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만 있는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전문가들 개선 요구

임상 전문가들, 종양내과학회 학술대회서 개선 한 목소리   
서동철 소장 "신속한 승인절차 위한 전담 심의기구 구성" 제시 
심평원, 연내 단기·중장기 측면 고려한 제도 개선안 발표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5-05-17 05:59

(좌측부터) 조동찬 전 SBS 의학전문기자, 김국희 심평원 실장, 김선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서동철 의약품정책연구소장. 사진=최성훈 기자
[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오프라벨 처방) 규정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한 목소리가 나왔다.  

주요 해외 국가들은 항암제 오프라벨 처방을 두고 전적으로 의사 재량에 맡기지만, 국내는 IRB 승인까지 요구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종양내과학회(KSMO)는 16일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제23차 춘계 정기심포지엄 및 총회'를 개최하고,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공유했다.

◆ 오프라벨 처방 위한 전담 위원회 운영해야 
 
허가범위 초과 사용 제도란 의약품 및 치료재료의 허가된 사용범위를 넘어 진료상 필요에 따라 안전성 확인 후 허가범위를 초과해 사용하거나 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제도다. 항암제는 2018년부터 사용승인에 대한 기준·절차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허가범위 초과 약제를 처방하려면 병원 내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하거나 사전에 심평원이 허용한 경우 가능하다. 

하지만 승인까지 긴 시간이 소요돼 치료 개시가 지연되거나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의료계에선 규제 개선 요구가 컸다. 

또 임상 전문가들은 유독 국내서만 허가범위 바깥 사용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서동철 의약품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나 영국, 호주는 약제의 허가범위 초과 사용을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데다 이에 대한 별도 사용 신청 시스템조차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만 허가범위초과 사용 승인제도가 있지만, 관련 단체가 사용 승인신청을 하는 중이다.

그는 "한국을 제외하고 5개 해외 주요국 에서 허가범위 초과 목적으로 IRB 승인을 요구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또 현행 IRB 승인절차는 신청자의 IRB 심사를 위한 서류작성 부담, 심의 소요시간, 기관 자체 IRB 보유 여부 등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소장은 대안으로 허가범위 초과 사용승인 전담 심의위원회 운영을 제안했다. 

심평원에서 주 1회 온/오프라인 심사를 통해 신속한 승인절차와 결과 통보를 제공하거나, 접수 즉시 해당 분야 전문 학회로 보내 학회 평가 후 결과를 심평원에 통보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긴급 상황에선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을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 뒤, 사용 후 이를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선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 최성훈 기자
◆ 전문가에 맡기거나 규정 폐지도 거론 

김선영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허가초과 사용에 대해 보다 의료 전문가들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전체 변이를 표적하는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와 같은 암종불문 허가 항암제가 최근 등장하면서 외국에선 많은 치료 옵션을 갖고 환자에게 처방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허가범위 초과 사용 승인 규정이 바이오마커보다 암종 중심, 출판된 근거만을 인정하고 있어 최신 연구 결과를 곧바로 임상현장에 적용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전문가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적고 새로운 치료제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병원 역시 (허가범위 초과 사용에 따른 급여삭감을) 감내하고 싶지 않아 한다. 만약 사용을 했다가 불승인되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동찬 SBS 전 의학전문기자(신경과 전문의)는 한 발 더 나아가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 규정에 대한 폐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항암제에선 가장 전문가 집단인 종양내과 임상의들이 약제 사용에서 사전심사 또는 사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건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조 의학전문기자는 "우리나라만 IRB를 요구할 정도로 허가범위 초과 사용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가 (과거에는) 있었겠지만, 지금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어졌다고 본다"며 "이 기능이 과연 지금 시대에 존재할 이유가 있을지 고민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심평원도 연말까지 제도 개선 추진   

심평원도 항암제 허가범위 초과 사용 제도 개선에 공감하며, 조속한 개선을 약속했다. 

앞서 강중구 심평원장은 지난 2월 전문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약제 및 치료재료의 허가범위 초과 승인제도' 절차 개선 등을 올해 안에 매듭짓고 현실화하겠다"며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심평원이 제도 개선을 하고 있는 만큼, 조속하게 진행 하겠다"며 "다만 IRB 승인 절차 등은 복지부 규정으로 되어 있어 고시 개정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가범위 초과 사용 제도 개선에 대해) 단기와 중장기 측면으로 나눠 개정을 추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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