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권리`"‥다양한 환자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창구' 만들기‥정부·의료계·제약업계 모두 동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1-03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지난해 기자는 환자들이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고 피켓시위에 나서거나, 성명서, 기자회견, 호소문 제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료제의 '급여'와 맞물려 환자들이 극심한 재정적 부담을 겪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환자들이 조금씩 환우인터넷까페 등을 위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퍼제타(퍼투주맙)'와 '캐싸일라(트라스투주맙)', '입랜스(팔보시클립)' 등 유방암 치료제들이 하나둘 급여권에 들어왔다.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 그리고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같은 폐암치료제는 어떤가. 진통이 있긴 했지만 모두 급여에 성공했다.
 
환자들이 직접 나서 급여의 필요성을 주장한 치료제들은 하나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 약임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기자 이러한 과정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에 이러한 역할을 대신해 줄 세부적인 단체가 없다는 점, 그리고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통창구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해외에서처럼 여러 환자 지원 프로그램 및 질병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 제공과 상담활동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적어도 제약사와 환자들, 그리고 의사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에 대한 요구였다.
 
◆ 다양한 해외 환자프로그램, 제약사들이 적극 후원자
 
실제로 해외에서는 여러 환자 프로그램이 마련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제약사들은 이러한 활동의 적극적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으로 미국의 `CancerCare`가 좋은 예다.
 
CancerCare는 암에 걸린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상담, 서포트 그룹, 교육 워크샵, 출판 및 재정 지원을 포함하는 무료 전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국가 기관이다. 모든 CancerCare 서비스는 종양학적 사회 복지사와 세계적인 암 전문가가 제공한다.
 
CancerCare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매년 18만 명의 사람들을 도우며 54만 권의 출판물을 배포하고 230만 건의 웹 사이트 방문이 기록된다. 2016년 CancerCare는 1,420만 달러 이상의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CancerCare의 규모와 범위는 1944년 이래 엄청나게 커졌지만,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과 희망을 제공한다는 사명은 한결같다. 
 
CancerCare는 암환자들의 삶을 지원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 다른 암 관련 옹호 단체들과 협력해 업무의 영향을 극대화하고 있다. CancerCare는 모든 미국인을 대상으로 고품질, 안전성, 합리적인 가격의 포괄적인 암 치료제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새롭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암 치료 요법의 신속한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도 마찬가지.
 
최근 CancerCare의 활동을 살펴보면, 'The CancerCare Patient Value Initiative'. 즉, 2017년 초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중요한 것을 포함하고 환자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치료 의사 결정에 반영되도록 국가 건강 관리 정책 대화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종양학 공동체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이 계획은 환자 및 임상의가 치료 계획 중에 환자의 우선순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The CancerCare Patient Access and Engagement'의 보고서 발표도 인상적이다. 이 보고서는 2016년에 전국의 환자 및 가족이 암으로 경험한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비용을 이해하기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환자 및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장기 계획이 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CancerCare는 2017년 6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Turning the Tide Against Cancer 2017 National Conference에서 공동 발표자로 올라서기도 했다.
 
가장 큰 국제암환자 단체로 꼽히는 `Union for International Cancer Control(UICC)`의 경우도 비슷했다.
 
1933년에 설립된 UICC는 스위스의 제네바에 본사를 둔 가장 크고 오래된 국제 암 조직으로, 162개국에 걸쳐 1,000명이 넘는 회원과 56개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다. 대상은 세계 주요 암 사회, 보건, 연구소, 환자 단체, 산업계 지도자들이다.
 
수년 동안 UICC는 정부가 세계 보건기구(WHO)와 세계 경제 포럼(WEF)과 같은 영향력 있는 조직들 사이에서 암 통제를 위한 우선순위를 지키도록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며 명성을 얻었다.
 
UICC는 전세계 암 부담을 줄이고 비 전염성 질병(NCD)에 관한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 회원 및 파트너와 함께 암 공동체를 통합하고 있다. UICC의 활동은 암과 NCD 사망률을 2025년까지 25% 줄이기 위한 노력에 부합하는 개선된 데이터, 조기 발견, 치료 및 보살핌을 강조하는 캠페인인 'Treatment for All'로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UICC는 저소득 및 중산층 국가를 이 캠페인 과정에 참여시켜 치료를 위한 정보 제공 및 암 접근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UICC는 전반적인 의료비 인상을 주요한 이슈로 바라보며, 현재 암 및 기타 전염되지 않는 질병(NCD)에 대한 높은 수준의 투자 사례에 대해 WHO와 협력하고 있으며, 암 예방의 연속적 치료, 완화 치료 및 재활에 이르는 국가별 사례 연구를 진행중이다.
 
`Melanoma Patients Australia(MPA)`는 호주 흑색종 환자의 국가, 주 및 개인 수준에서의 최선의 이익을 대표하는 독립적인 조직이다. 
 
MPA는 모든 흑색종 환자가 최상의 증거 기반 치료법을 사용할 권리, 2차 의견을 구하고 의료 팀에 확신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 임상의 및 제약업계와 협력해 질병 인식을 높이고,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새롭고 혁신적인 치료법에 공평한 접근을 지지한다. 흑색종에 감염된 모든 호주인의 삶과 결과를 향상시키는 정책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이다.
 
최근 활동으로는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최신 흑색종 정보를 나누는 Melanoma breakfast forum을 개최한 것이다. 여기서 Megan Lyle 박사는 치료 업데이트를 제공했고, Kara Kronin은 식이 요법과 영양에 대해 논의하고, Hayley Polga는 흑색종 경험과 의견을 나누었다. MPA의 국립 지원 관리자인 Fiona Bennett은 흑색종 진단을 잘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전략을 제시했다.
 
Ocular melanoma forum에서는 안과 전문의인 Sunil Warrier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의 안구 흑색종에 대한 최신 정보를 듣고 QIMR Berghofer 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치료법 및 최신 연구에 대한 최신 정보가 제공됐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과 생존자의 경험담도 공유됐다.
 
`Rare Cancer Australia(RCA)`는 호주의 희귀암 환자의 지원 및 치료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선단체 이다. 호주는 일반적인 암과는 달리 희귀암 환자에게는 지원이 거의 되지 않기 때문에 RCA는 이러한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RCA는 정부, 임상의 및 산업계와 협력하고 있다.
 
RCA의 주요 목적은 정부 내 희귀암에 대한 제도적 방치를 다루는 것이다. 호주의 국민 건강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일반적인 질병에 대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는 일반적인 암(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인지도 프로그램(폐암, 흑생종)과 국민건강 및 의학연구 협의회(NHMRC)를 통한 연구,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PBS)를 통한 치료에 할당된 금액의 선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자금 후원의 영향은 일반적인 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지만, 희귀 암은 관심과 자원을 받지 못해 거의 진전이 없었다. 따라서 RCA는 연방 정부가 암 연구 자금 지원, 의약품 승인 및 자금 조달, 희귀 암의 조기 진단 및 탐지에 관한 개혁과 행동의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RCA 업무는 캔버라에서의 지속적인 대표, 상원 및 의회의 질의에 대한 참여, PBAC에 대한 제출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포함한다. RCA는 희귀암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를 위한 기금 마련을 목표로 해, 현장에서 가장 존경받는 임상 연구자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Lung Cancer Canada`는 폐암에 중점을 두는 캐나다 유일의 비영리, 자선 단체이다. Lung Cancer Canada는 폐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폐암 환자와 그 가족을 지지하고 옹호하며, 환자, 가족 구성원, 일반 대중, 의료 전문가에게 교육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이러한 mission을 완수하기 위해 Lung Cancer Canada는 11월 폐암 인식의 달(Lung Cancer Awareness Month)과 상응하는 국가 폐암 인식 캠페인을 시작했다. 폐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캐나다인들의 폐암 인식에 대한 최근 여론 조사 결과 발표, 폐암에 대한 캐나다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폐암에 관한 국가 간의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 우리나라도 지난해 여러 토크콘서트 열어‥제대로 된 창구 필요
 


이러한 해외의 환자단체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비교적 활발하게 다국적 제약사들이 환자 단체의 활동을 지지하고 후원하며 '동반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활동들이 실질적으로 의료인, 제약사, 정부에게도 중요한 임무임을 강조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치료제 비용 감축을 위한 '환지 지원 프로그램'이 몇차례 가동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요구하는 활동에는 제한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종양내과 교수들이 주최가 돼 지난 11월 '면역항암제 토크콘서트'나 '제 1회 항암치료의 날- 항암치료 바로 알기' 등이 열린 것이 그 예다.
 
해당 토크콘서트는 환자들이 평소에 궁금해하던 내용을 모아 의사들이 진솔하게 대답해주는 시간이었다. 아직은 단발성에 그치고는 있지만, 해외의 환자단체들이 주기적으로 활동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글로벌적으로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자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환자 커뮤니티가 형성된 뒤에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문제로 인해 최상의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해외 환자단체는 직접 기금 모금에 참여하거나 캠페인에 기부함으로써 환자들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환자가 비정부 기금을 통한 치료비용을 금융 기관, 공익사업체, 보험 기관, 정부 부서 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치료 및 연구'도 앞으로 환자단체들이 참여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치료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적 움직임, 임상시험 정보 제공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이 부분은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필요로 하기때문에 의사와 제약사들과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정기적으로 모임이나, 매년 큰 질병관련 국제회의를 주관하며 질병에 대한 인식 확산 및 정보 공유에 대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곳도 있다.

향후 우리나라에도 환자, 제약사, 의사, 정부 관계자 등 핵심적 의사 결정자들을 결집시켜 의견을 공유하고, 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가능한 창구가 마련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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