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치료에 기회 만든 '렌비마'‥후속치료에도 유연성 필요

[연중기획 희망뉴스] 간세포암도 '삶의 질' 고려하며 치료 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약 선택에 불안감 없어야‥"해외 사례처럼 유연하게 2차 치료옵션 좀 더 열어주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2-10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새로운 약이 출시되면 일단 기대가 생긴다. 여기에 기존 치료제보다 장점이 있다면 의사들은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효과와 동시에 '부작용'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약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경험해보지 못한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의사들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자이의 `렌비마(렌바티닙)`가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을 때에도 그러했다. 10년 동안 유일한 1차 치료제였던 소라페닙보다 높은 반응률과 무진행생존기간을 기록했으나, 당장에 약을 사용해보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렌비마가 사용된지 약 2년. 여기에 2019년 10월부터 국내에서 급여가 되자 렌비마에 대한 처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환자에게 직접 처방해보고, 일부 부작용을 조절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렌비마'를 1차로 처방했을 때의 이점이 도드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강원석 교수<사진>도 렌비마의 이점을 경험하고 있는 의사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렌비마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환자가 늘어날수록, 2차 후속 치료제의 선택도 유연성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 렌비마의 1차 처방 경험 축적, `삶의 질`을 논하다

간세포암 생존율이 향상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소라페닙'이라는 표적치료제가 도입되면서다. 이는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Conventional chemotherapy)과 달리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세포전달체계를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강 교수는 "글로벌 연구와 아시아 연구 결과가 약간 차이를 보이지만, 위약과 비교할 때 소라페닙은 약 3개월 정도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3개월이란 시간이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진행성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여러 가지 신약 후보가 있었으나 임상시험에서 모두 실패했고, 지난 10년간 진행성 간세포성암 환자에게는 소라페닙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러다 2018년 `렌비마`가 새로운 간세포성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렌비마는 임상시험을 통해 소라페닙과 생존기간 측면에서 유사한 효과를 확인했으며, 치료반응률, PFS(무진행생존기간), TTP(질병 진행까지의 시간)는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성 단계에서 이전 치료를 받지 않은 수술이 불가능한 간세포성암 환자 954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연구 REFLECT 결과에 따르면, 1차 평가항목인 전체생존기간(OS)이 렌비마 투여군은 13.6개월로, 소라페닙 투여군의 12.3개월 대비 비열등함이 확인됐다.

OS 외의 2차 평가항목인 무진행 생존기간(PFS, 7.4개월 vs 3.7개월),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TTP, 8.9개월 vs 3.7개월), 객관적 반응률(ORR, 24.1% vs 9.2%)은 모두 렌비마군이 소라페닙군 대비 2배 이상의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특히 mRECIST(Modified 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에 의한 독립적 평가 집단의 검토 시, 렌비마군의 ORR은 40.6%로, 소라페닙군 12.4% 대비 약 3.5배 높았다. 렌비마가 보인 뛰어난 `반응률`은 종양의 크기가 줄어든 정도를 가르키는 용어다. 함암제를 투여했을 때 종양이 잘 억제되고 있는지 즉, 치료효과가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간세포성암 환자의 OS 개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간암 종양 표지자(AFP, α-fetoprotein) 수치 보정 결과에서도 렌비마는 OS에서 소라페닙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이밖에도 렌비마를 치료받는 환자 집단에서 4명 중 1명은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PR(Partial Response)이상의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명 중 1명 만이 종양축소를 보인 기존 치료제(소라페닙)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렌비마는 부작용 면에서도 쉽게 조절이 됐다.

물론 렌비마는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약이라 경험이 없는 의료진은 부작용 관리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강 교수가 렌비마를 써본 경험상, 환자들이 이상반응(adverse event)을 겪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는 "렌비마는 환자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적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다. 렌비마는 이런 부작용 경험 비율이 적어, 환자들이 먼저 렌비마를 쓰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한다. 렌비마를 쓸 경우 혈압 상승 등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대부분 혈압약으로 조절 가능하다. 심각한 수준(severe adverse event)의 단백뇨는 드물었다"며 "렌비마가 최근 1차 치료제로 보험 급여를 적용 받아 앞으로 경험이 계속 쌓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작용을 관리 하는데 있어서도 의료진들이 훨씬 더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제 암치료는 '삶의 질' 부분도 고려하게 됐다. 효과 뿐만 아니라 부작용, 환자의 만족도 등이 고려 대상인 셈이다.

강 교수는 "보통 약을 선택할 때 약효가 비슷하면 삶의 질 측면에서 더 이득이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부작용이 적어야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 확률도 적어지고 식사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등 환자 삶의 질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치료 성적과 간기능 유지와 무관하지 않다. 반응이 있어 치료를 받아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이후 후속치료가 필요한 경우 추가 치료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부분이 렌비마 치료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몇 해 전부터 진료 중인 54세 남성 A 환자의 사례를 들었다.

A 환자는 2016년부터 색전술 4차례, 고주파열 치료 1차례 시행했고, 수술로 주요 간암 덩어리도 제거했지만 이후 림프절에 전이가 되어 방사선치료까지 진행했다. 2019년에는 간우엽절제술 및 림프절 절제술 시행하고, 면역세포치료를 받았으나 1.5개월 만에 림프절 전이 및 복막 전이가 확인됐다.

강 교수는 "A 환자에게 간세포암 1차 치료에 어떤 약들이 있는 지와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을 해 드렸다. 현재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승인돼 있는 두 약의 치료 성적은 비슷한데, 렌비마의 경우 글로벌 임상 연구에서 PFS, TTP 등이 기존 치료제인 넥사바 대비 2배 이상 길다는 점과,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 특히 손발피부증후군의 발생 비율이 20-3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설명을 들은 A 환자는 약 2일 간의 고민 끝에 결국 렌비마를 선택했다. 이에 2019년 9월, 렌비마 치료를 시작했고, 8주 간격으로 종양 반응평가 시행했다.

그 결과, A 환자는 림프절 전이(metastatic lymph node) 및 복막 전이 종양(peritoneal metastatic lesion)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최근 시행한 종양평가에서도 PR(Partial Response, 30% 이상 종양 감소)을 보였다.

강 교수는 "그동안 두 차례의 반응평가가 있었다. A 환자는 복막 전이와 주변 림프절 전이가 있었고, 췌장 주변 림프절에도 3~4cm의 상당히 큰 혹들이 있었다. 첫 반응평가에서 PR이 왔고, 최근 진행한 두 번째 반응평가에서 췌장 근처의 혹들이 거의 측정이 안될 정도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다른 복막에 있던 혹들도 대부분 크기가 많이 감소했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Grade 2 정도의 부작용인 변비가 발생했지만 잘 조절하고 있다. 손발피부증후군이나 고혈압, 단백뇨 등의 부작용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사 결과와 사진을 환자와 함께 보는데, 암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을 실제로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치료에 반응이 좋으면 의료진은 뿌듯하고 기쁘고, 환자들도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반응을 크게 보이는 케이스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렌비마는 이 환자처럼 PR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 비율이 소라페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다. 우리 병원에서 50여 명의 소규모 환자 집단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다른 치료제보다 렌비마로 치료했을 때 PR 이상 반응을 보인 환자가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 남은 숙제, 그리고 생존율 향상의 기회

국내에서 렌비마는 지난해 10월부터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아직 남은 숙제가 남아있다. 렌비마 후속 치료제가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강 교수는 "보통 암을 치료할 때 두 가지를 본다. 첫 번째는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더 효과가 있는 약인지, 다른 하나는 약으로 인해 환자가 겪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렌비마는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렌비마를 선택할 때 불안해 하는 이유는 렌비마 치료 후 후속치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렌비마 1차 치료에 보험을 적용 받아 사용하다가, 만약 진행이 되면 급여되는 2차 치료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는 국내외 해외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1차 치료제로 어떤 약을 쓰든, 2차 이후의 치료옵션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편.

특히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최근 발표된 REFLECT 사후분석 연구를 기반으로 렌비마 이후 넥사바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렌비마 사용 경험이 더 많은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렌비마 후속치료로 소라페닙이 권고되고 있는데, 이것은 근거가 부족함에도 전문가들의 의견과 환자가 받을 혜택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구 하나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이제 REFLECT 사후 분석 연구도 발표돼 근거가 마련됐다. 결국 간암 환자의 생존율과 혜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미국 가이드라인도 이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너무 문구 하나하나에 집중을 하다 보면 자칫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REFLECT 연구 참여 환자의 생존기간을 추적해 본 결과, 1차 치료 약제 종류와 상관없이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OS가 후속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 대비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렌비마 1차 치료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OS는 20.8개월, 소라페닙 1차 치료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OS는 17개월로,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 중에서도 1차에서 렌비마를 투여받은 환자의 OS가 더 길었다.

또한 1차 치료제로 렌비마를 복용하고 PR 이상의 반응을 보인 환자가 지속해서 후속치료를 받을 경우, 대조군(소라페닙 1차 치료에서 PR 이상의 반응을 보인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군)보다 OS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26.2 vs 22.3개월).

그리고 렌비마 1차 치료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 대부분이 후속치료로 소라페닙을 투여 받았다(n=121/156, 약 77%).

REFLECT 진행 당시 소라페닙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현재 승인된 2차 치료제(레고라페닙, 카보잔티닙 등)를 후속 투여 받을 수 있었으나, 렌비마의 경우 2차에서 이러한 치료제들의 투여가 불가능해 유일하게 투여 가능한 전신요법인 소라페닙을 후속 치료제로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강 교수는 "미국 외에도 일본과 유럽 등에서는 1, 2차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약제를 선택해 쓸 수 있게 열어두고 있다.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후속치료제 여부로 인해 환자 치료 선택권이 제한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디자인 당시 설정된 기준으로 약제 사용 허가를 주는데, 해외처럼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여러 2차 치료 옵션들이 나와있어 사용할 약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렌비마 치료 후 다른 2차 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생존율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이를 시도도 못하고 차단해 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도 해외 사례처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후속치료를 고려하면 결국 간세포암은 1차 치료가 중요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그 이후 치료도 긍정적일 확률이 높다고.

강 교수는 "정부에서는 임상연구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 치료제가 등장할 때마다 각각 조합의 후속치료에 대한 임상을 진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리얼월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동안 많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는 "환자 삶의 질이나 객관적 반응평가 등을 봤을 때 렌비마가 확실히 우월하고, 환자에게 득이 되는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병이 진행된 다음 렌비마 후속 치료옵션이 제한적이라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1차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와 의료진들은 불안함을 계속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암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이런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의료진 판단에 의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게끔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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