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AI 활용 나섰지만…비용·절차·신뢰 문제에 상용화 발목

EMR 통합 비용·인허가 장벽…병원 도입 재정적 부담
해외 진출 필요하지만…데이터 활용 제한적
초거대AI 모델 만들려면…개인정보 악용 우려 해소해야

김원정 기자 (wjkim@medipana.com)2025-07-24 05:58

(왼쪽부터) 정규환 성균과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박형준 안산시화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루닛 이상협 부서장,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사진=김원정 기자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실제 임상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병원 EMR솔루션과 AI 솔루션의 통합에 따른 비용 부담, 데이터 활용의 제약 및 까다로운 규제 절차 등으로 인해 현장 도입과 기술 상용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 부족도 풀어야 할 과제로 부각됐다.

23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열린 '2025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탁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했다.

이번 회의는 '임상현장에서의 의료 AI 활용 실태와 주요 쟁점 파악'을 주제로 진행됐다. 

정규환 성균과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는 '의료 AI의 현재와 미래'를 발제로 "AI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의료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기술은 의료기기 형태로 개발돼 각국의 승인을 받아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정 교수는 "AI를 활용하면 MRI의 저선량 촬영에서도 영상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어 환자의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동시에 정확도는 높이고 촬영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심초음파도 AI가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서 비숙련자도 전문가 수준으로 빠르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 병원들도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과 소형 PC만으로 AI를 연동할 수 있어, 비용 대비 진료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AI는 진단과 치료를 보조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독립된 의료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점유율이 낮지만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규제와 인허가, 진입장벽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AI의 임상현장 도입 시 어려움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형준 안산시화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LLM 및 AI를 진료에 활용하려면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의 통합이 필수지만 EMR 업체가 LLM을 진료 워크플로우에 통합하는 모든 과정에서 병원에 추가 비용을 요구해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AI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솔루션을 공급하는 산업계에서는 데이터 활용의 어려움이 세계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루닛 이상협 부서장은 "가명화된 정보를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실제로는 병원 내부의 보수적인 심의 절차와 데이터 폐기 조건 등으로 인해 연구와 상업화에 큰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특히 "빅5 병원처럼 데이터가 집중되는 기관은 DRB(데이터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야 하며,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며 연구를 확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 부서장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선 스케일러블한 데이터 확장이 필수지만, 국내에선 병원마다 데이터 활용 여부에 대한 심의가 이뤄져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의료기기 수가 인정과 데이터 활용의 제도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AI 의료기기의 병원 내 실제 사용을 위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가 인정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RWD(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RWD 확보를 위한 IRB를 획득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상업적 데이터 활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특히 국내 환자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당연히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여러 간담회에서 시민들과 환자단체의 의견을 들어보면, 민간 보험사가 데이터를 악용할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보기

충남대병원 간호연구팀 "AI 기반 퇴원간호 모델 구현"

충남대병원 간호연구팀 "AI 기반 퇴원간호 모델 구현"

충남대학교병원 간호사들이 주도한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 'Geriatric Nursing(IF 2.6)' 최근호에 게재됐다. 실무 간호사 중심의 연구 성과가 해외에서 학술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간호 데이터 기반의 AI 모델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게재 논문은 '전환기 노인 돌봄 강화: 맞춤형 퇴원간호를 위한 빅데이터 기반 재입원율 예측모델(Enhancing Care Transitions for Older Patients: A Big Data-Driven Readmission Prediction Model for Perso

서울대병원 컨소시엄,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사업' 착수

서울대병원 컨소시엄,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사업' 착수

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이 AI 성능 향상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사업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고품질 보행 생체신호 데이터셋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첫 시도로, 조기 진단이 어려운 근골격계 질환을 정량적 분석을 통해 조기 스크리닝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은 '2025년도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사업' 일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추진한다. 이 중 뷰티·헬스 분야에서 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이 '근골격계 질환 생체 신호 데이터 구축사업'의 최종 수

식약처, 의료기기 CDM과 AI 활용 방안 모색 위한 컨퍼런스 개최

식약처, 의료기기 CDM과 AI 활용 방안 모색 위한 컨퍼런스 개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의료기기 안전정보 분석·평가 등에 사용되는 의료기기 실사용 정보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의료기기 공통데이터모델 컨퍼런스'를 17일 연세대학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서울 서대문구 소재)에서 개최한다. 실사용 정보는 실제 의료 환경에서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데이터로 환자의 건강 상태 및 의료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수집된 정보를 가리킨다. 공통데이터모델(CDM, Common Data Model)은 의료기관 진료 시 생성되는 진료기록(EMR)을 표준화‧구축한 자료로, 개인정보 유출

복지부, AI 활용 바이오베터 개발 사업 착수…10월 시행 목표

복지부, AI 활용 바이오베터 개발 사업 착수…10월 시행 목표

[메디파나뉴스 = 이정수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2차 추가경정예산 확정에 따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베터 개발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13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달 중으로 해당 사업과 관련한 연구제안서를 공지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위를 거쳐 내달 중으로 사업을 확정 공고하고 오는 9월에는 산학연 컨소시엄 1곳을 선정한다. 이후 10월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라며 "1개 과제만 선정하고, 2년 3개월 동안 404억원 예산이 투입된다. 적은 예산은 아니다"라고 말했

루닛, AI 진단 솔루션 도입 의료기관 '글로벌 1만곳' 돌파

루닛, AI 진단 솔루션 도입 의료기관 '글로벌 1만곳' 돌파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대표 서범석)은 AI 영상진단 솔루션 도입 의료기관 수가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1만곳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루닛 제품을 도입한 의료기관 6500곳에 더해 지난해 5월 자회사로 편입한 볼파라 헬스(Volpara Health, 이하 볼파라)의 도입기관 3500곳을 합한 수치다. 루닛은 지난 2019년 흉부 엑스레이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출시했다. 이후 2020년말 100곳, 2022년말 1000곳, 202

이런 기사
어때요?

실시간
빠른뉴스

당신이
읽은분야
주요기사

독자의견

작성자 비밀번호

0/200

메디파나 클릭 기사

독자들이 남긴 뉴스 댓글

포토