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풀린 '킨텔레스'‥염증성 장질환 1차 허가와 급여 순풍

[비하인드 씬] 한국에서만 '2차 치료제'로 사용되던 킨텔레스, 드디어 1차 치료제로 진입
급여도 예정대로라면 8월 시작, 하반기 염증성 장질환에서 활약 예고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0-07-29 06:07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한국다케다제약의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치료제 `킨텔레스(베돌리주맙)`에게는 오랜 숙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보편적 치료(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 등의 치료)에 실패한 이후 사용하는 1차 옵션으로의 허가와 급여다.

킨텔레스는 그동안 염증성 장질환의 '2차 치료제'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말이다.

1차 치료제로써 우수한 임상데이터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허가가 늦어져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킨텔레스는 올해부터 물꼬가 트였다.

2020년 1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데 이어 급여까지 행정예고가 난 상황.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킨텔레스는 8월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된다. 

만약 킨텔레스가 급여까지 해결된다면, 그동안 이 약이 쌓아왔던 여러 의학적 근거를 맘껏 뽐낼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메디파나뉴스는 지난 2년간 킨텔레스가 말하고 싶었던 비하인드 씬을 공개한다.

◆ 항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더 발휘된 효과

염증성 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 염증성 장질환에 킨텔레스를 1차 옵션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였다.

다시 말해 킨텔레스는 우리나라에서 항 TNF 제제에 실패한 후에나 사용할 수 있었다. 결국 상태가 더 심각해지고 나서 쓰여 온 킨텔레스는 '기대 이하'라는 오해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킨텔레스는 항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2019년 국제 학술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게재된 VERSIFY 연구를 살펴보자. 해당 3상 연구는 중등도 이상의 활성 '크론병' 환자가 대상이다. 여기엔 항 TNF 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실패한 환자 모두 포함됐다.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살펴보면 제52주에 임상적 관해를 보인 환자는 50.0%였다.

그런데 항 TNF 제제 경험 유무로 환자군을 나눠보면 결과는 조금 달라진다.

치료에 실패했던 환자 중 제52주에 임상적 관해를 보인 환자는 41.7%였다. 반면 항 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 중에서는 56.3%가 제52주에 임상적인 관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VERSIFY 임상 연구에서 단순히 증상이 나아진 임상적 관해 상태를 넘어 '점막 치유 효과'에 좀 더 의미를 부여했다. 점막 치유는 내시경으로 봤을 때 활동성 염증이 없는 상태로, 염증을 앓았던 흔적만 있거나, 염증이 없었던 상태와 같게 된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임상에서는 약간의 궤양이 남아있는 상태도 점막 치유가 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달리, 킨텔레스는 구내염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궤양이 소멸한 '완전 점막 치유 상태'를 기준으로 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VERSIFY 임상 결과, 제52주에 항 TNF 제제 치료 실패 환자 중 4.2%만이 점막 치유를 확인했지만, 항 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는 무려 28.1%에서 점막 치유 효과를 보였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도 킨텔레스는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지난해 NEJM에 발표된 VARSITY 임상에 따르면, 제52주에 항 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었던 환자 중 34.2%가 제52주에 임상적 관해를 보였으며, 항 TNF 제제에 노출됐던 환자군에서는 20.3%만이 임상적 관해를 보였다.

장 점막 치유 효과(mayo 내시경 하위점수 0 또는 1점)에서도 항 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는 43.1%가, 항 TNF 제제에 노출되었던 환자 중에서는 26.6%가 장 점막 치유 효과를 보였다.

이는 몇 해 전에 발표됐던 GEMINI I 연구와도 일관된다. GEMINI I 연구에서 항 TNF 제제 사용 경험이 없는 환자는 이미 한번 이상 실패했던 환자보다 더 나은 임상적 관해와 점막 치유 효과를 보였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으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재발, 악화를 경험한다. 이에 상당수의 환자들에게서 장손상(digestive damage)이 진행돼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수술을 받는 등 기존 치료의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는 임상적 관해 외에 '장 점막 치유'가 염증성 장질환의 새로운 목표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킨텔레스는 보다 엄격한 '관해'와 '장 점막 치유'라는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 첫 생물학적 제제로 선택될 수 있는 여러 조건들

현재 염증성 장질환 치료는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킨 뒤 상태가 유지되도록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태가 심하지 않은 환자는 메살라민과 같은 약한 약제로 염증을 조절해 증상이 없는 상태인 '관해'를 유도하며, 반응이 없으면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 제제 등 보다 강력한 약물을 사용한다.

특정 약물을 사용해 관해 상태에 이르게 되면, 종류와 강도를 유지한 채 주기적으로 투약해 증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치료 방식이다.

이 중 과거에 비해 염증성 장질환에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되고 있다.

이에 해외 의료진 사이에서는 어떠한 치료제를 먼저 선택해야 할 지, 각 치료제에 대한 비교 평가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IBD 환자가 조금 더 오래도록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와중에 킨텔레스는 앞서 말한 VARSITY 임상 연구를 통해 아달리무맙 대비 우위를 확인한 바 있다. VARSITY 임상 연구는 대표적인 항 TNF 제제인 아달리무맙과 베돌리주맙 간 진행된 첫 직접 비교 연구다.

VARSITY 임상 연구에서 킨텔레스는 항 TNF 제제 치료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제52주에 아달리무맙보다 우수한 임상적 관해와 장 점막 치유 효과를 보였다.

아울러 임상 연구에 참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염증성 장질환 조사표(IBDQ Score)로 삶의 질 개선 여부를 물었을 때, 킨텔레스로 치료받은 환자군에서 16점 이상을 기록한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직접 비교 연구 결과에 힘입어 미국소화기학회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처음으로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하는 환자에게 '킨텔레스'와 인플릭시맙을 권장했다.

◆ 생물학제제가 넘어서야할 감염 우려에서도 '안전'

킨텔레스는 타 생물학적 제제가 갖고 있는 '전신 면역 억제'에 대해서도 특이점을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킨텔레스만의 고유 기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적으로 킨텔레스는 장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한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의 염증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위장관 주변에는 산소, 필수 영양소, 백혈구 등을 전달하기 위한 혈관이 있으며, 혈관 속의 백혈구 중 일부는 장으로 유입되도록 유도된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의 경우 염증이 있는 부분에 백혈구가 지나치게 증가하면서 염증이 더 심해지는 케이스다.

백혈구의 소화기장관으로의 유입은 MAdCAM-1과 α4β7 이라는 2개의 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뤄진다.

혈관벽에 있는 MAdCAM-1은 열쇠처럼, 백혈구의 α4β7은 자물쇠처럼 작용해 두 단백질이 만나면 백혈구가 소화기장관으로 유입된다.

그런데 킨텔레스는 백혈구의 α4β7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α4β7이 혈관벽의 MAdCAM-1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렇게 되면 MAdCAM-1 열쇠에 맞는 α4β7 자물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백혈구는 소화기장관으로 유입되지 않고 계속해서 혈관을 따라 이동한다. 킨텔레스는 이 과정을 통해 염증과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의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타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 유발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 자체를 억제한다. 이에 전신 면역 억제 효과를 보이는데, 이 경우 장 외에 다른 면역 작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핵 등 감염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항 TNF 제제로 치료한 환자군에서 전체 IBD 환자군에 비해 결핵 감염 발생률이 더 높았다.

물론 아직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IBD에서의 '생물학적 제제 치료 순서(Sequence)'는 계속 변화가 예상된다.

이제 킨텔레스는 국내에서도 맘껏 실력을 뽐낼 준비를 끝마쳤다.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보편적 치료 이후 사용하는 1차 치료제 선택지가 항 TNF 제제 뿐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행히 올해 초 킨텔레스는 1차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고, 남은 장애물이었던 급여 역시 곧 해결될 전망이다. 최근 급여기준 확대에 대한 행정예고가 발표됐고, 지난 27일까지 의견수렴 후 문제가 없다면 8월부터 급여가 시행된다.

앞으로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서 킨텔레스가 어떤 변화를 이끌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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