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문턱' 낮아지길"‥드라마가 주목한 현실

정신건강의학과가 어떤 진료를 하는지 정보 부족‥기록·비용·약물 부작용 등 오해 여전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11-02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박보영의 소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간호사의 정신병동 출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좀 더 낮아졌으면 한다"며 "힘들 때 꼭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드라마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큰 문턱은 '편견'과 '오해'다.

'정신과'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과거, 정신과 병은 용어 자체가 사회적 낙인에 가까웠다.

이를 깨고자 2011년 신경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이름까지 바꿨다. 새로 바뀐 이름에는 단순히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정신질환 예방, 정신건강 증진 등의 범위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편견과 오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끝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가 정신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덕분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들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서비스 이용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계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일반 의료기관처럼 쉽게 가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진료를 하는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직시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우리나라 정신건강 인식 및 서비스이용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정신과 진입장벽 중 제도적 불이익과 사회적 인식이 절반 이상(61.8%)을 차지했으며, 그 중에서도 정신과 기록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세대별로 정신과의 진입 장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니어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제도적 불이익과 사회적 인식이 1, 2위로 나타났다.

10대들 사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이 대학입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고, 20대는 기록이 남아 취업에 영향 미칠 것이란 우려를, 30~40대는 보험가입 불이익을 고려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인 진료기록을 본인 동의 없이 제3자가 열람하는 것은 불법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한 진료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이자 법적으로 보호 받는 기록이다"며 "채용이나 임용, 승진, 대학 진학 등에 정신건강 정보가 제공된다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관련 학회들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때문에 부당한 일이 없도록 다양한 지침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할 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오해도 있다.

그런데 비용은 개인마다 달라진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 비용은 흔히 진료비와 상담비용 등으로 산정하는데, 환자별 증상과 시간에 따라 편차가 있다.

약물 치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은 부작용이 심하거나 의존성이 크다는 오해가 있다.

전문의 처방 하에 복용하게 되는 의약품은 대부분 치료 허용 용량에서 사용되므로 의존과 내성 가능성이 적다. 더불어 오랜 기간 사용된 치료제들은 이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데이터가 누적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인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으로 해당 진료과에서 처음으로 진찰을 받은 초진 환자 수가 매년 늘고 있다.

그렇지만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질환을 특정해 보도하는 행태, 이로 인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질환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여러 선행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조기 발견 실패율이 올라갈 경우 치료 중단, 만성화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들은 감기에 걸리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처럼, 자신의 상태가 의심이 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우울증·조울증 등은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정신질환인 만큼 정부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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