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코로나19가 남긴 교훈, '인포데믹'에 대한 경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6-02 06:04

[기자수첩 = 박으뜸 기자]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인포데믹(infodemic)'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가장 민망한 민낯을 보여줬다.

인포데믹은 소문이 검증이나 수정의 가능성 없이 확산돼 가짜 뉴스로 변질되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19 펜데믹 동안 전 세계적으로 허위 정보가 디지털로 확산됐다. 마치 전염병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은 인포데믹은 전염병과 같이 전 세계적 공황이나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균형잡힌 판단을 흐리게 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구조에 영향을 미쳐 시장 경제와 정부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BRIC의 '인포데믹이 질병 연구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는 인포데믹이 어떻게 건강을 해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돼 있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정점을 찍던 2021년 1월 5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도시에서는 송전탑 3개가 불에 타 없어졌다.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바이러스가 5G 무선통신망을 타고 전파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괴소문은 2020년 4월 영국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영국 곳곳에서도 송전탑이 박살났다.

연구 논문은 정확한 정보를 보장하는 것보다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이 더 쉽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3개월 동안, 허위 정보로 인해 최소 800명이 사망했는데, 여기엔 코로나19 치료제로 메탄올과 알코올 성분 세척제가 좋다는 거짓 정보가 악영향을 줬다.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정치인이자 인플루언서였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서 확산됐다.

코로나19 백신이 유전자를 변형시킨다는 허위 정보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비롯됐다.

일반 개인과 대중은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보 이해 및 표현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해 인포데믹에 빠지기 쉽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초기 30일 동안 1만 9천2백 개의 뉴스와 학술 논문이 쏟아졌다. 또한 3억 6천1백만 개의 유튜브 동영상이 코로나19를 알렸다. 이 중엔 코로나19 관련 중요한 콘텐츠나 정보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비슷한 정보를 재확산하거나 허위로 꾸며진 정보들이었다.

이러한 인포데믹으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도 우려를 표했다.

연구 논문 저자는 인포데믹은 인류가 마주한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라고 비판했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듯이, 인포데믹도 인류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고.

디지털의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인류는 어쩔 수 없이 인포데믹이라는 불편함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결국 인포데믹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다. 우리는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고 해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보의 피로를 극복하고,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한 행동을 바로 잡아야 한다.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갖고 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현재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민망한 민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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