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전공의 복귀 이후가 진짜 시작"‥교육·수련 재건 요구돼

교육은 전시상황, 수련은 착취 구조…교수·전공의·학생 모두 '개편' 요구
의대 교육 인프라 한계 봉착…"여건 개선은 필수적"
도제식 개편·PA 제한·사법 리스크 완화까지…현장 기반 수련정책 절실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25-07-14 05:58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고범석 부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은식 비상대책위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박으뜸 기자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의대생 전원 복귀 선언 이후, 의료계 안팎에선 '복귀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무너진 교육·수련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복귀는 정상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의대생들은 전원 복귀를 공식화했고, 전공의들도 정부 및 국회와 연이어 만나 수련 복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인프라와 수련 체계가 모두 심각하게 흔들린 상태에서 단순한 복귀만으로는 근본적 회복이 어렵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의대생은 강의실, 실습 환경, 교수 인력 등 교육 인프라 전반의 붕괴를 마주하고 있다. 전공의는 장기화된 수련 공백과 사법 리스크, 노동력 착취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의료계는 복귀와 동시에 이 같은 구조적 난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13일 열린 '제1회 전국의사 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참석자들은 의과대학 교육 인프라와 전공의 수련 체계의 병목을 분석하고, 복귀 이후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들을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교육과 수련을 동일선상에 놓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정리했다. 교육과 수련은 작동 방식과 제도적 구조 자체가 다르며, 이를 구분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학교육의 평가 체계는 대학 간 차이를 정교하게 포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는 병상 수나 교수 1인당 학생 수 같은 정량 기준이 배제되고, 정성 평가 위주로 인증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초의학 교수 확보가 어려운 지방대학 등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2009년처럼 병상 수나 교수당 학생 수 기준을 적용하던 정량 평가 방식은 현재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인증 기준을 충족한 대학이라면 평균 이상의 교육 여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만, 정량적 지표 없이 정성 평가만으로는 교육 격차를 포착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제도와 관련해서는 도제식 교육의 본질은 유지하되, 근무시간 제한 등 제도 변화에 맞춰 교육 방식 역시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특히 교육자의 입장과 책임이 반영되지 않은 수련 환경에선 실질적인 개선이 어렵다고 짚었다.

김 대변인은 "전공의 수련은 원래부터 도제식이다. 근무시간 제한이 도입된 이후 제도적 변화는 있었지만, 그에 맞는 교육 시스템 개편이 뒤따르지 않았다. 최근에는 수련을 받는 쪽의 목소리만 과도하게 대변되는 경향도 있어 교육을 책임지는 쪽의 현실까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전문의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문의는 실력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그 실력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반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한 수련 구조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고범석 부회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갈등이 아닌 교육 기회 상실로 진단했다.

고 부회장은 "의정 갈등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앗아간 사건"이라며 이 사태를 계기로 오랫동안 타성에 젖어 반복해온 교육 방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육 현장을 '전시 상황'에 비유하며, 복귀 이후 학생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교수 사회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 부회장은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교수들이 밤을 새워서라도 교육을 준비해야 하는 전시 상황"이라며 "복귀한 학생과 전공의를 시차를 두고 교육하는 유연한 방식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귀 학생들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복귀는 잘못이 아닌, 국가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정책에 저항한 결과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시간이 흘렀다고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제도적으로 회복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은식 비상대책위원은 수련 중단의 배경을 정부 정책의 일방성과 현장 배제에서 찾았다. 의료현장의 실제 여건과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이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채 필수의료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수련 포기와 이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수련 환경 개선 방안도 탁상공론에 그쳤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선 당사자들과의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은 만들었지만 전공의들과의 실질적인 소통과 협의 과정은 빠져 있었다. 수련 환경 개선도 탁상공론에 그쳤다. 이제라도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건의료 거버넌스 전반의 개편 필요성도 제시했다. 기존 체계는 복잡한 의료현장을 반영하기 어렵고 전문가의 실질적 참여도 제한돼 있다는 의견이다.

김 위원은 "기존 구조는 전문가의 실질적 참여가 부족했고 갈등 조정도 어려웠다.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PA(진료보조인력) 확대는 전공의 수련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전공의가 교육보다 업무에 매몰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전공의는 단순 노동력으로 착취당하고, 수련 기회는 PA에게 넘어가고 있어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위원은 ▲업무량 조정과 휴게시간의 수련시간 인정 ▲PA 역할 제한 및 전담 전문의 확대 ▲수련이사제 도입 및 수련환경평가위 내 전공의 참여 확대 등 구체적 정책 제안도 함께 내놨다.

사법 리스크는 필수 진료과 기피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언급됐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과 과도한 경제적 부담은 젊은 의사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설명이다. 해외에선 국가가 일정 책임을 지거나 보험료를 보조하는 사례도 많다.

김 위원은 "형사 처벌과 거액의 배상 책임이 전공의로 하여금 필수의료과를 기피하게 만든다.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와 수련병원이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대생 대표도 교육 인프라의 한계를 지적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이선우 비상대책위원장은 복귀 선언은 출발점일 뿐이라며, 향후 교육 여건 개선 없이는 진정한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많은 학생들이 수련 과정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 정책 발표 이후 전문의 수련을 비필수로 보는 응답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원 확대 중심의 정책 설계가 교육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인프라 정비 없이 수치만 늘리는 접근 방식을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교육 여건 자체의 붕괴다. 정원 확대는 가능하지만 그 수를 수용할 교육 인프라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체계 실효성에도 의문을 가진 그는 "정원 10% 이상 변동 시 진행되는 주요 변화 계획 평가는 실제 결과가 아닌 계획서만 검토하는 방식이다. 2024년 평가에서도 세 곳이 조건부 인증을 받았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이 복귀한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의 질을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은 10년 뒤에야 온다. 이번 심포지엄이 그 장기적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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