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예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여행이 취미가 될 줄.
김소영 씨(39세·
사진)는 17살 때 발발한 건선으로 인해 힘겨운 사춘기를 보냈다. 그의 꿈은 한여름에 반팔과 반바지를 입는 것. 그런데 이제 소영씨는 더이상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는다.
스테로이드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 중증건선 환자였던 그는, 인터루킨 억제제인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를 투약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오래도록 꿈꿔왔던 해외여행도 당당히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건선`은 신체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전신성 염증질환이며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중증의 건선을 앓는 많은 환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 인해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한다. 또한 중증으로 발전하면서 눈이나 신장, 관절염 등의 동반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증가해 효과적인 약을 사용한 꾸준한 치료가 요구된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등장한 `인터루킨 억제제`는 삶의 질의 하락과 함께 고통받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기엔 충분했다.
◆ 가볍게 여겼던 피부 각질‥결국 스테로이드로도 효과 못봐
소영씨의 증상은 이러했다. 처음엔 팔꿈치 쪽에 빨갛게 모기가 물린 것처럼 반점이 올라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얀 각질이 생겼다.
이후 습관적으로 각질을 뜯어내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으나,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탓에 병을 키웠다.
"처음에는 왼쪽 팔에만 생기더니 점점 오른쪽에 비슷하게 나타났고, 하나 둘,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네 피부과에서는 그저 흔한 습진 등의 일종이라며 연고를 처방해 줬다."
의원에서 처방해준 연고를 몇달간 꾸준히 발랐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소영씨 몸의 빨간 반점과 각질은 점점 커져 여름에도 반팔을 입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결국 다른 피부과 병원에 방문해서야 진단받게 된 병명은
'건선(Psoriasis)'.
사춘기 10대였던 소영씨는 얼굴부터 팔꿈치 등 건선이 있는 부위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해당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지만, 점점 주사도 듣질 않고 부위는 더 커졌다고.
소영씨는 "스테로이드는 1을 쓰면 그 후에는 2를 써야 할 정도로 점점 양이 늘어났다. 나중에는 아무리 세게 처방을 해도 듣지 않아 주변에서 소개해 준 한의원에서 한약을 먹고 독침을 맞고 하다 유학을 가게 됐다. 유명한 약국에서 환으로 된 약을 받아 그 약을 3개월 정도 복용하고 끊었더니 이번엔 전신에 건선이 올라와 버렸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올 때마다 광선 치료를 하고 스테로이드 약을 바르며 조금씩 호전 시키는 반복된 생활이 몇년동안 이어졌다.
많은 고민 끝에 소영씨는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해 '스텔라라' 투약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다. 평생 앓던 질환이다 보니 스스로 질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왔고,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고 난 뒤였다.
주치의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 박현정 교수는 소영씨의 상태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김소영 환우는 17살 때부터 건선을 앓아온 중증건선 환자다. 스텔라라 처방 5년 전부터 진료를 담당을 했었다. 그녀는 전신에 건선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질병으로 겪는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큰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소영씨는 스텔라라로 치료한 뒤 3-4주차부터 곧바로 호전 증상을 보였으며, 이후 90% 이상 증상이 개선됐다.
박 교수는 "스텔라라의 효과는 정말 좋았다. 건선으로 고통 받으며 평생을 살아온 환자에게, 스텔라라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장기 스텔라라 호전 사례가 발생되고 있고, 의료진으로서 효과적인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 건선 유발 요인 선택적 차단하는 '인터루킨 억제제', 안정적 효과
국내에는 약 16만명이 건선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약 10% 정도가 중등도-중증판상건선 환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선 환자들은 정신적 고통으로 심각한 '삶의 질'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
질병이 환자들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건선 환자들은 암 환자나 당뇨병 환자들보다 낮은 정신 건강 상태를 보였다.
건선의 치료로는 국소치료법, 광선치료법, 전신치료법, 생물학제제 치료법 등이 있다. 경증 건선의 경우에는 주로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법을 시행하고, 중등증이나 중증 이상의 건선 환자에는 광 치료법, 전신 치료법(먹는 약), 생물학제제를 단독, 병행 또는 복합해 사용한다.
그렇지만 면역억제제, 광선치료법 등 기존 치료법은 치료기간 동안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며, 부작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최근 건선의 면역학적 기전이 규명되고 유전공학적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건선 유발 요인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학제제(biologics)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앞선 치료법들의 미충족 수요에 기반한 것이다.
박현정 교수는 "생물학제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효과가 유지된다.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었던 건선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고려되고 있다. 생물학제제는 건선 유발 원인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증상이 아닌 원인을 치료하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 스텔라라는 건선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국내 첫번째 인터루킨 억제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인터루킨 억제제는 건선을 유발하는 염증성 단백질의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해 각질형성세포의 증식과 염증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원인을 치료한다.
스텔라라는 건선 치료 생물학제제 가운데 최장(5년) 북미, 유럽, 영국 등 주요 국가 2만 5천명 이상 최대 규모의 임상 연구에서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 받았다. 뿐만 아니라 연 평균 4회 병원에서 투약해, 12주의 긴 간격으로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잦은 병원 방문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의 치료 편의성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스텔라라의 장점이 국내 중등도 판상 건선 환자에도 발휘될까?
이는 2012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총 5년간 여의도성모병원 피부과를 내원한 중등도 판상 건선 환자 중 ▲광선치료와 면역조절제의 일종인 MTX나 CsA으로 3개월 이상 치료했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어 스텔라라를 사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좋은 예가 될 듯 싶다.
결과에 따르면, 스텔라라가 중등도 이상의 한국인 판상 건선 환자에게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임이 입증됐고, 이상반응도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2017년 6월부터 중증건선에는 산정특례가 적용되고 있다. 생물학제제 사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완화된 것이다. 이 산정특례는 MTX 또는 사이클로스포린을 3개월 이상 투여하고 광선치료법으로 3개월 이상 치료했음에도(총6개월) 반응 없는 환자에 해당된다.
박 교수는 "지난 해부터 중증보통건선이 산정특례 대상질환이 되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낮아져 치료 환경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 건선 치료를 포기했던 환자들로 하여금 다시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소영 환우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산정특례 대상으로 선정됐고, 기존에 지출하던 치료비용의 1/8만 부담하며 치료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박 교수는 "스텔라라가 환자 편의성을 높인 것 외에도 효과 면에서 탁월하다 보니 내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그런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표현함으로써 의료진의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말했다.
◆ 꿈을 포기할 뻔 했던 과거‥"이제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건선의 경우,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유지효과가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됐듯, 스텔라라는 건선 치료를 위한 생물학제제 중 최장 및 최대 규모의 임상 연구에서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 받았다.
건선 환자들이 생물학제제의 치료를 중단하는 가장 큰 요인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텔라라의 경우 PSOLAR 임상에서 대조군 대비 환자들이 치료를 지속하는 치료유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내 환자군 대상으로는 5년 임상에서 효과 및 안전성이 입증됐다.
박 교수는 "건선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과거와 달리,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건선 치료 환경이 발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를 통해 적절한 치료 방법, 그리고 치료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영씨가 건선을 치료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었다.
그는 "여름에 반팔 반바지를 입는 게 소원이었고 연애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게다가 소영씨는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러나 노출이 되는 의상을 입고 연습 중 전신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상처가 건선으로 번지는 과정을 반복해 겪었다. 결국 소영씨는 무용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게 됐다.
소영씨는 "외국에서도 건선이 심하다 보니 우울증이 오고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됐다. 유학 기간이 길어지고 영주권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피부때문에 한국을 들어오게 돼 결론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전부 포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좌절감과 상실감이 컸다. 그 와중에서도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반팔과 반바지를 입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영씨는 스텔라라를 사용하며 모든 것이 변했다. 정상인과 같이 옷도 입고 수영장도 간다.
소영씨는 "누구를 만나도 24시간 신경 쓰던 부분이 사라지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 여름에 반팔을 입을 수 있고 치마도 입을 수 있다는 게 일반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2년 전에는 결혼도 했는데 건선이 심한 상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12주에 한번씩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는 것도 삶의 질이 높아진 것에 비하면 전혀 애로사항이 되지 못했다.
소영씨는 "그동안 회사를 고를 때 항상 면접에서 물어본 부분이 '피부병이 있는데 심각한 상태라 병원을 12주에 한번 가느라 조퇴를 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이 받아들여 지면 근무하겠다고 할 정도로 중요했다. 다른 치료였다면 근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빠져야 해서 직종 자체를 바꿔야 할 수 도 있는 부분인데 스텔라라는 12주에 한번이기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영씨는 자신과 같이 건선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전해왔다.
소영씨는 "누구나 본인 몸을 보며 좌절하고 힘들어 하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의학은 꾸준히 발전되고 있고 언젠가는 호전이 아닌 완치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믿고 있다. 현재 나와있는 치료법을 믿고 의지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새 삶을 얻은 소영씨에게 그동안 꿈꾸지 못했던, 도전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외국생활을 오래 했지만 바다를 친구들과 가는 것을 꺼려하고 여름에는 외출을 자제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텔라라 투여 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 평생 둘이 여행하며 살자고 약속한 동반자와 함께 열심히 즐기고 순간을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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