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고셔병 치료에 '경구제'가 등장했을 뿐인데, 의사와 환자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주사치료가 주를 이뤘던 고셔병 환자들에게 복약 편의성을 높인 치료제가 출시됐다는 것은 '획기적'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제 1형 고셔병이 장기간 관리해야하는 희귀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구제의 출시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 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 LSD)의 한 종류로, 치료가 늦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비장과 간의 비대, 통증, 골 손상, 기타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으로 이어지는 매우 드문 선천성 질환인 고셔병은 효소(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lucocerebrosidase) 결핍이 원인으로, 이로 인해 일부 혈액 세포에 복합지질(지방 성분)이 축적된다.
고셔병에는 일반적인 치료 원칙이 있다. 먼저 환자가 적시에 적량으로 올바른 약을 처방 받는 것이다. 고셔병 환자들은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에 지체없이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치료 결정은 임상시험 결과 및 장기 추적 결과를 통한 증거가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 불충분한 단일 기관 연구를 근거로 하거나, 의료진 개인의 입증되지 않은 의견을 반영해서는 안된다.
또한 고셔병 환자들은 질병의 역전 효과(간/비장 비대의 축소, 혈구 수치 개선, 골밀도, 골성동통, 골수 침윤의 개선)에 뛰어난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골위기(bone crisis: 급성적인 극심한 뼈의 통증) 및 골괴사와 같은 파괴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고셔병 치료는 질병의 역전 효과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고셔병의 치료, 경구제가 등장한 것이 왜 의미가 클까?
고셔병은 표준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돼 온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이 등장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세레자임(Imiglucerase)'이라는 ERT 요법은 제1형 고셔병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새겨넣게 됐다.
ERT는 쉽게 말해 고셔병 환자에서 부족한 효소를 투여해 당지질 축적을 막는 방법이다. 이 ERT는 오랜 임상데이터 등을 통해 비장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뼈의 침범, 뼈의 통증 등에 효과가 입증됐다. 실제로 ERT 요법은 약 20년 동안 5만명이 넘는 환자 및 다수의 논문(peer-reviewed)을 통해 확인돼 왔고, 제1형 고셔병 치료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우수하다고 인정됐다.
'미국 최고의 의사(The Best Doctors in America)'에 등재되기도 한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프라모드 쿠마르 미스트리(Pramod Kumar Mistry) 교수
<사진>는 "고셔병 ERT의 원형인 세레자임은 20년 이상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 세레자임은 비장/간의 확대 및 적은 혈구 수를 역전시키고 골통증 및 골밀도를 개선하며, 골위기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했다. 사실상 비장절제술의 필요성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ERT는 90% 이상이 간과 비장에서 활용되고 소량만 골수까지 전달된다. 안타깝게도 유럽 외 여러 나라에서 다수의 환자들은 제1형 고셔병의 일반 증상 외에, 폐, 림프구 및 골 변형, 다양한 정도의 신경학적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심각한 유형의 고셔병 치료에 있어서는 다른 장기까지 약효가 도달할 수 있는, 조직 분포가 우수한 치료법이 간절히 필요했다.
미스트리 교수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환자들은 ERT 치료에서 모두 충족되지 않는 필요(unmet needs)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폐질환, 심각한 유형의 골격계 질환 같이 특이한 합병증이 포함되며, 일부 환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인 복부 림프절 비대 증상도 경험한다. 이러한 환자에게는 다양한 정도의 신경학적 질환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에 고셔병 치료는 `기질감소치료법(Substrate Reduction Therapy:SRT)`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SRT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효소(glucosylceramide synthase)를 억제해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미리 줄여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레델가(eliglustat)`에 관한 장기적인 데이터는 매우 유망했다.
미스트리 교수는 "세레델가를 포함한 기질감소치료법(SRT)은 소규모 분자 치료로, 앞서 언급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경구제인 세레델가는 캡슐로 복용이 가능하며 지방질 생산과 관련된 효소(GCS, 글루코실세라마이드 신타아제)를 억제해 고셔병으로 인해 축적된 지방질(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의 생성을 늦추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ERT 및 SRT의 메커니즘은 다르다. 그러나 제1형 고셔병 치료에 있어 SRT의 장기적 결과가 ERT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미스트리 교수는 "고셔병으로 증가한 지방질이 염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고셔병의 모든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로부터 밝혀졌다. 염증이 GCS의 활성화를 증가시켜 해로운 지방질 생성이 늘어나고 고셔병의 문제를 증폭시킨 것이다. GCS의 억제제인 세레델가가 단일요법으로써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받은 고셔 환자들에게도 증상을 역전시키는 데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 ERT에서 SRT로 전환해도 무관‥편의성 강점으로 장기효과 입증
세레델가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ENGAGE 및 ENCORE 임상연구 결과가 힘을 실어넣었다. 미스트리 교수는 해당 임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ENGAGE 임상연구는 고셔병에 대해 실시된 최초의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임상으로, 70명 이상의 환자들 중에서 선별된 40명의 환자가 9개월 동안 위약 또는 세레델가를 무작위로 투여 받았으며 이후 개방표지(open-label) 연장 연구를 진행했다.
ENGAGE의 1차 평가지표는 비장 부피의 감소다. 2차 평가지표는 헤모글로빈 수치의 개선, 간 부피 감소 및 혈소판 수의 증가였다.
이중 2차 평가지표의 경우, 0.05의 유의도 수준(alpha level)에서 제1형 오류율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해 고정 단계 가설 검증을 사전에 지정한, 엄격한 통계 접근방법이 사용됐다.
미스트리 교수는 "1차 및 2차 평가지표는 빠르게 충족됐다. 9개월 시점에서 세레델가를 투약한 환자들은 비장의 크기가 28% 감소했으며, 위약군은 비장의 크기가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헤모글로빈, 간 부피 혈소판 수 각각의 수치는 각각 +0.7% 대 -0.5%, -5.2% 대 +1.4% 및 +32% 대 -9%로 나타났다.
골수부담(bone marrow burden) 점수는 위약군 대비 세레델가 투여 환자에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레델가를 투여한 환자들은 혈장 생체지표, 즉, 키토트리오시다제(chitotriosidase),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글루코실스핀고신(glucosylsphingosine) 및 MIP1-베타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나 위약군에선 그렇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2015년 JAMA에 게재됐다.
주목되는 또 한가지는 세레델가 임상연구는 최근 미국혈액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에 발표된 18개월 분의 데이터를 포함해 4.5년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4.5년 간의 세레델가 치료에서 비장 부피는 67% 감소했고 간 부피는 23% 감소했으며 혈소판 수가 87% 증가하고 헤모글로빈이 1.4 g/dl 증가했다. 게다가 4.5년에 걸쳐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 글루코실스핀고신, 키토트리오시다제 및 MIP1 베타를 포함한 종합적인 생체지표가 80%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ERT 요법에 기대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수치다.
해당 임상연구에서는 참여한 환자 중 어떠한 심각한 이상반응도 없었으며 치료를 중단한 환자도 없었다. 경미한 이상반응 중에서는 고창(속이 부글거림), 구토, 관절통 및 두통 등이 보고됐고, 대부분 일시적이었다.
그렇다면 ENCORE 임상연구는 어떨까. ENCORE는 비열등설계시험(non-inferiority design trial)으로서 ERT를 안정적으로 투여 받고 있는 159명의 환자가 등록됐으며, 환자들은 2:1의 비율로 세레델가 또는 ERT에 무작위 배정됐다.
ENCORE 임상연구는 비장, 간, 헤모글로빈 및 혈소판 요소가 포함된 1차 복합 평가 변수로 시행됐다. 12개월 시점에서 비열등 혼합 평가지표가 충족돼 이 결과는 '란셋(Lancet)'에 발표됐고, 4년 간의 이 임상연구로부터 도출된 장기 반응은 '블러드(Blood)'에 게재됐다.
미스트리 교수는 "고셔병은 희귀질환으로 굉장히 불균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활성 약물 대 위약 또는 대조약에 맞는 적절한 환자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모든 세레델가 임상 시험은 전세계적인 노력을 의미하는 것이며, 전세계 29개국의 환자와 가족, 의사들의 헌신이 결실을 이룬 것"이고 전해왔다.
◆ 고셔병 환자들에게도 이제 '삶의 질' 대입할 수 있어
위에서도 언급됐 듯, 세레델가의 강점은 '치료의 편의성'이다.
ERT 요법은 주사제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2주마다 병원에 내원해 주사를 투여 받아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기질감소치료법(Substrate Reduction Therapy:SRT)`인 세레델가는 1일 1~2회 복용하는 제 1형 고셔병 경구형 1차 치료제로 2014년 미국에 도입된 이후 현재 전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사용 중에 있다.
환자들은 직장 생활과 가정, 여행 등에 상당히 방해가 돼 왔던 효소 주입을 매 2주마다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외에 환자들은 ERT 치료 당시에 비해 증상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미스트리 박사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낀 인물이기도 하다.
미스트리 교수는 "모든 연령 집단 중에서도 내가 치료를 담당했던 성인 환자들은 고셔병 치료에 세레델가가 우수한 선택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본인이 환자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편지의 주인공은 15년 동안 ERT 치료를 받다가 2년 전 세레델가로 전환한 두 환자였다.
'세레델가(Cerdelga)'로 치료 받기 전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외딴 지역에서 정맥주사를 맞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겨울에는 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고관절 치환술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저의 안전이 걱정되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정맥 주사는 휴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 년 중 한 번에서 세 번 정도 정맥 주사를 건너 뛰어야 했습니다. -환자 A
'세레델가(Cerdelga)'는 제 인생에서 많은 양의 스트레스를 덜어줬을 뿐만 아니라 약물 투약 시간이 아닌 제 생활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건강한 삶을 선물 받았고, 하루에 두 개의 캡슐만 복용하면 되는 세레델가를 가지고 여행을 하면서 매일 즐거운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은 혜택 그 이상의 것입니다. -환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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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리 교수는 "세레델가는 적절한 대사 속도를 보인 제1형 고셔병 성인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다. 세레델가의 투여를 통해 환자와 의사들은 ERT에 기대했던 것과 매우 유사한 치료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으며, 모든 유형의 제1형 고셔병 성인 환자, 즉 어떠한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는 증상이 심각한 환자, 중등도 환자만이 아니라 ERT 치료를 안정적으로 받고 있지만 편리한 경구용 약물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는 환자들에서 우수한 내약성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고셔병은 현재 ▲간 및 비장 크기 장기간 감소 ▲헤모글로빈 및 혈소판 수치 장기간 개선 ▲뼈 통증 및 뼈 위기 발생률 장기간 개선 등이 주요 치료 척도로 꼽힌다.
그런데 미스트리 교수는 이외에도 "골다공증의 역전 및 골절 위험성의 감소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은 고셔병 치료에 함께 고려돼야 할 중요한 치료 목표"라고 꼽았다.
또한 이러한 치료 목표가 보통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셔병에 대한 특이 케이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미스트리 교수는 "현실적으로 고셔병을 앓고 있는 대다수의 환자가 유럽 외부에 살고 있으며, 이러한 환자들에게서 질병은 더욱 심각하며 폐질환 또는 심각한 유형의 골격계 질환과 같이 흔치 않은 합병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는 복부 림프절이 심각하게 비대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의 고셔병은 주로 한국에서 발견되는 유형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레델가는 장기 임상연구인 ENCORE, ENGAGE를 통해 기존 정맥 주사 치료제인 ERT 치료를 받은 환자 뿐 아니라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제 1형 고셔병 환자에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보였다. 기존 치료인 ERT를 받고 있는 환자가 SRT로 전환해도 괜찮다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미스트리 교수는 "임상데이터를 근거로 세레델가는 모든 중증도의 제1형 고셔병 환자 및 현재 ERT 치료를 받고 있으나 전환하기를 바라는 환자들에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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