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30분→10분‥"짧아진 주사 시간만큼 제 삶도 나아졌죠"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 피하주사 투약‥병실에서보다 가족과의 시간 갖게 돼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9-07-22 06:03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HER2 양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것은 지난해 3월. 전선희(69년생) 씨는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항암치료를 12번 진행한 뒤 수술을 받게 됐다.

이후 얼마전 마지막 수술 후 보조요법 항암치료를 끝냈다. 아직 호르몬 치료가 남긴 했지만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잘 버텨준 자신과, 옆에서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이 크다는 그.

이 항암치료 기간동안 본인이 환자로써 크게 느낀 변화도 생겼다.

과거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파클리탁셀'과 '허셉틴(트라스투주맙)'을 정맥주사(IV)로 맞았다. 주사를 맞는 시간만 따져도 1시간 30분. 1시간 거리를 차로 왔다갔다 하다보면 주사를 맞는 날은 오로지 병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을 단독 투약할 때에는 피하주사(SC) 하나면 충분했다. 그랬더니 주사를 투약하는 시간은 단 10분이면 끝났다.

짧아진 시간 덕분에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 전선희 씨 본인 스스로도 주사 투약시간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지 몰랐다고 말한다.

◆ 쉽지 않은 항암치료, 그러나 '이겨낸다'는 마음이 강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밝은 웃음을 보여주던 전 씨조차도, 1년 전 HER2 양성 유방암을 처음 진단 받았을 때에는 하루종일 눈물이 났다고 한다.

'암'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공포감이 컸고, 특히 전 씨의 경우 암의 진행이 빠르고 염증으로 빨갛게 부어있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주는 두려움도 상당했다.

전선희 씨<사진>는 "작년에 왼쪽 가슴 끝이 딱딱해져 참을 수 없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처음부터 큰 병원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병원을 전전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3월에야 확진을 받았다. 나는 HER2 양성, 염증성, 국소진행성 유방암이었다. 염증성 유방암은 전체적으로 퍼져 있고 진행이 빨라 병원을 옮겨 다니던 두 달여 만에 암이 많이 퍼졌다"고 말했다.

전 씨가 진단받은 HER2 양성 유방암은 국내에서 전체 유방암 환자 10명 중 2~3명일 정도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HER2 양성 유방암은 일반적인 유방암보다 재발 위험이 높다. 현행 수술 후 보조요법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10년 내에 재발을 경험하고 있어, 아직까지 미충족된 의학적 요구가 큰 치료 분야다.

그렇지만 전선희 씨는 워낙에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펑펑 울기만 했지만, 그 이후로는 절대 울지 않았다는 그. 그저 암을 잘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전선희 씨는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었기에 바로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IV)과 파클리탁셀을 포함한 항암치료를 12회 진행했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는 `생존기간의 연장`과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들끼리의 병용요법이 활성화돼 있다.

이 가운데 2003년 국내에 출시된 '허셉틴'은 HER2 양성 유방암을 난치성 암에서 '치료 가능한 암'으로 만든 주요 치료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유방암의 표준치료법으로 권고되고 있다.

전선희 씨의 주치의인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전선희 씨는 다행히 허셉틴에 반응이 굉장히 좋아 수술 당시 겨드랑이 임파선 전이도 없어졌고, 종양 크기도 1.5cm 밖에 안 남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환자 본인도 치료 전에는 가슴에 크고 딱딱한게 만져졌는데, 치료 후에는 말랑말랑해졌다며 변화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전선희 씨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 피하주사 제형을 단독으로 맞게 됐다.

허셉틴이 등장하고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 성적은 크게 향상했다. 수술 이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을 투여하는 경우, 이전에 비해 질병이 진행할 위험이 45% 정도 감소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여기에 로슈는 2014년 `허셉틴SC(피하주사)` 제형을 내놓았다. 허셉틴SC 제형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과 달리 별도 조제 과정이 없으므로 입원이 필요 없을 뿐 아니라 투여 시간도 2~5분 이내로 짧다.

안희경 교수<사진>는 "허셉틴SC는 기존 허셉틴IV 제형과 달리 투여 시간이 짧아 환자들이 병원에 체류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어,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선희 씨는 허셉틴IV를 투약할 때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필요했는데, 허셉틴SC는 10분 정도면 충분해 본인의 일상생활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줬다.

전선희 씨는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있는 것 자체가 괴롭기 때문에, 병원 체류 시간이 크게 감소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일상생활과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했고, 통원/입원 치료 과정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이 현저히 적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평가는 허셉틴 제형 별 치료 소요 시간에 대한 연구 `PrefHER 하위분석; TIME & MOTION STUDY`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연구에서 허셉틴SC 투여 시 환자가 주사실에 있는 시간은 허셉틴IV 대비 평균 55분 단축됐다. 실제 의료 행위에 소요되는 시간은 허셉틴SC 사용 시 허셉틴IV보다 21~53% 감소했으며, 투약 시간 감소는 유방암 치료 시 의료진의 치료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이렇다 보니 환자들도 SC 제형 투약을 선호했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467명을 대상으로 허셉틴IV와 허셉틴SC에 대한 환자 선호도를 확인한 결과, 전체 환자 중 415명(88.8%)이 SC 제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C 제형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절감(80.3%)'과 '통증 및 불편의 감소(34.3%)'였다.

안희경 교수는 "일단 병원 체류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굉장히 좋아한다. 또 허셉틴IV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치료 비용이 높아지는 반면, 허셉틴SC는 체중과 관계 없이 고정용량으로 투여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덜어진다"고 말했다.

이중 환자의 편의성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제가 제형이 바뀌었어도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없느냐다. 약품의 제형이 바뀌면 약물이 체내에 흡수되는 방식도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은 동일한 성분이라 할 지라도 제형이 다를 경우, 각각 품목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중 로슈는 SC와 IV 모두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처방하는데 있어서도 부담감이 덜 했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596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연구에서, 허셉틴SC는 허셉틴IV에 대한 약물동태학, 유효성(pCR, 병리학적 완전 관해) 측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또 허셉틴SC와 관련해 새롭게 보고되거나 예측하지 못한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허셉틴 IV과 SC 제형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환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선택권을 제공했다.

안 교수는 "유방암 환자 중 일부 환자들은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허셉틴IV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정맥 주사 삽입이 어려운 환자, 캐뉼라 삽입에 대란 혈관 외 유출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환자, 삽입된 정맥접근장치(VADs)로 인한 관 막힘, 감염 등의 문제를 지닌 환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허셉틴SC로 치료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 '삶의 질'을 고려해야하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위에서도 언급됐듯, '생존기간의 연장'과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유방암 발생 연령대는 40~50대로, 치료 후에도 일상 영위가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항암제이지만 'SC' 제형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안 교수는 "치료 제형의 선택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전 보조요법의 경우 항암제를 병행해야하고 어차피 정맥주사로 맞아야 해 허셉틴IV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수술 후 허셉틴을 단독 투여할 때에는 SC 제형의 장점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택권이 넓어졌다고 한들, 치료 급여에 대한 확대 움직임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교수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을 쓰면 완전관해율(pCR)이 60% 정도 더 높아진다. 전선희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는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퍼제타+허셉틴 병용 요법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허셉틴만 썼다. 지금은 선별급여가 적용돼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은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선희 씨는 1년 반의 치료 과정을 끝내고, 이제 호르몬 치료 과정만 남아있다.

이 과정 속에서 전선희 씨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가족들이 잘 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치료 과정에서 남편이 항암 치료 때마다 차로 병원까지 데려다 주곤 했다. 또 잘 먹진 못했지만, 친언니들이 각종 반찬을 보내주기도 했다. 큰 아들은 울산에서 떨어져 살아 자주 오진 못했지만 멀리서 걱정을 많이 해줬다. 같이 살고 있는 고등학생 작은 아이는 밥을 잘 못 챙겨주고 거의 혼자 지내게 해 안타까웠지만, 학교에서 석식까지 해결하고 학원도 열심히 다니면서 잘 버텨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전선희 씨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전선희 씨는 "어려운 과정을 이겨낸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암 환자였지만, 잘 이겨냈고 아직 젊으니까 남은 인생을 엄마로서 아내로서 또 나 자신으로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살고 싶다. 유방암 치료를 받기 전에 하던 일을 그만 뒀고 현재 일을 못 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 먼 미래에는 남편과 조그마한 카페를 차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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