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암인 신장암, 치료 급여옵션은 너무 제한적"

[인터뷰] 18년째 한국신장암환우회 이끄는 백진영 대표 
"면역+표적 병용요법 많이 출시됐지만…급여 문턱 높아"
"카보잔티닙 등 급여화 통한 치료제 선택 범위 넓어져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3-12-26 06:05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신장암은 '침묵의 암'이라 불린다. 병변이 진행되더라도 다른 암종과 다르게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계에 따르면 신장암 환자 중 약 30%는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로 발견된다.  

결국 전이되거나 재발한 환자의 경우 완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신장에만 암이 존재하는 '국한 단계' 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90% 이상으로 양호하지만, 다른 장기에 원격 전이된 경우 생존율이 18.6%에 불과하다. 

또 신장암은 전체 암 유병자의 2.4%를 차지하며 암 발생률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신장암환우회를 18년째 이끄는 중인 백진영 대표는 "그럼에도 신장암에 대한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라면서 "특히 표적치료제인 카보잔티닙이 2차 치료부터는 비급여로 묶여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효과가 좋은 약제를 앞선 치료 차수에서 사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비투명세포암 환자들이 카보잔티닙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빨리 급여가 적용되어 재정적인 부담을 덜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진영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신장암환우회장을 맡은 지는 얼마나 되었고, 환우회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 환우회가 2004년도에 온라인 카페로 환자들이 모이기 시작됐다. 2006년부터 환우회가 공식화되면서 제가 회장을 맡았고, 지금까지 약 18년 정도 됐다. 지금까지 환우회 누적 회원수는 약 1만6000명 정도이며, 실제 1만2000명 정도로 예상된다.

Q. 신장암환우회장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저희 남편이 당시 신장암 환자였고, 치료할 약제가 없어서 직접 찾아다니게 되면서 환우회 활동까지 이어지게 됐다. 전이 후 진단을 받은 남편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가 없었지만 당시 수니티닙, 소라페닙과 같은 표적항암제의 출시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는 면역항암제가 나오면서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같이 사용하는 병용요법들도 많은 상황이다.

Q. 환우회장으로서 이 일을 계속해 나가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 남편이 처음 진단받았을 시 신장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많이 알려진 간암, 유방암, 폐암과 같은 암 외에는 정보가 매우 부족했다. 저희는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교수님도 찾아가서 교육을 받으면서 힘든 투병과정을 겪었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신장암과 관계없는 삶을 살아도 되지만 새로 진단받고 투병하는 환우분들에게 저와 같은 어려움을 덜어드리고자 아직도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

Q. 환우회에서 신규환우들에게 질환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는 건가?

-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보호자가 본인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병원 및 치료분과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있다. 병원과 주치의 소개를 하고 있지는 않고,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해도 될지 또는 치료 영역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있다. 약제들이 많지만 급여로 쓸 수 있는 약제는 제한적이다. 급여와 관련된 정보와 환자들이 잘못 알고 계시거나 모르고 있는 임상연구 정보들을 공유해드린다.

Q. 신장암의 경우 다른 장기의 암과 달리 몸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검사를 받게 된다고 알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진행이 너무 많이 된 것이 아닌가?

- 예전에는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방문하거나 혹은 우연히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3~4기로 진단받는 분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을 많이 받고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발견되는 분들이 많아져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젊은 20~30대 환자 층도 굉장히 늘어났다.

Q. 신세포암의 약 20% 정도를 차지하는 비투명세포암은 아직 많이 낯선 암이다. 투명세포암과 비투명세포암의 차이가 무엇인가?

- 신장암은 크게 투명과 비투명으로 나뉘며, 치료 시 분류에 따라 급여 조건이 다르다. 전체 암 중에서 신장암의 환자수는 적은 편이며, 그 중에서도 비투명세포암 환자수는 더 적다. 이로 인해 치료제 개발을 위한 환자 수 모집이 어렵고 실제 임상연구 기간도 오래 걸려 관련 치료제가 나오기 어렵다.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비투명세포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약제가 거의 없으며, 급여혜택이 적용되는 약제는 한 가지로 유일하다. 비급여인 면역항암제 단독 또는 병용 치료 시 한 달에 약 1000만원 이상을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기에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Q. 비투명세포암 환우분들의 치료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로 인한 삶의 질 관련 영향에 대해 궁금하다.

- 암 환자로서 삶의 질은 투명세포암과 비투명세포암 환자들 간의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고 본다.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치료제 옵션 너무 부족하다면 삶의 질을 논할 수조차도 없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비투명세포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 중,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가 단 하나다. 해당 약제로 1차 치료가 끝난 이후부터는 모두 비급여 치료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과 실비보험이 적용되는 분들 외에는 치료를 이어 가기가 어렵다. 환자 본인이 선택해서 신장암 중 비투명세포암에 걸린 것도 아닌데 치료제 옵션에 제한이 따르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이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이 굉장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Q. 비투명세포암의 1차 이후는 모두 비급여라고 말했는데, 2차 치료에서 효과가 기대되지만 비급여인 약제들은 어떤 약제들이 있나?

- 신세포암 중 투명세포와 비투명세포 치료에서의 사용 가능한 약제가 다르다. 비투명세포암에서 적용할 수 있는 약제들은 굉장히 제한적으로 1차에서 수니티닙과 파조파닙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신세포암 치료 경향을 보면 1차부터 면역항암제 병용치료를 진행하며, 2차 치료부터는 카보잔티닙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만 카보잔티닙이 비급여이기 때문에 제약사 차원에서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환자들의 경제적인 고민이 크다.

비투명세포암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의 수가 많지 않고 이분들에게 조금 더 치료제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길 바란다. 비투명세포암 환자의 대부분이 카보잔티닙을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환자수가 적지만 좀 더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Q. 카보잔티닙 치료 시 환자분들에 대한 반응률이 다른 약제에 비해서 좋은 편인가?

- 2차 치료제로 카보잔티닙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치료기간을 잘 유지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2차 치료 실패 시, 카보잔티닙 만큼의 효과가 있는 약제가 없는 상황이다. 1차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약제를 교체하는 기간동안 환자 상태가 계속 안 좋아지고 병이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효과가 좋은 약제를 앞선 치료 차수에서 사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투명세포암 환자들이 카보잔티닙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빨리 급여가 적용되어 재정적인 부담을 덜게 되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가장 중요한 건 많은 치료제들이 허가를 받고 있고 고가의 항암제들이 많이 나오면서 최근에 약제들의 효과도 많이 좋아졌다. 급여가 적용되기 전까지 환자들이 사용하기에 제한이 많이 따른다. 약제를 허가 받고 급여가 적용되는 과정이 더 줄어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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