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최성훈 기자]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삽입,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의 수술을 말한다. 근육긴장이상증이나 파킨슨병, 존태성 진전(수전증) 등 이상운동질환 환자에게 주로 시행된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수술 중에서도 최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문제가 되는 뇌 신경에 매우 가느다란 전극을 넣어 전기 자극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국내 신경외과 전문의 중에서도 뇌심부자극술을 500례 이상 시행한 임상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가운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허륭 신경외과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에서 단연 세계적 권위자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근육긴장이상증이나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600~700례에 달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 교수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뇌심부자극술에 대한 적절한 치료 시기를 강조했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 중 근육긴장이상증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파킨슨병 수술적 치료시기를 놓쳐 예후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근육긴장이상증이나 파킨슨병 수술에 있어 적시에 치료를 받으면, 상당히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들도 이런 부분들을 잘 인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만큼 중요한 게 환자 스스로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라며 "수술 후 환자가 신경전달물질 패턴 조절을 잘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세계 정위신경외과학회 부회장과 아시아 태평양 정위기능 신경외과학회 학술 위원장,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수술중신경감시연구회 회장, 세계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이사, 대한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허륭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근육긴장이상증은 조금 생소하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우리 몸의 근육은 두 가지 작용을 한다. 쉽게 말해 몸을 움직이게 하고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게 근육인데, 어떤 특정 근육이 과긴장 상태가 되면 자기 마음대로 일을 하려는 경향을 띈다.
예를 들어 목 근육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게 되면 목이 자꾸 돌아가게 되면서 이상 자세가 나오는 병을 근육긴장이상증이라고 한다. 목을 예로 들었지만, 우리 몸에 근육이 있는 곳은 다 발생할 수가 있다. 전신성으로 올 수도 있고 또 한쪽 반신에만 오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 발가락 에만 오는 국소성 근육긴장이상증도 있다.
Q. 근육긴장이상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
어떤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면 근육긴장이상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아주 어린 나이 때 발생을 하게 되는데, 유전자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약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정신과 질환 약물을 쓰게 되면, 근육긴장이상증이 생길 수 있는데 대부분은 그냥 발병한다. 한 마디로 원인 불명 질환이다.
치료 방법은 우선 약물 치료가 있지만, 반응률은 20% 미만으로 좋지 않다. 국소성인 경우에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쓴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쓰다 보면 내성이 발생해 약효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뇌심부자극술(DBS)이 있다. 뇌에다 전극을 집어넣어서 전기 자극으로 잘못된 뇌 회로를 정상적으로 돌리는 수술 방법이 있다.
Q. 뇌심부자극술을 시행을 위한 진단 기준 같은 게 있나.
시술을 위한 진단 기준은 없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육긴장이상증 환자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있어 큰 제약을 받는다. 병으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 하느냐를 두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약물이나 보툴리눔 톡신 등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해본다. 그럼에도 효과가 없거나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될 때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Q. 다른 질환에선 뇌심부자극술이 어떻게 활용되나.
뇌심부자극술은 주로 근육긴장이상증에서 시행하지만, 파킨슨병, 본태성 진전(떨림증) 치료에서도 많이 시술한다. 파킨슨병은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오질 않아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도파민을 계속 공급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뇌심부자극술의 목적은 도파민을 더 잘 돌게 하는 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반면 근육긴장이상증과 본태성 진전에서는 완치를 목적으로 시술한다.
Q. 근육긴장이상증과 본태성 진전에서는 완치까지도 가능한가.
근육긴장이상증이 생겼을 때 환자들이 처음 느끼는 감정은 황당함이다. 본인 몸이 자기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되고 자꾸 이상한 자세가 나오다보니 그런 거다. 그러다 이 황당한 감정은 점차 불안감이나 우울감으로 번진다.
그렇게 되면 뇌 속 나쁜 신경전달물질들이 전부 활성화돼 증상은 점점 나빠진다. 한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어떠한 이벤트를 통해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아까 수술을 위한 관찰기간으로 6개월 이상을 말한 이유도 이런 시기를 보기 위해서다.
결국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그때 뇌심부자극술처럼 아주 강력한 자극이 들어가 신경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면, 환자들은 좋은 경험을 느낀다. 좋아진 경험을 느끼면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좋은 신경전달물질이 계속 나오는 패턴으로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근육긴장이상증 환자 중 10~15%는 배터리 체크하러 2~3년마다 한 번씩만 병원에 내원하면 된다.
Q. 좋은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도록 하는 패턴 변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는데, 실제 교수님께 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도 이를 많이 강조 한다 들었다.
그렇다. 환자들한테 제일 먼저 얘기하는 게 취미생활이다. 이 병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었던 걸 못했던 걸 해보라고 강조하는 편이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이나 좋아했던 일을 하면 기쁨이 훨씬 커지면서 예후도 훨씬 더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고 많이 강조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환자들은 시술 후 정말 빨리 좋아진다. 반면, 아직 증상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신경전달물질 패턴 변화가 빨리 진행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떤 예기치 않은 사고나 스트레스가 확 올 때도 있다. 그럼 또 증상이 확 나빠진다.
이에 우리 의료진들은 시술 후 환자가 신경전달물질 패턴 조절을 잘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Q. 뇌심부자극술 관련 기기도 충전식과 비충전식이 있다고 들었다. 시술시 선택 기준은 어떻게 되나.
환자 나이를 고려해 선택하는 편이다. 뇌심부자극술 기기는 충전식과 비충전식이 있다. 비충전식은 환자 가슴 피하에 자극 발생기가 삽입된 상태에서 배터리 수명대로 쓰는 거고, 충전식은 환자 본인이 좀 신경을 써야 한다. 하루 약 15분에서 1시간까지 충전을 해줘야 한다.
그래서 연세가 많아 기기에 익숙하지 않는 환자에겐 비충전식을 고려하는 편이다. 그 때는 배터리 수명을 우선적으로 본다. 또 젊은 환자들에게는 충전식을 권하기도 한다. 치료 예후에 대한 차이는 비충전식이나 충전식 모두 차이는 없다.
Q. 또 로봇을 이용한 뇌심부자극술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장점은?
의료진 입장에선 불안감을 덜 수 있다. 전극선을 뇌 특정 부위에 고정시켜야 하는 만큼, 정확한 좌표 값이 중요하다. 로봇은 좌표 값에 대한 변동 없이 기계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 보면 정확도도 향상될 수 있겠다.
처음 로봇 수술을 할 땐 적응하느라 수술 시간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은 짧아졌다. 프로세스가 적용된 덕분이다.
Q.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근육긴장이상증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수술 없이도 회복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환자들은 근육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한방치료나 비방을 찾아다니는 경향이 많다.
문제는 6개월 내에 그냥 좋아지는 환자들이 있다 보니 더욱 맹신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가 네이버 검색창에 근육긴장이상증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게 한의원, 그 다음이 치과다. 신경외과는 순위에서 밀린다. 제대로 된 의사한테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단언 컨데 초기부터 상당히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말하고 싶다.
파킨슨병도 마찬가지다. 파킨슨병 치료에서 뇌심부자극술은 그 수술 시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파킨슨병 초기 환자들은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 이를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그러다 점차 약효가 떨어지게 되면 처방 용량이 올라가고, 그 도파민에서 오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 상태가 되면 용량을 줄여야 되겠지만, 약을 줄이면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파킨슨병 수술은 허니문 기간으로 다시 되돌리는 걸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 보니 가장 적절한 수술 시기는 약물 부작용이나 약효가 떨어졌을 때 바로 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도 이런 부분들을 잘 인지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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