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비대면진료, 방향 못 잡은 채 속도만 내고 있다"

[인터뷰] 함정식 인천시내과의사회장
전면허용에도 '책임' 우려에 초진 기피, 비만·탈모약 풍선효과만
비대면진료 1순위 도서지역, 논의 필요한 디테일은 따로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5-07-28 06:00

함정식 인천시내과의사회장. 사진=조후현 기자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정부와 국회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방향성은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속도만 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면허용에도 책임소재 우려에 비급여 비만·탈모약 처방만 늘어난 현상에 대한 해법이 부족한 것은 물론, 정작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도서지역 특성이 반영된 디테일도 부재하단 지적이다.
 
함정식 인천시내과의사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비대면 진료 제도화 현황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
 
함 회장은 먼저 비대면 진료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로 책임소재 문제를 지목했다. 지난해부터 문턱 없이 전면허용 됐음에도 의사는 초진을 하지 않는 분위기고 비만과 탈모 등 비급여 진료만 늘었는데, 불명확한 책임소재가 만든 기형적 풍선효과란 지적이다.
 
실제 함 회장이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에 문의한 결과, 전체 플랫폼을 통틀어 전면허용 이후 어플에 가입하거나 진료를 시도한 건수는 680만 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료로 이어진 누적 건수는 140만 건에 불과하고, 비대면진료에 적극 참여하는 의사도 1500명 정도다. 의료 서비스 이용도 공급도 '전면 허용'이란 기대에 걸맞은 활성화는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급여 진료는 점점 줄어들고, 비급여 진료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추세는 비만약과 탈모약이 주도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정부가 기대한 의료접근성 향상 등 비대면 진료 지향점과는 다른 행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함 회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책임소재 우려를 들었다. 함 회장이 비대면진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동료 의사를 찾아 물어보니, 책임소재를 우려해 초진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전면허용으로 초진 제한이 사라졌음에도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사가 스스로 초진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만·탈모약의 경우 책임소재 우려가 비교적 옅어 문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함 회장은 "책임소재를 우려해 초진을 허용해도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비대면 진료에서의 방어 진료"라며 "반면 비만약과 탈모약은 책임소재 우려가 훨씬 덜하다. 전면허용 이후 나타난 현실은 기형적 풍선효과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접근성 제고라는 비대면 진료 목표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은 도서지역 환자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전면허용이나 법제화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함 회장에 따르면 도서지역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동료 의사는 '도서지역은 오히려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서지역은 대부분 젊은 자녀들은 육지로 나가고 노인들만 있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화상 진료가 어려워 도리어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 법안에서 대상 환자 기준을 제시할 때 첫 번째로 나오는 게 도서지역 환자지만, 정작 그들은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도서지역 노인 등은 예외적 기준을 둬서 전화만으로 기본적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 회장은 "도서지역 환자분들은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예외적으로 전화 진료라도 가능하게 해주면 기본적인 도움을 드릴 수가 있을 것 같다며 아쉬운 점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도서지역 비대면진료에서 논의가 필요한 디테일로는 거점마다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한 디지털 장비 구축 필요성을 제시했다.
 
함 회장은 지난 3월 소청도 뇌혈관 질환 환자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소청도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만 있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환자 상태 파악을 위해 가까운 백령도에 있는 인천시의료원 백령병원으로 이송했고, 뇌혈관 질환이니 대형병원 이송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헬기를 불러 인근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미 8시간가량 지체돼 환자를 살릴 수 없었다.
 
당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의사와 공유해 진단을 내릴 장비와 시스템이 있었다면 바로 길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을 거고, 몇 시간을 단축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료 접근성이 세계 제일인 우리나라에선 접근성을 따질 게 아니라, 비대면 진료나 원격진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효율적으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공백을 막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허용한 정부도, 제도권에 편입시키기 위해 법제화 드라이브를 거는 국회도 이 같은 비대면 진료 본질과 디테일에 대한 고민은 부족히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함 회장은 그동안 진행된 비대면 진료 데이터를 공개하고 분석해 제도를 설계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를 지속하려면 법적책임 소재만이라도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필요할 것"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정확히 통계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피드백 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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