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단어에 가로막힌 부정맥 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생존율·비용·삶의질까지 향상…美 학회는 필수 사용 권고
국내선 복지부 유권해석에 막혀…부정맥학회, 도입 촉구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8-21 06:06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3개월 전에 돌아가실 뻔 했네요. 심장에 이상 징후가 있었습니다."

국내서 부정맥으로 심장내 삽입장치(CIED, Cardiac Implantable Electronic Device)를 달고 내원한 환자에게 의사가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실시간으로 이상징후를 파악해 환자에게 연락하고 조치할 수는 없을까.

해외의 경우 이미 심장내 삽입장치를 통한 이상징후가 파악되면 환자에게 연락해 필요한 조치와 내원을 안내하는 원격 모니터링이 도입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술은 마련돼 있지만, 원격 모니터링도 원격진료로 보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가로막혀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한부정맥학회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심장내 삽입장치 이식 부정맥 환자 대상 원격 모니터링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부정맥 환자에게 갑작스러운 심장 리듬 변화는 치명적일 수 있고, 불시에 찾아올 수 있다.

기존에는 환자가 정기적으로 내원하면 CIED에서 정보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1년에 4회 정도 방문해 박동기 상태와 심장전기도 등을 분석하지만, 후향적 레포트에 그친다.

내원 3개월 전 이 같은 징조가 보였고 다행히 심정지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면 당시 위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

학회가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의 경우 부정맥 감시와 치료를 위해 환자 심장에 이식한 인공 심박동기나 이식형 심율동 전환 제세동기 등 의료용 기기가 보내는 정보와 신호를 담당 의료인이 환자와 떨어진 곳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원격 모니터링이 본격 도입된다면 부정맥 환자 심장 리듬에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AI) 등 시스템이 이를 포착하고, 담당 의사가 분석하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환자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내원과 당장 필요한 조치 등을 안내할 수 있게 된다.

해외의 경우 미국심장부정맥학회는 이미 지난 2015년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필수 사용 권고 의견을 냈고, 일본 홍콩 싱가폴 대만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진료 표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실제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 효과와 안전성, 임상적 혜택 등은 이미 10건이 넘는 무작위대조임상(RCT)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심각한 부정맥 발생을 미리 발견하고, 부적절한 심장충격을 줄여 준다는 내용이다.

부정맥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원격 모니터링을 위한 기술은 이미 국산화까지 이뤄져 있다. 그러나 '원격'이란 단어에 가로막혀 현장 적용이 요원한 실정이다.

의료법에서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고, 복지부는 원격 모니터링이 원격진료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이 '환자가 내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가 건강상태 데이터를 확인하고 의료적 상담을 제공'하는 원격진료에 해당한다는 시각이다.

부정맥학회는 원격진료와 원격 모니터링은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미 환자 신체에 이식돼 있는 의료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중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진료는 모두 원내에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CIED 이식 환자는 평생 주기적으로 담당 의료진과 병원을 방문, 누적된 심장박동 정보를 통해 의료기기 상태와 부정맥 관련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원격 모니터링은 내원했을 때 얻던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 것으로, 진료가 아닌 환자 데이터 생생 위치만 환자가 있는 곳으로 확장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의료인은 시공간적 제약을 넘어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임상적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안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실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원격 모니터링은 조기 발견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임상적 조치가 이뤄지는 시간을 22일에서 4.6일로 단축시켰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라 1년 및 5년 생존률 향상은 물론 내원을 위한 교통비, 보호자 동반, 휴가 사용 등까지 감안할 때 비용 절감과 삶의 질 향상까지 보고됐다.

이명용 부정맥학회장은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무엇보다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갑작스런 심장박동 변화나 기기 작동 이상이 치명적일 수 있는 부정맥 환자에게 커다란 안전망으로 작용한다"며 "이상 징후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연락해 내원을 안내하는 것이 의료법에 대한 복지부 해석에 따라 막혀 있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정맥학회는 원격 모니터링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바탕으로 한 국내 도입 허가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원격 모니터링은 부정맥 환자 안전과 생존 기회를 넓히고, 건강 수준을 높이는 시스템"이라며 "이미 해외에선 보편화됐고 국내 의료진도 기술적 준비를 마쳤다.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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