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람자` 급여 이후의 변화‥의사와 환자에게 '기회' 제공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안전성과 PFS·OS의 연장‥치료 환경 개선으로 위암 환자도 장기간 생존 기회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9-04-01 06:04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유독 치료제가 적었던 위암에 `사이람자(라무시루맙)`가 등장했다. 그리고 사이람자는 국내에서 지난해 5월부터 급여가 시작됐다.

이를 통해 `사이람자와 파클리탁셀`의 병용요법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했던 환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됐다. 이는 위암 환자일지라도 1년 이상의 장기생존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메디파나뉴스가 만난 표영복 씨(52년 생)도 급여가 된 사이람자로 연속적인 치료를 받게 되면서 암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에게 효과적인 약을 만난 것도 감사한데, 치료제가 보험 급여가 돼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사이람자 투여 이후, 눈에 띄게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어 가족들이 기뻐한다."

사아람자의 출시와 급여로 인한 변화는 의사들도 느끼고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는 "사이람자가 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환자들이 보다 용이하게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위암 치료제에 사이람자가 추가됨으로써 위암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 이제는 위암 환자들도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 "'사이람자' 투약 이후, 나는 식사를 하게 됐다"

'전이성 위암'을 처음 확진 받았을 때의 막막함을 표 씨는 생생히 기억한다.

"100세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70세도 안된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앞만 보면서 달렸던 것이 문제일까라며 자책도 많이 했다."

현재 전이성 위암 1차 치료 시 표준 치료 요법은 HER2 양성 환자의 경우 허셉틴을 바탕으로 하는 5-FU(플루오로우라실), 그리고 백금계열 치료제와의 병용 항암화학요법이다.

다만 HER2 양성은 전체 위암 중 10~15%이며, 대부분은 HER2 음성 환자에 속한다. HER2 음성 환자의 경우 플루오로피리미딘과 플래티넘의 병용요법이 사용돼 왔다.

먼저 1차 치료를 시작한 표 씨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입구가 종양으로 인해 좁아져 식사를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

심병용 교수는 표영복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때를 회상했다.

심 교수는 "환자분은 초기에 간 전이가 있었다. 위암 환자 중에 HER2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이 있는데, 이 경우 1차 치료로 젤로다, 시스플라틴, 허셉틴 등을 사용한다. 통상적으로 3주간 6번의 치료를 진행 후, 허셉틴만 사용하는 허셉틴 유지 요법을 시행한다. 표영복 씨도 처음에는 이 치료법을 사용했으나, 이후 질환이 진행(progression)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표 씨가 사이람자로 2차 치료를 시작한 이후부터, 상황은 역전됐다.

심 교수는 "약 3-4개월 전부터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변경했다. 다행히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고, 무엇보다 증상이 개선돼 환자가 많이 편해한다. 지금은 종양 크기가 많이 줄어들어 식사도 원활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사량도 늘었다"고 말했다.

사이람자는 진행성 위암의 2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유일한 표적치료제다. 진행성·전이성 위 또는 위식도 접합부 선암 환자의 2차 항암화학요법 치료 시, 단독요법과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 모두에서 전체생존기간(OS) 및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유의한 연장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일본 위암학회(JGCA)에서 2차 치료제로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표 씨는 "현재 사이람자를 투여한지 4개월 정도가 됐는데, 식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전 치료제는 효과가 조금 약했던 반면, 지금 쓰는 약은 효과가 좋게 나타난다. 그리고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서 치료받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 급여 적용 이후, 위암 환자들도 또 다른 '기회' 생겨

사이람자는 최대 84세의 고령 환자를 포함한 약 66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RAINBOW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사이람자는 대조군 대비 ECOG PS(운동수행능력)와 삶의 질(QoL)이 더 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람자의 임상데이터를 보면 파클리탁셀 병용요법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은 4.4개월, 전체생존기간이 9.6개월로 나타났다.

심병용 교수<사진>는 "효과의 측면에서 볼 때 사이람자 요법이 기존의 2차 치료제보다 유지되는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난다. 보통 도세탁셀+이리노테칸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4개월 남짓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이람자 치료법은 이보다는 더 긴 6-7개월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항암제에 대한 반응률은 개인적인 편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항암 치료를 시작 할 때,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만약 환자의 신체 컨디션이 좋으면 효과 뿐만 아니라, 치료 기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컨디션이 나쁘고 식사도 거의 못하는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반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

무엇보다 반응률이 좋은 환자들은 효과가 장기간 유지가 된다. 그래서 1차 치료에 대한 효과가 좋으면, 2차도 잘 들을 확률이 높다. 반대로 1차 항암제에서 효과가 없던 환자들은 2차로 넘어가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표 씨는 사이람자 투여 후 CT 확인 결과, 종양 크기가 급속도로 감소해 지금까지 효과가 유지되고 있다.

심 교수는 "사이람자와 같은 VGFR (Vascular Growth Factor Receptor) 억제제 계열의 치료제는 약은 장기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기존에 비급여로 사용하던 환자들은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6개월 이상의 장기 투여가 어려웠다. 다행히 현재는 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이 오래 사이람자를 사용할 수 있고 예후도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람자는 '안전성'도 주목할만 하다. 심 교수는 사이람자의 이러한 특징이 위암 환자들에게 매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흔히 병용요법은 약제가 추가되기 때문에 독성에 대한 염려가 클 수 있다. 그러나 사이람자는 VEGFR2(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에 대한 표적치료제이기 때문에, 다른 항암제의 병용요법 대비 치료제 독성이 낮다. 즉, 이상반응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치료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파클리탁셀 단독요법보다 좋은 옵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에서는 파클리탁셀이 3주 요법이 아닌 1주 요법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1회 투여 시 용량이 줄어들어 부작용 발생이 감소하는 부분도 있다.

사이람자+파클리탁셀 병용요법으로 치료하는 환자들이 다른 치료제보다 상대적으로 덜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 교수는 "현재 1차 항암 치료 후, 2차 치료에서 항암 치료 자체를 받을 수 없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이람자를 처방하고 있다. 안전성과 환자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 사이람자+파클리탁셀 요법은 병용요법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치료제의 단독요법과 유사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사이람자를 투여하는 환자들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위암환자도  전보다 더 오래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는 "위암은 워낙 예후가 안 좋아서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다른 암에 비해 짧은 편이다. 임상시험 자료에 따르면 기존 1차 치료의 평균 생존기간이 10-12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사이람자가 보여준 전체생존기간 9-10개월을 붙이면, 위암 환자들이 최대 약 1년 이상 추가적으로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표 씨는 이제 치료제 투약을 위해 한달에 2번 입원하는 날 이외에는,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이람자로 치료제를 바꾸고 상태가 호전되면서,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날씨가 너무 춥지 않으면 야외로 나가서 운동을 하고 있다. 종종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이나 운동을 하기도 한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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