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간암 1차 치료제 `렌비마`‥10년, 그 이상 의미 파헤치기

[비하인드 씬] 10년만의 새 치료옵션, 그 이상의 가치있는 임상데이터 전격 분석
1차 약제 선택에 따라 후속치료시 생존기간에 차이‥가능성은 열려있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3-02 06:06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간세포성암 1차 치료제로 에자이의 `렌비마(렌바티닙)`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겼다고 정리하기엔 아쉽다. 렌비마의 임상 배경과 탄생에는 상당히 큰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 `렌비마`, REFLECT 연구의 의미
 
 

간암에서 렌비마 국내·외 허가 배경이 된 REFLECT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 렌비마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3.6개월로, 소라페닙 치료군 12.3개월 대비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2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FS)는 렌비마 7.3개월, 소라페닙 3.7개월로 렌비마 치료군이 2배 이상 길었으며,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TTP)는 렌비마군 8.9개월, 소라페닙군 3.7개월로 두 배 이상 연장됐다.
 
mRECIST(Modified 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 기준으로 측정한 렌비마의 반응률을 약 41%로, 10%대 인 소라페닙의 반응률을 3배 이상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세포성암은 대부분 초기단계에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 시 절반 이상의 환자가 3~4기의 높은 단계의 병기로 발견된다. 이들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25% 이며, 중앙생존기간은 6개월 미만에 불과해 항암효과가 뛰어난 새 치료옵션이 필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렌비마는 넥사바(소라페닙)에 이은 두 번째 1차 간암 치료제다. 그리고 10년만에 탄생한 새 1차 치료제이기도 하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소라페닙은 그동안 간세포성암 약물치료에 유일한 1차 치료제로 10년동안 사용돼 왔다. 10년동안 1차 치료에 한 가지 옵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간암 치료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그만큼 간세포성암 치료제 개발의 언덕이 높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 렌비마의 허가로 간암 약물치료도 변화가 시작됐다. 일단 렌비마라는 새로운 약제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REFLECT 3상 임상 연구를 통해 렌비마는 기존 치료제인 소라페닙과 OS(생존기간) 측면에서 비열등성을 확인했음은 물론, PFS(무진행생존기간), TTP(질병 진행까지의 시간), ORR(객관적 반응률) 등의 2차 평가변수에서는 모두 소라페닙보다 2배 이상의 개선을 보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렌바티닙은 소라페닙과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입증하는 시험으로 REFLECT라는 3상 임상연구가 디자인 됐다. 
 
비열등성 연구는 이미 위약에 비해 효과가 우월하다고 입증돼 시판되고 있는 의약품이 있는 경우, 이를 대조군으로 해 이에 비해 효과가 낮지 않다(비열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이다.
 
따라서 기존 치료제 대비 비열등성이 입증되면 기존 치료제의 효과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그렇기에 보다 다양한 치료제가 필요한 질환이나 희귀질환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시험이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Randomized Clinical Trials)에서 렌비마는 소라페닙 대비 PFS, TTP 등의 개선된 평가변수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  
 
REFLECT라 연구에서 렌비마는 1차 평가항목(primary endpoint)인 OS(전체생존기간)가 13.6개월로 나타나 OS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조군인 소라페닙군 대비 통계적으로는 비열등함을 입증했다.
 
3상 임상에서는 OS가 비열등한 것으로 나왔지만, 간암 종양 표지자(AFP, α-fetoprotein)를 보정해 분석한 하위그룹연구(subgroup analysis) 연구결과에서는 OS도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AFP 수치가 높은 환자는 일반적으로 전신치료에 대해 예후가 더 좋지 않은데, 렌비마군에서 AFP가 높은 환자들이 더 많아 이를 보정한 것이다.
 
특히 AFP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200ng/ml 이상인 환자 대상으로 부분 분석한 결과에서도 렌비타닙 군의 OS 중앙값이 10.4개월로, 소라페닙군의 8.2개월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반응률에서도 렌비마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선보였다. 높은 반응률(ORR)은 종양이 줄어드는 효과를 의미한다.
 
mRECIST에 의한 독립적 평가 집단의 검토 시 렌비마의 ORR은 41%까지 높아졌다. 이는 10명 중 4명은 렌바티닙으로 종양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중간병기 환자에게 진행되는 TACE 의 반응률과 유사한 수준이다. 대조군인 소라페닙은 10명 중 1.2명 정도로 반응률이 나타났다.
 
종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병기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 예전에는 TACE를 반복하다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때가 되어서야 TKI를 사용했다. 그런데 종양 감소 효과가 있는 약을 먼저 사용해 종양이 줄어들면, 그 이후 TACE를 할 수도 있는 치료 패러다임이 생겨났다. 렌비마가 등장한 이후부터 말이다.  
 
최근 일본에서 렌비마에 대한 리얼월드데이터(Real world data)가 발표되었는데, 3상 임상과 같이 여러 조건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현장, 즉 여러 동반질환이 있고 간기능이 안좋은 환자가 포함됐거나 다른 초치료를 받은 환자 등이 포함된 조건에서도 렌비마의 객관적 반응률은 3상 임상과 동일한 40% 대로 나타났다.
 
◆ 렌비마 후속치료, 해외에서는 이미 가능성 열려있다 
 
 
2019년 ASCO-GI(미국임상종양학회 위장관종양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차에서 렌비마 치료 후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OS는 20.8개월, 1차에서 렌비마 치료 후 반응성을 보인 환자가 후속치료를 받았을 때의 OS는 26개월 정도였다.
 
과거 간세포성암 환자의 생존기간에 비하면 2년이 넘는 생존기간은 고무적이다. 이는 치료제의 반응이 생존 예측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러한 효과를 인정받아 렌비마는 2018년 8월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하지만 후속 치료옵션의 부재가 렌비마의 원활한 1차 치료 사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간세포성암은 1차에서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다음 단계의 치료가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간세포성암 환자는 치료를 이어 나가기 위해 간 기능이나 전신상태를 어느정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다보면 의사들 중에서는 렌바티닙을 선택하려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충분한 치료효과와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의료진들의 처방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림돌은 렌바티닙의 치료 이후 후속약물 부분이었다. 질환이 진행된 환자들에게 처방 가능한 2차 치료 약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렌바티닙을 1차로 사용한 경우에는 후속치료에 급여가 인정되고 있지 않다.
 
현재 국내 허가된 간암 2차 치료제 레고라티닙은 '소라페닙에 실패한 환자' 대상으로만 급여 투여가 가능하다. 허가사항 상 1차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간세포성암 치료제'로서 승인을 받은 소라페닙 역시, 2차 치료제로서는 보험 급여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결국 임상적 효능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2차 치료제의 유무에 따라 간암 1차 치료제 선택의 폭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해외에서는 1차 치료제로 어떤 약을 쓰든, 2차 이후의 치료옵션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편.
 
10년만에 등장한 이 렌바티닙에 있어 해외 여러 국가는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2차 약제의 조건을 완화시켰다.
 
실제 2018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렌바티닙은 간세포성암 1차 치료로 권고됐으며, 후속치료로는 소라페닙을 권고하고 있다.
 
소라페닙과 렌바티닙이 모두 보험이 인정되는 호주에서는 2차 치료제인 레고라페닙의 보험 기준을 '이전 소라페닙 치료 경험'에 국한하지 않고, '이전 TKI 치료 경험'으로 설정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렌바티닙 이후 레고라페닙 또는 카보잔티닙을 후속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2020 ESMO-아시아 가이드라인에서는 렌바티닙 치료 후 카보잔티닙을 포함한 여러 약제들을 후속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에자이는 REFLECT에 참여한 환자 중 후속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을 추가로 분석한 REFLECT 사후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이를통해 렌비마 후속치료에 기회를 열어놓아야한다는 근거에 힘을 실었다.
 
900명 이상의 REFLECT 참여 환자 중 약 3분의 1인 340명이 후속치료를 받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생존기간을 추가 분석한 결과,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OS는 렌바티닙군이 20.8개월, 소라페닙군이 17.0개월 이었다. 후속 치료를 받기 전인 기존의 REFLECT 결과인 13.6개월, 12.3개월에 비해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기간이 더 길어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1차 렌바티닙 치료에 반응성을 보인 환자들이다. 이들을 후속치료 시 OS는 25.7개월, 1차 소라페닙 치료에 반응성을 보인 환자군의 OS는 22.3개월이었다.
 
결과적으로 1차 치료제에 반응이 있었던 환자들이 후속치료를 받았을 때 OS가 더욱 길어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반적으로 1차 치료에서 렌비마를 투여받고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OS가 더 길게 나타났다.
 
1차에서 렌바티닙을 복용하고 후속치료를 받은 환자는 156명으로, 이들 중 121명은 후속치료로 소라페닙을 복용했다. 1차 치료 후 반응성을 보인 환자들 중에서도 렌바티닙 후 소라페닙을 복용한 환자군의 OS 중간값은 26개월로 나타났다.
 
엄연히 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간암의 여러 2차 치료 옵션들이 출시돼 있다. 그렇기에 사용할 약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렌비마 치료 후 다른 2차 치료제를 투여함으로써 생존율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 안전성, 삶의 질‥`렌비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
 
간세포성암 1차 치료에 있어 렌비마가 보여주는 또 다른 가치는 '삶의 질' 부분에도 있다.
 
암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 중 간세포성암 환자가 치료를 이어나가려면 간 기능이나 전신상태가 어느 정도 유지된 상태여야 한다. 그렇기 떄문에 1차에서부터 치료효과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고려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장기간 투약에 따른 부작용 문제는 중요하다. 렌비마도 고혈압, 단백뇨 등의 부작용이 있으나 이는 혈압약이나 관찰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
 
약제 투여에 의한 삶의 질 변화 측면에서도 렌비마는 비교 약물 대비 좋은 결과를 보였다. 삶의 질을 평가하는 항목 중 통증, 설사, 영양, 신체이미지 등에서 소라페닙 투여군이 렌바티닙 투여군 대비 임상적 악화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난 것.
 
더불어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성암 환자들은 좋지 않은 ECOG 상태, 저하된 간기능과 질병의 특성 때문에 2차 치료를 받는 데 많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훈 교수는 "진행성 간세포성암 환자의 경우 1차 약물을 고려하지 않고 치료를 하게 되면 부작용이나 간기능 악화 등으로 인해 2차 치료기회 조차 잃을 수 있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1차 치료로 간암이 진행하지 않으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항암약물을 유지하며 최대한의 효과를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암약물에 대해 환자와 의사 모두가 가장 크게 걱정하고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안전성과 효과의 측면이다. 렌비마와 같이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성암에 많은 2차 치료옵션이 승인됐다. 환자에게 어떤 후속치료가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지훈 교수는 "전향적인 RCT 연구 데이터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후속치료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RCT 를 진행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라페닙 이후 후속치료로 레고라페닙을 투여 받은 환자의 OS가 10.6개월로 개선됐다는 3상 임상연구가 있었으나, 이 조차도 레고라페닙 치료를 잘 견뎌낼 수 있는 여러 조건(ECOG 상태, 간기능 등)을 갖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간암 환자들은 생존기간이 짧아 당장 치료제가 필요하다. 렌바티닙을 1차로 사용한 환자에서 질병이 진행하는 경우 그 이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지 않은가? RCT가 수행되고 발표되는 긴 시간 동안 일본처럼 참고 가능한 여러 객관적 데이터와 RWD를 기반으로 환자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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