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소아약 장기 품절 사태, 보건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

최성훈 기자 (csh@medipana.com)2024-02-13 06:00

"제가 요즘 너무 열이 받는 게 소아약이 거의 품절이에요. 제약회사에 연락을 해도 오히려 저한테 짜증을 내요. 상급종합병원에서 약이 없어 대한민국 어린이가 치료 못 받는데도 지금 아무도 모르잖아요. 우리나라에 암 질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적으로 나머지 질환에 걸린 사람은 정말 그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최근 취재차 만난 서울 내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A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장기화되고 있는 소아 품절약 사태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상급종합병원 조차 필수 약을 구할 길이 없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 

사실 소아약 품절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문제다.

이에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해 6월 20일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 간담회를 갖고, 소아청소년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품절 필수의약품은 141개에 달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소아 천식약은 문제가 심각하다. 소아 천식은 무엇보다 적절한 약물 복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간 단계의 천식 증세만 보여도 밤에 잠을 깨기 일쑤다. 더욱 심한 경우라면 증상 때문에 불편해서 잠을 잘 수가 없고, 음식 섭취도 힘들어진다. 

소아에게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천식 약물은 '풀미칸', '풀미코트', '알베스코' 등이다. 그런데 이들 세 개 약제 모두 장기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풀미칸의 약가를 946원에서 1121원으로, 풀미코트의 약가를 1000원에서 1125원으로 각각 인상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여전히 의료현장에서 체감하는 의약품 수급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니까 말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품절약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지 7개월이 지났음에도 품절약 사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A교수의 말은 되새겨 볼만하다. 그러는 동안 국내 원료의약품 국내 자급도는 최근 12%까지 떨어졌다. 이러니 생산 시절 부족보다는 당연히 원료 수입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필수의약품 원료 자급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 공급대란은 당연한 수순일터. 이에 필수의료를 위한 국내 의료 시스템의 정상 작동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보건안보라는 측면에서 필수의약품의 적정 보상이나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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