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전문요원, 공통업무에 '심리상담' 적용 놓고 찬반 팽팽

백선희 의원 주최 '전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 위한 국회정책토론회' 개최
OECD 자살률 1위…정신건강 위기 속 제도 개편 목소리
"전문인력 확충 필요…'심리상담' 공통업무로 포함해야"
"직역 전문성 훼손 우려"…심리상담 공통화에 반대 목소리도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30 13:11

(왼쪽부터)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현진희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 미래위원회 위원장겸 대구대학교 교수, 민은정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겸 양산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사.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등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와 함께 전문인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에 포함시키는 제도 개선 방안이 제시됐지만, 직역 간 고유업무를 침범하고 정신건강 서비스의 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 방안 국회 정책토론회'에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발표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국민이 1만4439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40명에 가까운 국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으며, 이는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9.3명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OCE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 자살 문제는 심각하다. 여가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에도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었으며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11.7명으로 전년보다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는 줄어드는데 자살률은 높아지고 있는 모순된 현실은 우리 사회에 매우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정신건강은 국민 삶의 존엄과 생명권,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구조적 책임이 걸린 국가적 과제다. 이제는 정신건강을 생명권이자 국가의 책무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 발제자인 현진희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 미래위원회 위원장겸 대구대학교 교수는 '전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률 감소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인력 개선 방안' 주제를 통해 "2023년 11월 기준으로 정신건강전문요원 누적 배출 현황은 1만9000명(전문의 제외)이지만, 실제 복지부 산하 정신건강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3 수준"이라면서 "현장에서 인력부족 상황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로 개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외 정신건강전문가의 자격조건과 역할을 소개했다. 현 교수는 "미국은 임상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결혼가족치료사를 포함한 정신건강전문가의 자격 조건과 역할을 보면 네 자격 모두 최소 석사 이상의 자격 수준을 요구하고 있고 300~3000시간의 슈퍼비전 하에서 2년 이상의 임상훈련을 받는 것이 대부분의 공통분모"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정신건강복지법에서의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교육 및 훈련 과정에 있어서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또 미국에서는 이러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그다음 현장에서는 전공과 상관없다. 정신건강전문가라고 부른다라면 누구든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심리사회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공통적인 역할로 돼 있다. 선진국의 어떠한 국가도 전공에 따라서 그들의 역할이 분류되는 곳은 없다"고 짚었다.

또 "유럽 등 OECD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보자면 각 국가들도 어떤 전공이 드러나는 자격이 아니라 보통 ‘사이코테라피스트(Psychotherapist)’라는 명칭을 가지고 정신건강 전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심리상담을 다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에 이어 한국의 정신건강전문가에 대한 법적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현 교수는 "생애 각 주기별,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전문가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에서 정신건강정책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하면서 기존 정신질환 중심에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전 국민 마음투자지원사업'을 비롯해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개입과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1997년에 제도화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법적 근거는 생겼지만 정신건강패러다임 변화와 증가한 정신건강의 위기,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실제 현장에서의 역할을 반영하지 못하는 큰 한계가 있다. 이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정신건강 예방과 증진을 위한 역할 수행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업무범위(별표2)' 중 공통업무에 '심리상담'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대한간호협회 정신건강간호사회 김숙자 회장도 발제자의 발표에 공감을 표하면서 "국민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 예방은 국가정책의 가장 핵심 과제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로 법제화하고 현장 기반의 실무와 각 직역 간 협력체계를 반영한 정책 수립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로 넣으려는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도 나왔다. 현재 법적으로 심리상담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로 명시돼 있는 만큼 이를 공통업무로 바꾸는 것은 직역 간의 전문성을 흐리고 상담 업무의 무분별한 범용화로, 오히려 정신건강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건강 임상심리사, 정신건강 간호사,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작업치료사 4개 직역으로 구분돼 있다. 또 동법 시행령 제12조 2항'에 의거해 공통업무와 각 직역 고유업무인 개별업무로 구분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민은정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겸 양산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사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력이다. 그 중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정신건강전문요원 공통 업무와 함께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심리 평가 및 심리 교육'과 '정신질환자 등과 그 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 및 심리 안정을 위한 서비스'를 직역의 고유업무인 개별업무로 수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이번 토론회 발제 내용 중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로 제안한 것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 먼저 1997년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업무범위(별표2)' 제정 시와 마찬가지로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별표2) 개정 시에도 정신건강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고 직역간 전문성을 존중하기 위해 개별업무를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심리상담을 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로 명시한 것은 전공별 역할이 상이해야 한다는 시대적 발상이 아니라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자격 명칭과 부합하게 generalist가 아니라 직역별 professional을 양성하고자 함이며 시행규칙(별표1)에도 직역별 수련과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제 내용 중 미국 정신건강전문가의 경우 모든 직역이 정신질환진단이 가능하고 간호사는 약물처방이 가능하다. 임상심리사도 일부 주에서 처방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한국 상황과는 매우 다르다. 이런 논리는 미국과 한국의 자격체계 및 제도적 기반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며 두 나라의 면허 요건, 수련구조, 법적 권한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구분하지 않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민 부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수련자격 조건이나 실습상황은 직역별로 매우 다양하며 임상심리 직역을 제외하면 수련과정 동안 심리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실습, 수련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심리상담은 한 개인 및 가족, 집단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업무이며 오랜시간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격을 갖췄을 때 국민들에게 양질의 정신건강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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