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라자' 국내 급여 이후‥SMA 치료에 '진보'가 있었다

[연중기획 희망뉴스] SMA, '스핀라자' 등장으로 환자 삶의 질 개선 사례 축적
50개국 이상에서 1만 1천여 명 치료, 희귀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 제시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10-1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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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에는 치료제가 없었다.

그래서 과거 SMA 진단 환자는 물리 치료나 재활 치료로 근육 퇴행을 완화시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2016년 최초의 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나트륨, nusinersen)'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후,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식약처 허가, 2019년 보험 급여가 적용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50개국 이상에서 허가를 받은 스핀라자는 2020년 10월 30일을 기준으로 1만 1,0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약 3년. SMA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스핀라자가 국내 급여 이후 환우 삶을 변화시킨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생후 6개월 시점에 SMA 진단을 받고, 스핀라자 투여 후 자전거를 탈 수 있을만큼 회복된 김 양(4세, SMA 1형)의 사례가 그렇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의 승인 건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최소 132명 의 환자들이 스핀라자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 SMA에서 첫 번째로 승인된 표준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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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성 근위축증'은 척수와 뇌간의 운동 신경세포 손상으로 온 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인지는 정상이지만 신체의 모든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근육 긴장성이 저하된다. 안면 근육과 호흡 근육 및 혀 근육 등에도 수축이 나타나 스스로 호흡하거나 음식을 삼키는 등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행동조차 어렵다. 

SMA는 영유아 사망률이 가장 높은 대표적인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이다. 신생아 6천명-1만명 당 약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발병 시기에 따라 편의상 1~4형으로 나뉜다. 1형은 생후 6개월 이내, 2형은 생후 18개월 이내, 3형은 생후 18개월 이후, 4형은 성인기에 발병한다.

여러 유형 중 증상이 가장 심한 1형(6개월 이전에 발병)이 SMA의 약 80%를 차지하며, 적절한 치료가 수반되지 않을 시 환자 대부분이 만 2세가 되기 전 사망한다.

위중한 환자들은 인공호흡기와 위루관에 의존해 살아간다. 원활한 호흡을 위해 5~10분 간격으로 보호자가 가래를 손수 제거하는 석션(suction)이 필수적이며, 삼킴 장애인 연하 곤란(Dysphagia)으로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콧줄이나 위루관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불과 몇 년 전 SMA는 물리 치료나 재활 치료 등 보조요법 외에는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스핀라자'의 개발 소식은 SMA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희망일 수밖에 없었다.

스핀라자는 SMA를 가진 영유아, 어린이 및 성인 환자를 위해 승인된 첫 번째 치료제다. 스핀라자는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의 자체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antisense oligonucleotide)이다.  

스핀라자는 SMA 치료의 핵인 운동 신경세포 유지에 근간이 되는 전장 생존운동신경세포(SMN, survival motor neuron) 단백질 생산량을 증가시켜 SMA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스핀라자는 질환 시작 지점에 약물을 투여하기 위해 운동 신경세포가 위치한 척수를 둘러싼 수액에 경막 내 투여한다. 

스핀라자는 위험 대비 우수한 치료 혜택(a favorable benefit:risk profile)을 보여주며 강력한 SMA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스핀라자는 300명이 넘는 다양한 연령과 유형의 환자에서 7년 이상의 장기 데이터를 통해 유효성과 지속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스핀라자는 두 건의 무작위 이중맹검 sham-대조군 비교 연구에서 SMA 영아 환자 및 후기 발현 환자(각각 ENDEAR와 CHERISH 연구)를 대상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증상 발현 전 영아 포함 연구(NURTURE)와 후기 발현 SMA 환자 포함 연구(CS2/CS12) 그리고 이전에 임상개발프로그램(SHINE)에 참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장 연구 등 각종 오픈라벨 연구에서 유효성을 증명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호흡기계 감염, 발열, 변비, 두통, 구토 및 요통이었다. 시판 후 과민증, 수막염 및 수두증이 관찰됐다. 일부 ASO 투약 후 신독성(renal toxicity)과 급성 중증 혈소판 감소 등 혈액 응고 이상이 관찰됐다. 이는 실험실 내 검사로 이러한 반응의 징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스핀라자 개발 이후 SMA 치료는 큰 진보를 맞이했다. 10년 동안 개정되지 않았던 SMA 글로벌 진료 가이드라인이 SMA의 선제적(Proactive) 치료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도 했다.

◆ SMA, 치료제 있는만큼 더 빨리 치료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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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내 발병하는 SMA 1형 환자의 경우는 평균 1~2세에 호흡기 감염 등으로 사망하는 질환으로 인식됐다.

그런데 스핀라자 투여를 시작한 지 약 3년이 지난 김 양(4세, SMA 1형)은 자전거를 타면서 가을을 만끽 중이다.

주치의인 양산 부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윤진 교수를 찾아갔을 당시, 김 양은 생후 5개월로 목 가누기가 전혀 되지 않고, 중력을 이겨 팔 다리를 드는 운동도 되지 않았다. 안거나 들 때 근육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저긴장증 상태였다.

"전공의 시절에 SMA는 진단 이후 도와줄 만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진단 후 질환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약물 치료를 할 수 있게 됐죠."

이제 SMA에는 치료제가 있다. 생후 8개월 시점에 김 양은 바이오젠이 운영하는 스핀라자 무상지원 프로그램(EAP, Early Access Program)에 참여해 처음으로 스핀라자 투여를 시작하게 됐다.

2018년 8월부터 현재까지 총 12회의 스핀라자 치료를 진행한 김 양은 완전한 독립 보행은 어렵지만, 양팔이나 겨드랑이를 지지해 주면 발을 떼고 보행이 가능하다. 앉은 자세에서 두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휘청거림없이 안정적으로 세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양팔의 근력이 상당히 좋아진 김 양은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퍼먹거나, 두 손으로 도자기 그릇을 들고 먹을 수도 있다.

"SMA의 약물 치료가 가능해진 이후 환자들이 김 양과 같이 일상생활의 변화를 맞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환자를 지지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죠."

최근 SMA에는 적용할 수 있는 스핀라자 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제, 경구약 등 치료 옵션이 늘어났다. 다른 희귀질환에 비해 치료 옵션을 세 개나 갖게 된 SMA 환자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환자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약물 치료를 받아도 100% 긍정적인 결과만을 기대할 수는 없고, 세 개의 치료제가 있어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약은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급여가 됐어도 제한적인 기준 때문에 어떠한 치료제도 써볼 수 없는 환자군도 있다.

스핀라자는 모든 유형의 SMA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 3세 이후에 진단을 받았거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급여 기준에서 제외됐다. 결국 성인 발병 환자들은 현실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바이오젠은 SMA 분야 선두주자로서 축적된 리얼월드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인 환자에까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바이오젠은 SMA 조기 약물 치료 시의 효과 연구를 비롯해 최근 유전자 치료 후 임상적 요구가 충족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 예로, ASCEND 3b상 연구는 만 5-39세 최대 135명의 후기 발현형 SMA 환자를 대상으로 약 2.5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기존에 리스디플람(risdiplam) 치료를 받은 소아, 청소년 및 성인 후기 발현형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용량 스핀라자를 투여하는 연구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리스디플람 치료 시 SMA 환자의 연령과 체중이 증가함에 따라 약물 노출 정도가 감소하며 유아에 비해 성인에서 약물 농도가 약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디플람 투여량은 환자의 체중이 20kg에 도달하면 최대 용량인 5mg으로 제한된다.

바이오젠은 ASCEND 연구를 통해 뉴시너센이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지 평가갈 계획이다.

이윤진 교수는 희귀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치료제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크게 느꼈다. 그는 SMA에 치료 옵션이 늘어난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SMA 치료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최대한 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됐다는 점입니다. 혹시나 진료 과정에서의 부족함으로 SMA 진단이 지연된다면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늦게 제공하게 되겠죠.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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