의 기회 자체가 적다는 불만이 계속됐다.

이에 건보공단은 올해 상호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협상의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올해는 준비 과정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당장 5월부터 수가협상이 시작됨에도 12기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이 늦어졌다. 통상적으로 3월 말에 구성돼 4월에 첫 재정위 회의를 열었으나, 전반적인 일정 자체가 지연지고 있다.

재정운영위는 직장가입자 대표(노동조합 5인, 사용자 단체 5인), 지역가입자 대표(농어업인 단체 3인, 도시자영업자 단체 3인, 시민단체 4인), 공익대표(관계 공무원 2인, 건강보험 학자 8인) 등 총 30명으로 운영된다.

그간 공급자단체는 협상 과정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밴드 설정을 위해 공급자단체가 재정운영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건강보험의 한 축인 공급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입자의 일방적 논리로만 설정되는 밴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 구조에 대한 지적이었다.

의료계에서는 재정위에 공급자 단체가 포함되지 않으면 수가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공단은 요양급여비용 계약 제도 개선을 위해 수가(환산지수) 조정 모형을 고민했다. 기존에 해 오던 '수가협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이 적용하는 SGR 모형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수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1. SGR 개선 모형 2.GDP 증가율 모형 3. MEI 증가율 모형 4. GDP 인상률과 MEI 증가율 연계 모형이 제시됐으나, 모형 선정에 대한 공급자와 가입자 단체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올해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공단은 올해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밤샘 협상을 탈피하기 위해, 마지막 날 5월 31일 열리는 재정소위원회 개최 시간을 기존 저녁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조차 공급자 단체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가협상 때마다 전체 수가 인상 분, 즉 추가재정소요액(밴딩) 공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앞당겨진다 해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협상은 하지 못하고 수용 혹은 불수용의 결정만 남을 것이라고.

분명 건보공단은 지난해부터 올해 수가협상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졌다. 매년 되풀이되는 깜깜이 수가협상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확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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