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K4/6 억제제'가 일으킨 변화‥바뀐 '전이성 유방암' 표준치료

[연중기획 희망뉴스] CDK4/6 억제제 중 First in Class '입랜스', 환자들에게 준 희망 메시지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10-08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CDK4/6 억제제`는 등장과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음성인 전이성 유방암에는 그만큼 새로운 치료옵션이 필요했다.

CDK4/6 억제제는 폐경 전/후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이전에는 없던 효과를 증명했다. 그리고 단숨에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았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사진>는 CDK4/6 억제제가 전이성 유방암에 사용되면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정보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금 제 앞에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앉아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사진상 간에도 전이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전이가 된 4기 유방암 환자는 완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이성 유방암 세포는 유방에서 혈액을 타고 퍼져나가는데, 간 전이가 확인됐더라도 보이지 않는 암 세포는 온 몸에 다 퍼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이성 유방암은 유방이나 간을 절제하지 않고 약물 치료를 먼저해요. 약이 혈액을 타고 유방이나 간에 있는 암세포를 죽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도 없앨 수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HR+/HER-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의 발현이 병의 원인이므로, 이를 억제하는 호르몬 치료, '내분비요법'이 필요하다.

손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을 제안할 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더 오래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이 좋아지는 약이 있습니다. 항암 치료보다 독성이 적어요."

손 교수는 2017년부터 3년 동안 약 200명의 환자에게 `입랜스(팔보시클립)`를 처방하고 있다.

◆ 40대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기회' 만든 CDK4/6 억제제

`CDK 4/6 억제제`가 출시된 후, HR+/HER2-인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에는 완전히 다른 치료 환경이 마련됐다.

"과거에는 전이성 유방암을 내분비요법으로만 치료했다면, 지금은 CDK4/6 억제제와 병용해 치료합니다. 질병진행위험(Hazard Ratio)을 절반 정도로 낮추는 약이거든요. 내분비요법 단독요법은 질병이 악화되기까지 평균 1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은 평균 2년으로 질병 진행을 2배 늦춰줍니다."

2016년에 국내 허가를 받은 화이자제약의 '입랜스'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내분비요법으로 레트로졸과 병용해 급여가 된다.

폐경 후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입랜스와 레트로졸 병용을 테스트한 PALOMA-2 임상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PFS)은 27.6개월을 기록했고, 레트로졸 및 위약 투여군은 14.5개월을 기록했다.

Measurable disease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은 입랜스 병용 투여군이 대조군 대비 높았으며(42.1% vs 34.7%), 임상효용율(CBR)도 입랜스 병용투여군이 84.9%로 대조군의 70.3%를 상회했다.

그리고 올해 6월부터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경우, 이전에 CDK 4/6 억제제 또는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를 투여 받은 적이 없는 경우의 폐경 전/후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요법에 급여가 확대 적용됐다.

이는 PALOMA-3 임상시험이 기반이 됐다. 입랜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내분비 내성 정도, 호르몬 요법 민감도, PIK3CA 변화 상태와 관계 없이 무진행 생존기간을 개선시켰다. 

해당 연구의 추적 관찰 기간은 44.8 개월이며 임상시험에 참여한 521명의 환자 중 약 60%를 분석했다. 이 중에는, 임상에 참여하기 전, 질환이 진행된 이후 치료요법으로 최대 10차(1-10차) 치료를 받은 환자도 포함됐다.

지난 2016년 란셋(Lancet)을 통해 발표된 PALOMA-3 결과를 살펴보면, 폐경 전/폐경 후 그룹별 효용성 비교시 폐경 전 환자에서 입랜스 병용군은 9.5개월, 위약군 5.6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을 기록했다. 아울러 폐경 후 여성 환자 대상으로 각각 9.9개월, 3.9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을 기록했다.

PALOMA-3 임상 전체 생존기간(OS) 세부 데이터 연구의 후속분석에 의하면, 입랜스 병용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11.2개월을 기록했으며, 위약군은 4.6개월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입랜스의 급여 확대가 치료옵션이 현저히 적었던 '폐경 전'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서구에서는 유방암 연령대(peak age)가 60대 정도입니다. 폐경 후 환자가 대부분이죠. 반면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40대 후반이 가장 많아 폐경 전 환자가 절반 정도 차지합니다."

손 교수는 CDK4/6 억제제가 비교적 젊은 여성 환자들에게 하나의 치료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 바라봤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폐경 전` 환자가 1차로 입랜스 치료를 받으려면 외과적 난소수술이 선행돼야 쓸 수 있다. 이 때에도 입랜스 치료 효과는 뛰어났다고.

"물론 환자들이 처음부터 난소 절제를 이야기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아요. 하지만 이들에게 입랜스를 복용하면 평균 생존기간이 5년이고 무진행생존기간이 2배 연장된다는 혜택을 설명합니다."

손 교수가 만났던 대부분의 환자는 입랜스 복용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 종양 크기 감소를 보였다.

"기억나는 환자가 있어요. 간에 전이가 됐던 환자인데, 이전 병원에서 항암화학요법(chemotherapy) 치료를 하려고 했다가 저를 찾아온 케이스죠. 난소를 절제하고 입랜스 병용요법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2년 동안 잘 치료받으며 직장 생활도 하고 있어요. 부작용이 적고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근무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해당 환자는 처음 손 교수를 찾아왔을 당시만 해도, 암 덩어리가 손으로 만져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진행하면서 암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환자 본인도 의지를 갖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고령 환자에서도 입랜스의 효과는 나타났다.

"너무 고령인 환자에서는 입랜스를 처방하기 조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쓰고 있어요. 제 환자 중에는 70세 이상의 환자 분도 계십니다. 또 60대의 심각한 간 전이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을 거부해서 입랜스를 처방했던 경험이 있어요. 8~9개월 동안 입랜스를 복용하고 상태가 좋아져 배 불편함도 감소됐었어요."

손 교수는 CDK4/6 억제제 처방 경험이 축적되면서, 환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늘어났다고 답했다.

"실제 입랜스를 복용한 환자들을 보면 결과가 좋아요. 질병이 악화되기까지의 시간이 2년 이상 늘어난 것 자체가 의미가 있거든요. 입랜스는 부작용도 적어서 의사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에요."

◆ CDK4/6 억제제로 바뀐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

입랜스는 FDA 허가 이후 전세계 22만5,000명 환자들을 치료했다. CDK 4/6 억제제들 중 가장 오랫동안 많은 임상 경험을 축적한 셈이다.

입랜스는 유방암의 주요 지표로 고려되는 내장이나 뼈 등 다른 신체 부위 전이 여부, 재발 기간 등의 모든 서브 그룹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하고 일관되게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PFS)를 개선했다. 이는 다른 신체 부위에 종양이 전이된 다양한 환자군을 커버하며,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 입랜스는 장기 안전성 프로파일(safety profile)을 보유하고 있고, 1일 1회 복용으로 투여 시작 전 일반 혈액 검사 한 가지에 대한 모니터링만 진행하면 된다.

현재 입랜스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가이드라인에서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의 category 1으로 지정돼 있다.

손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특히나 '삶의 질'을 고려하며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DK4/6 억제제 나오기 전에는 내분비요법 단독요법이 표준치료(SOC, Standard of Care)였다면, 지금은 CDK 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의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로서 자리매김했다.

손 교수의 환자 중에는 임상시험 기간을 포함해 최장 6년 동안 입랜스를 복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또한 5명 이상 환자들이 5년 이상 입랜스를 사용하고 있고, 많은 환자들이 2~4년동안 꾸준히 치료받고 있다.

항암화학요법은 암을 줄어들게 하지만 부작용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중단하면 대부분 질병이 다시 악화된다. 그러나 입랜스나 내분비요법은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CDK4/6 억제제의 사용으로 평균 5년을 살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5년이라고 이야기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위암 1년, 췌장암 6개월, 폐암 2~3년 등과 비교하면 다른 암에 비해 굉장히 긴 기간이에요. 여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5년 이상, 10년도 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죠."

손 교수는 냉정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더 불안해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환자와 보호자에게 질병, 질병 상태, 자연경과(natural course) 등에 대해 설명하고, 처방하는 약이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왔다.

"CDK4/6 억제제는 약에 대한 수용도와 효과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 지난 20년 간 호르몬 단독요법뿐이었던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도 볼 수 있어요. 이제는 CDK4/6 억제제 없이 치료받는 환자는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1차로 치료를 받고, 어려운 경우 2차로라도 치료를 받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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