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골막천자‥'무면허' 여부 놓고 병의협과 A재단, 갈등 악화일로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간호사 골막천자 행위 불법 무면허 행위로 규정‥대법원 상고심 진행
병의협, A재단 상고 이유 조목조목 대응‥판결에 따라 의료인 업무 범위 파장 예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3-09-06 11:5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을 놓고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 A재단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골막천자는 혈액 및 종양성 질환의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침습적 검사다. 환자의 둔부 상단에 있는 후상장골극에 일반적인 정맥 주사침보다 수십 배 굵은 주사침을 찔러 뼈 속에 있는 골수만을 선택적으로 채취하는 의료 행위다.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이 시행하는 채혈이나 정맥주사와는 달리 극심한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시술 중 환자가 통증 등으로 인해 움직이게 되면 골반 내에 있는 혈관이나 장기에 직접적인 천공이나 파열까지 유발될 수 있다. 이에 성인의 경우는 국소마취를 시행한 이후에 시술을 진행하고, 소아의 경우는 국소마취뿐만 아니라 수면 진정 마취까지 해 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진행한다.

지난 2018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PA 불법의료 신고센터에는 서울 소재 대형병원인 A병원에서 골막천자를 의사가 하지 않고 간호사가 전담하고 있으며, 해당 행위를 할 때 의사의 입회나 지도조차 없었다는 내용이 접수됐다.

병의협은 A병원 재단을 곧바로 검찰에 고발했고, 경찰 및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2021년 5월 13일 서울동부지검은 간호사에 의해 불법으로 이뤄진 골막천자 행위에 대해 A병원 재단을 3000만 원 벌금으로 약식기소했다.

반면 2022년 8월 11일 서울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일부 외국의 경우 해당 행위를 간호사가 하고 있다는 점, 국제 학술지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시행했다는 내용을 기술했으나 국제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다는 점, 의료법 내에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하면 안 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 해당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해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A재단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병의협도 1심 판결에서 드러난 무죄의 논리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해당 행위가 의학적 관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지난 2023년 7월 7일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병원 재단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A병원 재단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는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병의협은 "지금까지 골막천자라는 의료행위는 그 위험성과 중요성 등의 이유로 의사인 내과 및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또는 전문의들이 주로 직접 시행해 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중 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A병원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제보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이러한 상식적인 개념조차 대한민국 대표 병원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A재단이 반박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먼저 A재단은 상고이유서에 병의협이 개원의사들로 구성된 단체이기에 고발의 적격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병의협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병원에 고용돼 봉급을 받고 근무하는 의사들이 회원으로 돼 있다. 이들은 주로 종합병원, 중소병원, 요양병원 및 의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다. 해당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하거나 목격한 의사들의 단체이므로 고발의 적격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A재단에서는 골막천자를 후상장골극에서 시행하는 경우 마치 매우 안전하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의협은 후상장골극에서 골막천자를 시행한 후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증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다수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병의협은 "일반적인 의학 교과서나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후상장골극에서 골막천자를 시행했을 경우 안전하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은 이전에 치명적 합병증이 많이 발생했던 흉골에 대한 골막천자에 비해 안전하고 어렵지 않다는 의미일 뿐이다. 사고 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의협은 "침습적 의료행위를 의사만이 하도록 하는 이유는 숙련도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행위 이후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가 아니고서는 즉각적이고 올바른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시행한 골막천자로 인한 합병증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없고, 직접 시술을 시행하지 않은 의사는 환자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골막천자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인정된다면, 현재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수술도 반드시 의사가 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가 된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병의협은 의료 시스템과 제도가 판이한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적용해 무면허 의료행위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의료인들의 업무 범위는 국가마다 판이하게 다르다.

실제로 미국 및 유럽 등에서는 진료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PA)에 대한 교육과정과 보수교육 과정을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PA 제도를 공인된 자격증 제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PA에 의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PA가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외국과 같은 체계적이고 철저한 PA 교육 시스템도 없고, PA에 의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도 PA가 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에서 이뤄지는 PA에 의한 의료행위는 불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병의협은 "A재단 고발 이전까지 국내 일부 병원들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골막천자를 한 경우가 바로 대부분 간호사인 PA들에 의해 이뤄진 불법 의료행위였고, A병원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재단은 A병원에서 일반 간호사가 아닌 종양전문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전 판례나 보건복지부 유권 해석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병의협은 "전문간호사는 간호사가 모든 영역의 간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호 업무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만들어진 제도이지 의사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이번에 고발된 간호사의 근무 시기나 전문간호사 자격 취득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종양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이전에는 골막천자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의료행위의 숙련도는 무면허 의료행위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골막천자를 직접 수행했던 간호사가 숙련도가 높아 한 건의 의료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해당 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던 불법 대리수술 문제도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A재단은 상고이유서에 고발 이전까지 A병원 이외에도 네 곳의 대형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골막천자 행위가 있어왔다고 폭로했다.

병의협은 "A재단이 언급한 네 곳의 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골막천자 행위가 있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고, 해당 행위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가 진행된 바도 없기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A병원 간호사의 골막천자 행위가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A재단은 간호사에게 골막천자를 지시한 의료진과 골막천자를 수행한 간호사 모두 해당 행위가 불법행위였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병의협은 "이는 현실적으로 사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부 병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수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접한 일반적인 의사들은 그 사실을 듣자마자 그 불법성을 바로 인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불법성 인지는 일반적인 간호사들에게 질의해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A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 시술을 한다고 해서 이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병의협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인정되는 침습적 의료행위는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는 골막천자 시술을 시행하는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 해당 행위를 간호사가 하고 있어야 하고, 간호사가 그 행위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환자들에게도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간호사에게 골막천자 시술을 맡기는 병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간호사의 정맥 채혈 및 주사 행위도 오래 전부터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행위로 결정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의료행위, 그중에서도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와 법체계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을 해왔다. 

골막천자라는 매우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된다면, 골막천자에 비해 덜 침습적이지만 지금까지 의사가 하도록 규정해 왔던 수많은 의료행위들의 행위 주체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병의협은 "이번 A병원 간호사 골막천자 사건은 그 판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의료인 업무 범위와 관련된 문제에서 중대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 변화가 만약 의사를 제외한 직역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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