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 했던 방광암 치료‥"티쎈트릭 이후엔 감사할 일만 생기네요"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PD-L1 5%에 묶여있는 급여, 선택옵션 적은 방광암에서 기준 완화 필요성 높아져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4-09 06:01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방광암`에 사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는 기사를 작성한 뒤, 몇몇 환자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방광암 면역항암제가 언제 출시되는지', '보험적용은 언제부터 되는 것인지' 등의 현실적인 질문 내용이었다.

이런 환자들의 반응이 이례적이라 관련 의사들에게 문의를 해봤다. 방광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의사들의 답변을 듣고, 환자들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전이성 방광암의 5년 생존율은 5%에 불과했다. 이는 20년간 변하지 않는 수치였다. 여기에 치료법도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방광암은 타 암종에 비해 치료제 개발이나 출시가 더딘 편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와중에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이 백금 기반 화학요법제 치료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그리고 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힘든 항암화학요법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방광암 환자들에게는 단연 '희소식'일 수 밖에 없었다.

메디파나뉴스가 만난 유응렬 환자<57년생·사진>는 방광암 4기로 진단받고 2차 항암 후 패혈증 쇼크까지 왔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몇번이나 겪었다.

티쎈트릭은 치료 포기하려던 순간에 만난 마지막 희망과도 같았다.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고 암세포가 50% 이상 줄어든 유응렬 환자는 "요즘은 매일 감사한 일만 생긴다"며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 계속된 항암치료와 전이‥'포기'라는 문턱 앞까지

유응렬 환자가 방광암이라고 처음 진단받았던 때는 2016년 11월 중순이었다. 통증과 함께 소변에서 많은 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동네 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2개월 정도를 끌었다. 그러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단받은 `방광암`은 항암치료와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담당 주치의인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오종진 교수<사진>는 당시 유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기억했다.

오 교수는 "대부분 방광암의 주요 증상은 '혈뇨'다. 유응렬 환자는 첫 진단에서 방광암의 뿌리가 상당히 깊은 3기 이상인 방광암이었고 방광을 절제하는 수술과 항암 치료가 필수적이었다. 이에 방광암 판정 후 3개월 간 항암 치료를 시행했고 지난해 3월 9일에 수술을 받았는데, 임파선에도 전이가 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유 환자의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 역시 쉽지가 않았다.

방광암 3기의 표준 치료는 항암 치료를 3~4 싸이클 투여한 후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유응렬 환자는 항암 치료 후 방광을 다 절제하고 장으로 인공 방광을 만드는 수술을 같이 했다. 그러나 수술시 절제한 임파선에도 암이 많이 퍼져있어 수술 후 2차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만 했다.

오 교수는 "이 과정에서 유응렬 환자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항암 치료에 의한 백혈구 수치 감소로 패혈증 쇼크가 와 중환자실에 한달 정도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항암 치료가 잘 듣지 않아 암세포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응렬 환자는 항암치료 과정 자체가 너무 힘겨웠기 때문에 인터뷰 과정에서도 그때의 기억에 고통스러워 했다.

그는 "항암 주사를 맞으면 일단 기력이 없어 하루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해 살은 계속 빠져갔다. 앞서 받은 항암 치료가 모두 독성이 강하다 보니 주치의도 나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이후에 또 항암화학치료를 하자고 하면 차라리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 고민 끝에 결정한 '면역항암제'‥"선택에 후회없어"

전이, 2차 항암치료, 패혈증 쇼크. 말 그대로 유응렬 환자가 처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유 환자의 몸 상태에서는 더 이상 추가적으로 쓸 약도 많지 않았다.

항암 치료는 특정 암에 가장 잘 듣는 조합을 만들어 1차 치료(first-line)로 묶어 놓는다. 이 1차 치료에서 효과가 없으면 2차로 넘어가는 방식인데, 많은 의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 듯 항암 치료는 반복될수록 효과가 확실히 떨어진다.

오종진 교수는 유응렬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해 최적의 치료옵션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티쎈트릭'이었다.

오 교수는 "1차, 2차 항암제가 모두 듣지 않는 상황에서 유응렬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마침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이 방광암 치료제로 허가돼 병원에 들어온 것을 파악하고 환자분에게 권유했다"고 말했다.

티쎈트릭은 국내에서 ▲요로상피암 2차 이상의 치료 : 백금 기반 화학요법제 치료 중 또는 이후에 질병이 진행되었거나, 백금 기반의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 치료 12개월 이내에 질병이 진행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치료 ▲요로상피암 1차 : 시스플라틴 기반 화학요법제 치료에 적합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치료에 허가가 돼 있다.

급여는 요로상피암의 2차 이상의 치료에서, PD-L1 발현 비율 5% 이상일 경우다. 유응렬 환자는 다행히 PD-L1이 5%로 급여기준에 충족했다.

유응렬 환자가 티쎈트릭을 투약하자 몸 상태는 급속도로 좋아졌다.

오 교수는 "2차 항암제 사용 때도 듣지 않던 환자의 병변이 줄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현재까지 티쎈트릭 3 싸이클을 약 3개월간 투여했고 CT를 찍어봤더니 종양이 모두 없어지진 않았지만 거의 50%까지 줄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변화를 체감한 것은 환자 본인이 가장 컸다. 기력이 생기고 체중이 늘어나는 본인을 보면서 가족들 역시 웃음을 되찾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송년회에도 참석했다고.

유응렬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나와 퇴원한 직후 몸무게가 13kg나 빠져있었다. 티쎈트릭을 투약하고 처음에는 변화를 잘 몰랐었는데 두 번째 치료 이후 통증이 사라졌다. 세 번째 맞고부터는 입맛이 돌아와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 교수가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면역항암제는 일단 반응이 있다면 부작용이 기존 항암치료 대비 거의 없다는데 의미를 뒀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문헌에 의하면 심각한 이상반응이 보고되긴 했으나, 유응렬 환자의 경우 현재까지 피로감, 식욕부진 외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었다.

그는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이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항암 치료는 잘 알려진 구역질, 머리 빠짐, 무기력함과 같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유 환자의 경우 수술 전 3 싸이클, 수술 후 4 싸이클 항암치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부작용이 너무 심해 치료를 조기에 중단한 케이스다"고 말했다.

◆ "치료옵션 제한적인 방광암, 환자들의 혜택 지금보다 보장되길"

암환자는 본인의 고통도 심각하지만, 그 옆에서 보살피는 가족의 심리적 고통도 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응렬 환자도 항암화학요법 치료 당시 일어나 앉을 힘도 없어 누워서 천장과 벽만 바라보며 생활했다.

유 환자는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심적 고통은 더 컸을 것이다. 눈을 감아도 잠에 들지 못해, 그냥 영원히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나의 고통이 가족들까지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런데 티쎈트릭으로 인해 회복되는 자신을 보며 환자보다도 가족들이 더 기뻐했고, 다시 집안에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응렬 환자는 만약 자신과 같은 방광암 환자가 있다면 면역항암제를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티쎈트릭은 현재 PD-L1이 5% 이상인 환자만이 급여가 가능하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는 면역항암제 사용이 필요한 전체 환자의 30%에 불과하다. 이 보험기준은 1월 12일부터 적용이 됐기 때문에 이전부터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던 유응렬 환자도 1월 전까지는 비급여 비용을 냈었다.

이미 비용부담을 겪어봤기 때문에, 급여기준에 해당되지 못해 치료를 받고싶어도 못받는 환자들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그.
유응렬 환자는 "나 역시 면역항암제가 비급여일 때 부담이 상당했다. 나는 암으로 고통 받다가 좋은 세상에 가면 그만이지만 남은 가족들이 고통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장으로서 고가의 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부담이 컸다. 그래서 PD-L1 검사를 통해 급여 기준에 해당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세대 항암제라 불리는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으로 치료를 받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나처럼, 다른 환자들도 치료비 부담 없이 티쎈트릭으로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하지만 유 환자를 사례를 기반으로 다른 환자에게 티쎈트릭을 권유해봤다는 오 교수도, 비용이 부담돼 치료를 포기한 사례를 꾸준히 접해왔다.

티쎈트릭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티쎈트릭은 나머지 70%의 PD-L1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환자들에서도 임상적 유의성을 보인다. 반면 현 보험 기준으로 이들은 면역항암제를 쓰고 싶어도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쓸 수 없어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 교수는 이미 티쎈트릭 실제 임상에서도 PD-L1 5% 이하의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으므로, 향후 급여 기준 확대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국립암센터 등 타 병원에서 PD-L1 발현율이 5% 미만인 환자들에게도 티쎈트릭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 티쎈트릭의 경험이 충분하게 쌓이지 않아 무분별한 처방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기준을 PD-L1 발현율이 5% 이상으로 묶어놨다. 신약의 비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티쎈트릭은 급여 등재 이후 비급여 약가도 낮아졌으나 급여 대상이 아닌 환자분들의 대부분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어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향후에는 티쎈트릭이 PD-L1 발현율에 관계 없이 항암 치료에 실패한 모든 방광암 환자들에게 부담없이 적용할 수 있는 약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 나아가 티쎈트릭이 방광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티쎈트릭은 IMvigor 210 Cohort 1 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1차 치료제로 투여 시 객관적반응률(ORR)은 23%, 그 중 9%의 환자에서 완전반응(CR)이 나타났다. 17.2개월(중앙값) 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티쎈트릭에 반응을 보인 환자 중 70%는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 때문에 반응지속기간(DOR)의 중앙값은 도달하지 않았다.

티쎈트릭을 투여 받은 모든 환자군에서 전체생존기간(OS)의 중앙값은 15.9개월로 확인됐다. 티쎈트릭 투여 시 3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이 각각 4%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면역-매개 이상반응 발생률은 12%였으며, 어떤 환자도 면역-매개 이상반응으로 인해 비스테로이드 면역 조절 약물을 투여 받지 않았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됐듯 방광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서 의학적 발전이 더딘 영역이다. 티쎈트릭은 방광암 환자를 위해 개발된 정말 오랜만에 나온 신약인 셈이다.

오 교수는 "얼마 전 티쎈트릭은 방광암 1차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했다. 방광암은 비뇨기 관련 질환으로 결국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데, 방광암에서 사용되는 항암제는 신장독성이 있어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있는 환자들에게는 티쎈트릭을 1차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비급여인 상태에서는 환자 부담이 상당하겠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광암 환자의 사망률은 사실상 10년 전과 거의 비슷하고 더 좋아지지 않았다. 방광암 수술법도 테크닉은 물론 좋아졌지만, 수술 관련 합병증 발생 빈도는 굉장히 높다. 방광을 떼고 장을 이용해서 방광을 만드는 등 근본적인 수술 과정도 변하지 않았다. 이제 방광암에도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만큼 환자들의 치료 예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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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2018.08.25 15:57:28

    유응렬님.같은 방광암환자로서 보고싶습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010-2708-4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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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2018.08.25 15:54:26

    유응렬님.같은 방광암환자로서 보고싶네요.연락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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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2018.07.19 20:39:58

    유응렬 씨 연락. 바랍니다  너무보공싶네요 010 9093 9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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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2018.07.19 20:38:16

    유응렬 씨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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