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下)] "창고+약국 조합은 미스매치"…전문가들의 시각

이슈화로 인해 대중들에게 의약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전파가 가장 심각한 우려
유통업체와 단가 및 유통 구조 관련 갈등 우려도
다만 확장 지속보다는 일시적인 형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조해진/조후현/문근영 기자2025-07-15 05:59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조후현·문근영 기자] '창고'와 '약국'이라는 단어를 합친 '창고형 약국'은 생경한 단어의 조합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연일 대중매체 및 SNS에 언급이 되면서 등장과 함께 일종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창고형 약국에 대중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메디파나뉴스가 직접 현장을 찾은 시민 및 제약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바를 종합해보면, ▲새로운 형태의 약국에 대한 호기심 ▲소비자의 약 선택권 확대 ▲저렴하다고 알려진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가격 ▲의약품 및 건기식 대량 구매 가능 ▲소비자 중심 유통 트렌드의 시장 침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의약품 유통 생태계 확장 움직임에 대해 의사, 약사, 유통업계 등 의약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창고형 약국. 사진=조해진 기자
"창고형 약국, 우리나라 정책 방향성과 미스매치"

먼저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등장한 만큼 관련 정책에 대한 연관성을 파악해보기 위해 메디파나뉴스는 김대진 의약품정책연구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진 소장은 "해외에 나가보면 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최근 쇼핑 트렌드가 대형 쇼핑몰에 익숙해지다보니 창고형 약국이라는 시스템이 일부 대중들에게 미충족 기대감을 충족시켜준다고 생각이 든다"면서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그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과연 이 상황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창고형 약국과 해외 드럭스토어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해외에서는 '셀프 셀렉션'이 디폴트 값인 자유 판매 의약품이 존재한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창고형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의약품이 셀프 셀렉션 대상이 아니고,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없다. 만약 셀프 셀렉션이 가능해지려면 의약품 분류 카테고리를 지금의 2분류(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체계에서 자유 판매 의약품을 포함한 3분류 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이후 제조단계부터 유통단계까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라벨 등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이 진행된 뒤에야 해외와 비교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창고형은 마치 의약품유통업체(도매) 창고를 오픈하는 듯한 형태다. 만일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리성, 가격만을 생각한다면 의약품유통업체가 오픈하는 것이 더 많은 선택권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즉, 창고형 약국 형태가 과연 소매의 영역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소장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에 대한 철학적 접근법이 해외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의약품에 대한 셀프 셀렉션이 가능한 국가는 '약을 많이 먹어라'라며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고, 우리나라와 같은 구조는 '약은 꼭 필요하면 먹는 것. 가능하면 많이 먹지 말라'는 기조를 갖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약을 가능한 많이 먹지 말라'는 철학적 접근법으로 볼 때, 창고형 약국은 국가가 의약품을 대하는 정책적 방향성과 맞지 않는 형태"라며 "이와 관련한 논의조차 없었기 때문에 창고형 약국은 상당한 미스매치(Mismatch)"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규제 담당자 등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그들의 생각을 물었을 때도 현재 우리의 시스템에는 맞지 않는 형태이며, 의약품을 쇼핑하는 것처럼 할 수 있다고 인식되는 위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창고형 약국은 법적 제재가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사각지대, 일명 '그레이 존'에 해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책적인 부분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발생하는 본질적인 문제로 '매출이나 마진 구조가 나오지 않아 수직계열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는 점을 꼬집었다. 이로 인해 의약품 및 유통 질서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약품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돼있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해외에는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유 판매 의약품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체계가 갖춰지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의약품을 자유롭게 사간 뒤 발생하게 되는 사고에 대해서는 누가 어디서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는 오히려 자유 판매 의약품으로 의약품 사용을 장려했던 나라들이 반대로 일부 의약품들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선회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카트에 가득 담긴 의약품들. 약국에서 많은 약을 구매한 고객이 약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해진 기자
카트에 가득가득 담아지는 의약품…한 종류 수십개 담기도 

창고형 약국이 문을 닫기 1시간 전 방문을 해봤다. 마감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도 매장에는 많은 인원이 약을 사기 위해 카트를 끌고 입장했다. 

고객들의 카트에는 필요한 의약품만 담긴 것보다는 다양한 의약품이 여러개씩 담기기도 했고, 한 종류의 약만 가득 담기기도 했다.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약사들이 매대를 돌아다니며 복약지도를 하기도 했지만, 모든 인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에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대한약사회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깊은 고민 중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창고형 약국이 몇몇 난매(亂賣) 약국보다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유는 사회적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고, 카트와 같이 의약품을 쇼핑하는 자극적인 단어와 이미지로 인해 자체적인 성공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전체 약국과 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키우고 있는 점,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매한 뒤 공동구매로 분배함으로써 의약품 유통 생태계를 흐리는 행태 등은 심각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약사회는 약국위원회 및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방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법과 제도적인 부분을 함께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우선적으로는 명칭이나 표시, 광고를 의약품이나 약국 기능 왜곡 방향으로 가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반영해서 철저히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창고형 약국으로 인해 의약품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국민은 일반의약품을 소비자 주도로 선택하는 것에 대해 요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봤을 때 그런 식의 소비 행태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며 "해외의 경우 의료기관 접근성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일반의약품 허들을 낮췄고 적응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병원을 찾아가는 것조차 주도적으로 하는데, 약에 있어서까지 주도성을 훨씬 높이는 게 맞는 접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일반약을 쟁여두는 것은 우리나라 보약 문화와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본다. 약이라면 무조건 득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의사 지시 없이 막 먹는 것"이라며 "약은 병에 대한 증상이 있을 때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서 써야한다. 음식과 약은 전혀 다르다. 의약품에까지 이런 문화가 스며든 것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개탄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에 방문한 고객들이 의약품을 직접 살펴보며 고르고 있다. 사진=조해진 기자
의약품 유통사들이 보는 창고형 약국 "일시적 형태될 것"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바라보는 창고형 약국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통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A 의약품유통업체 대표는 "창고형 약국은 새로운 유통 실험 형태로 주목받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제도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일시적 형태에 가깝다"고 봤다.

그러면서 "창고형 약국의 경우 문제되는 지점은 단순한 약국 규모가 아니라, '매대 구조·진열 방식·판매 패턴'이 일반 유통업과 유사해 보이는 점"이라며 "약사 직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혼란, 보건당국의 단속 리스크, 도매상에 대한 책임소지 확장 등이 현실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해당 약국들의 판매 단가를 조사해보면, 일부 품목은 저희 사입가 미만 또는 도매 유통가 수준에서 판매되는 경우가 있어, 일반 약국들과 단가 관련 트러블이 빈번한 상황"이라며 단가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도매-약국 간 전통적 유통 구조에 대한 변화 유발 가능성도 보인다. 약국간의 가격 격차가 심화되면, 고객과의 상호불신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유통채널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A 유통 대표는 "일반약 중심의 과도한 재고 유입 및 회전률 저하, 보건소 단속 대상과의 외관 혼동 등으로 인해, 향후 도매업체까지 규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생태계의 장기적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존 거래처와의 마찰, 공급 전략의 혼선 등이 우려되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콘셉트로 시도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상권이 활발하고, 젊은 소비층 유입이 많은 지역에서는 확장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약국 외관 및 진열 방식이 약사법·보건소 기준과 충돌할 수 있어, 법적·제도적 정비 없이는 전국적인 확산에 일정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또한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용량으로 약을 사서 끝까지 먹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많다"며 "당장 우려할 부분은 없을 것도 같다. 이런 유통구조가 가능하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었을텐데 그렇지 않다. 약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먹는 것이지 수시로 복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가 될만한 공급구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창고형 약국의 공급구조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메디파나뉴스 : 조해진/조후현/문근영 기자

기사작성시간 : 2025-07-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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