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제' 부작용 논란‥ 그 시선이 억울한 이유

[비하인드 씬] '피나스테리드', 자살·우울증 부작용 제기‥그러나 전반적 치료제 문제라고 보기 어려워
'성기능 장애'도 안심할 여러 연구 데이터 쌓여 있어‥심리적 요인 크다고 판단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1-03-02 06:05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이쯤 되면 '탈모 치료제' 개발사는 억울하다. 심심하면 '부작용' 논란의 중심이 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논란은 자살, 우울증 등 정신적 이상반응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 남성들과 관련한 여러 극단적 선택 보고를 보도했다. 이는 로이터가 2019년 신청한 정보공개 청구를 뉴욕 브루클린 연방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1월 말 공개됐다. 관련 문건은 피나스테리드가 지속적인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주장하는 수 년간의 소송 문건 11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FDA는 2011년 이후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약물을 복용한 뒤 자살이나 자살충동과 관련한 700건 이상의 보고를 받았다. 이 중에는 최소 100건의 사망 사건이 포함돼 있었다. 그 이전에는 이 약물이 출시된 후 처음 14년 동안 사망 10건을 포함한 34건의 관련 보고가 접수됐다.

아울러 공개된 문건에서는 MSD도 2009년부터 피나스테리드에 대한 내부적 '위험 관리' 평가를 시행한 결과, 약 복용 후 자살충동을 포함해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고 200건 이상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MSD는 반박했다. 회사는 "피나스테리드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광범위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 시판 후 조사 등을 통해 확립됐다. 허가사항에 명시돼 있는 신경정신계 이상반응은 시판 후 보고된 이상반응이다. 그래서 약물 노출과의 인과관계를 확립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피나스테리드가 자살 충동을 유발했다는 의미로 확정 짓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며, 의학적 문제는 치료 중인 기저 질환에서 생길 수 있고, 타 약물의 병용이나 다른 이유가 원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신적' 이상반응, 모든 약이 그렇진 않다
피나스테리드가 탈모 치료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탈모 치료제에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JAMA Dermatology에 게재된 논문을 살펴보면, 모든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가 이러한 부작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논문에 의하면, 피나스테리드 1mg을 복용한 환자에서 자살 가능성이 약 2배 증가했으며, 우울증 및 불안이 4.33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동일한 5알파환원효소 억제 기전을 가진 두타스테리드의 경우, 남성형 탈모 환자에서 자살, 우을증과 같은 정신적 이상반응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 결과를 토대로 논문에서는 정신적 이상반응이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가 아닌, 피나스테리드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했을 것이라 추론하고 있다.

[이미지] JAMA Dermatol. Table 4.jpg

다만 논문에서는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처럼 부작용 관련 보도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따라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한 보고 편향(reporting bias)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같은 기전의 두 약물이 다른 이상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9년 Clinical Drug Investigation에 발표된 또 다른 논문에서도 두타스테리드는 우울증 및 불안, 치매 관련 평가에서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논문은 전립선비대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나, 남성형 탈모와 동일하게 0.5mg 용량을 복용한 결과다.

◆ '성기능' 이상반응', 관련 데이터 많지만 여전한 오해
탈모 치료제는 최근에 발발한 정신적 이상반응 논란 외에도 '오해'가 가득 쌓여있다. 대표적으로 '성기능 이상반응'이 있다.

남성형 탈모의 주 원인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바뀌는데 있다.

많은 연구 결과, 탈모 부위에서 DHT 생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탈모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등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DHT 전환을 막는 약이다.

그런데 남성호르몬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보니, 이 기전이 '성욕 저하'나 '발기부전' 등을 일으킬 것이란 시선이 강한 편이다.

이와 같은 생각을 타파하기 위해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여러 연구가 진행됐다.

피나스테리드는 5년 간 정수리 남성형 탈모 환자(18세~41세)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성욕 감퇴, 발기 부전, 사정 장애 등 약물 관련 성기능 이상반응을 조사했다.

1년 경과 시점에서 프로페시아 복용 환자의 약 2% 미만에서 성기능 관련 이상반응이 있었고, 치료 5년 시점에는 이상반응 발생이 0.5% 이하로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근거를 볼 때 약 복용 중 발생한 성기능 부작용도 장기간 복용 시 호전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5알파환원효소 제1형과 제2형을 모두 억제하는 기전이다. 

5알파환원효소 억제를 강하게 할수록 부작용이 더 발생해야 한다면, 두타스테리드의 용량을 늘릴수록 부작용 발생 빈도도 증가해야한다.

하지만 2014년 발표된 두타스테리드 3상 연구 결과를 보면, 약물 용량과 부작용 빈도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위약과 비교했을 때에도 성기능 이상반응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두타스테리드 오리지널 약제인 아보다트의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에 의하면, 18세에서 41세의 남성형 탈모 환자 712명이 평균 약 7개월(평균 204.7일) 간 아보다트를 복용했을 때, 9.3%의 환자에서 다양한 약물유해반응이 나타났다. 그 중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단 0.6%에 불과했다.

이 중 성욕 저하, 발기부전 등 성기능 이상반응은 각각 1.3%, 1.0%로 모두 낮게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두타스테리드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성기능 이상반응이 치료를 지속할수록 오히려 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일본피부과학술지(The Journal of Dermatology)에 게재된 논문은 두타스테리드 복용 첫 주에서 24주차까지의 결과와 25주에서 48주차까지의 주요 이상반응별 발현율을 봤다. 그 결과, 발기부전의 경우 12%에서 2%로, 사정 장애는 2%에서 0%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성기능 관련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이상반응 발현율은 차이를 보였다.

사전에 성기능 이상반응 가능성에 대해 고지 받은 환자군은 고지 받지 않은 환자군 대비 3배 이상 이상반응 발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의사들은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성기능 부작용은 심리적 요인, 기타 평소 건강상의 요인, 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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