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A 재계약 앞둔 '카보메틱스'‥환우회, 기대와 우려 섞인 기다림

1차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2차 이상 약물 치료 매우 중요
성공적인 RSA 재계약 기대, 그러나 혹시 모를 불확실성으로 불안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2-09-19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올해 하반기 입센코리아의 진행성 신장세포암 2차 이상 치료제 '카보메틱스(카보잔티닙)'가 위험분담제(RSA)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평가 기준'에 따르면, RSA 약제를 가지고 있는 제약사는 계약 만료 1년 전 시점부터 재계약을 위한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등재 이후 발표된 임상 효과 자료, 변경 사항을 고려한 비용효과성 평가 자료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19년 카보메틱스는 두 번째 도전만에 환급형과 총액제한형으로 RSA 계약이 성사됐고, VEGF 표적요법으로 치료 경험이 있는 2차 이상의 진행성 신장세포암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 당시 환자들은 오래도록 기다리던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대부분의 신장암 2차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의 개선에 실패하거나 큰 차이가 없어,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Free Survival)로 허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카보메틱스는 2차 신장암 치료제 중 유일하게 PFS, OS, 전체 반응률(ORR, Overall Response Rate) 모두를 향상시켰다.

따라서 환우회는 하반기 카보메틱스의 RSA 재계약이 무난하게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혹시 모를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회원 수 1만5,000명이 가입돼 있는 한국신장암환우회 카페 게시글에도 이와 관련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사진>는 "이번 재평가 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되면 환자들은 결국 카보메틱스보다 효과 없는 약을 다시 처방 받는 2018년으로 돌아간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신장암 치료제 중 특히 2, 3차 약제로 매우 중요하게 자리잡은 카보메틱스가 옵션에서 박탈되지 않아야 한다. 걱정없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신장암'에서 '2차 이상'의 치료 옵션이 중요한 이유

신세포암은 국내 암 발생률 10위(2017년 기준, 2.3%)에 달한다.

이 신세포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전이와 재발이 잦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전이성 신세포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백 대표는 "10~30%의 신세포암 환자는 이미 폐, 간, 뼈 등으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실제 몸에서 느낄 수 있는 증상이나 징후는 옆구리 통증이나 혈뇨, 만져지는 염증 덩어리가 있다. 그렇지만 3기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무증상으로 알아채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1차 치료에 실패한 신세포암 환자들에게 2차 이상 치료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신장암환우회에 소속된 환자들을 살펴보면, 조기 진단 받은 1기부터 전이된 4기 그리고 유가족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백 대표는 "환우회에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들은 처음 진단을 받아 수술을 앞둔 환자들, 전이가 돼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이다. 수술이 끝나고 추적관찰만 하는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곧 일상회복을 해 환우회에 오래 남아있지 않는다. 첫 항암 환자보다 2차 항암 환자가 훨씬 많은 이유는 1차 치료가 2년 이상 가는 환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2차 이상 신장암 치료에서 권고되는 '카보메틱스'

이 맥락에서 카보메틱스는 2차 치료제 중 유일하게 항암제 3대 지표인 PFS, ORR, OS 모두를 개선했다.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및 유럽종양학회(ESMO, 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가이드라인에서도 카보메틱스는 2차 이상의 신세포암 치료에 권장되고 있다.

환우회에 의하면, 국내 신세포암 환자 중 카보메틱스로 치료받는 환자는 약 300여 명이다.

글로벌 가이드라인 상에서 카보메틱스가 우선 권고되고 있기 때문에, 환우회 내에서는 카보메틱스로 증상을 잘 관리하고 있는 치료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다.

거듭 강조되지만 신장암은 타 장기 전이가 잘 되고 재발이 잦다. 따라서 최대한 현재 치료 차수에서 병기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앞선 차수에서 재발과 전이로 2차 또는 3차에서 카보메틱스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조사됐다. 

모든 항암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카보메틱스 역시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처방 사례가 쌓이면서 부작용에 대한 관리는 물론 증상 관리가 수월해져 치료를 오래 유지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카보메틱스의 급여는 경제적 부담을 감소시켜 환자들에게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장암은 치료 차수가 진행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적이다. 2018년 카보메틱스가 급여 도전에 실패하자, 환우회는 단체 민원과 성명서 등을 낸 바 있다.

백 대표는 "신장암 환자들에게 약제는 생명 연장의 도구이다. 그런 점에서 카보메틱스는 신장암 1, 2차 이후 3차에서 사용해도 급여가 되는 약제다. 1, 2차 때보다 전신에 암은 더 진행돼 환자의 상태가 나쁠 수 있지만, 카보메틱스로 효과가 있는 케이스가 많아 매우 중요한 브릿지 역할을 잘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60대 남성 유 씨의 경우 2009년 수술 후 항암 치료를 2년 동안 받았으나 이후 재발을 했고, 더이상 쓸 약이 없던 상황에 2년간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이후 4차 약제로(임상을 빼면 3차) 카보메틱스를 처방받아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용량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적응을 한 뒤로 2년간 카보메틱스로 치료 중이다.

유 씨는 "현재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고, 모임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카보메틱스가 없었다면 치료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고, 지금 이 시간에 함께 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60대 남성 박 씨는 2003년 신장암 수술을 받았고, 2008년에는 폐전이 4기로 진단돼 작은 수술을 7번이나 받았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 후 다른 약을 전전하다가 2021년 10월부터 카보메틱스로 치료 중이다.

박 씨는 "전이가 많이 된 상태였지만 카보메틱스 덕분에 좋은 컨디션으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여러 번 받으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떨어졌는데, 카보메틱스 처방 후 일상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제 카보메틱스는 하반기 RSA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백 대표는 "처음 환우 모임을 시작할 당시와 달리 현재는 치료 차수별로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신장암 약제가 많아졌다. 그러나 2차 이상에서는 여전히 치료제 수가 적고, 1차에서 사용한 약제에 따라 2차에 사용 가능한 약제가 제한이 있는 점, 급여 가능 여부 등을 따져보면 환자들은 비급여 치료가 필수적이다. 신장암 환자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카보메틱스의 경우 재평가 여부로 치료의 지속성이 결정된다. 혹여 정부와 협상이 결렬된다면 갑자기 치료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어 걱정되기는 한다. 만약 중단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시 환우회 자체의 단체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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