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공백방지 '의료법 개정안'…의료계 통제 강화하나

의료계 일각, 정부 재량 과도…의료계 자율성 훼손 우려
헌법상 기본권 침해·노동법 충돌 가능성 제기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10-11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정부가 필수유지의료행위의 범위와 기준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자율성과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이수진 의원은 지난 2일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의료계의 단체행동과 필수유지의료행위의 유지·운영 간 조화를 도모하고, 필수의료공백 사태의 재발을 막아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실효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등 환자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를 '필수유지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정지·폐지하거나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며 ▲복지부 장관은 필수유지의료행위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 대상직무 및 필요인원 등을 정한 기준(필수유지의료행위 유지기준)을 마련해 고시해야 한다. 아울러 ▲복지부 장관은 필수유지의료행위 유지기준을 정함에 있어 이해관계자 및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사항을 자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필수유지의료행위 운영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정부 중심의 통제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하은진 교수는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필수유지의료행위 지정과 관련해 정부가 지나치게 넓은 재량을 갖게 되는 구조"라며 "어떤 진료가 필수유지의료행위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의료기관 운영과 의료인의 권리 제한이 달라진다. 그런데 판단 기준이 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법안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의 범위가 불명확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판단을 내릴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필수유지의료행위의 유지기준이 복지부 장관의 '고시' 형태로 정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며, 이는 노사 간 교섭을 통해 합의되는 절차가 아니라 행정 통보에 가까워 교섭권과 쟁의권이 없는 단체를 법적 제재 대상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운영협의회가 복지부 산하에 설치되는 점에 대해서도 정부 주도의 거버넌스로, 노사 협정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균형하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의료 공백이 생겼을 때 그 책임이 의료계에만 전가되는 것도 문제다. 의료공백의 근본 원인이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의료계의 미숙한 대응으로 가려져 왔다"며 "이 법안은 겉으로는 의료계 자율성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통제를 강화하는 규제적 구조에 가깝다. 형식적 자율성보다 실질적인 협의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의 이 같은 우려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와 노동법과의 충돌 가능성으로도 이어진다.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책정보위원장은 이 법안이 민간 의료기관에 국가가 지정한 필수유지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도록 강요하는 성격을 갖고 있어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59조의2제2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필수유지의료행위를 정지·폐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 조항이 집단행동 여부와 관계없이 필수유지의료행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필수유지의료행위를 담당하는 의료인의 경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도 그만두거나 병원을 폐업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노동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했다. 조 위원장은 "노동법상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하더라도 사측과 협의해 필수 분야 유지범위를 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전공의 노조가 병원 측과 사전에 합의한 필수업무 범위가 이번 개정안이 규정한 범위와 다를 경우, 어느 법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의정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 규제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정정일 대변인은 "1년 반 동안 겪었던 사태의 재발을 막는 방법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대전협 비대위의 첫번째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규제하는 법을 만들기보다는 이러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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